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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실질임금 10퍼센트 인상을 얻어 내다

대학 청소 노동자들이 올해도 대학과 용역업체에 맞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3월 5일, 경희대 청소 노동자들이 6일 동안 본관 점거 농성과 파업을 벌여 경희대 당국(원청)으로부터 임금 인상을 얻어 내고 나서, 이화여대, 광운대, 고려대, 연세대, 서울여대, 홍익대도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이로써 올해 집단 교섭 대상 대학 14곳의 절반에서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대학 원청과 직거래하겠다” 몇 년간 투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해 자신감을 얻은 대학 청소 노동자들. 3월 3일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투쟁 결의대회. ⓒ이미진

그 결과,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해 시급 5천7백 원(지난해 집단교섭 대학 기준)에서 6천2백 원으로 인상되고, 식대 2만 원, 명절 상여금 1만 원이 인상된다. 이로써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약 9.8퍼센트 인상됐다. 이는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7.2퍼센트)보다 높은 수준이다. 5천7백 원보다 낮은 임금을 받던 신규 대학 분회 노동자들은 더 높은 임금 인상률을 쟁취했다.

고려대 노동자들은 올해부터 학교 당국이 일방으로 토요일 근무를 축소하면서 실질임금이 10만~20만 원 삭감됐는데, 이번 투쟁으로 손실분을 거의 만회했다.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면 4백60원가량 오른 것이라서 노동자들도 그럭저럭 만족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역대 최장 기간인 11일 동안 파업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단결력이 높아졌다. 복수노조 등장으로 조직력이 취약해진 이공계 노동자들도 이번 파업에 참가했다.

수년째 등록금 동결·인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학 당국들은 ‘해마다 임금 올려 달라고 떼쓰는 것을 참지 않겠다’며 처음에 쉽사리 양보하지 않으려 했다. 사립대학이 대부분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상황에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자, 대학들은 직원 임금을 동결하거나 용역비 등 각종 경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장학금이나 교수 수를 줄이면 대학 평가와 그에 따른 정부 지원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적립금이 적은 대학들은 이런 압박을 더 받고 있다.

그럼에도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와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 특히 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뜨거운 지지는 올해도 대학 당국을 무릎 꿇렸다.

저임금의 대명사로 불렸던 대학 청소 노동자들은 몇 해 전부터 노조를 만들고 투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높은 임금 인상을 쟁취해서 이제는 최저임금을 웃도는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 돈으로 생활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청소 노동자 절반 이상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구주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청소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올해 인상된 임금으로(시급 6천2백 원) 치더라도 한국노총 2013년 표준생계비의 34.8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학교가 우리에게 주는 돈이 많다고 하는 것은 아침, 점심, 저녁을 라면에 김치만 먹고 숨쉬기 운동만 하고 절대 아프지 말라는 것과 같다” 하고 말하는 것이다.

빵과 장미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는 단지 ‘빵(임금)’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들은 ‘장미(존중)’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 54곳의 청소용역 도급계약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불쾌한 인상을 주지 말 것”, “잡담이나 콧노래, 고성 금지”, “배회 금지” 등 인권 침해 요소가 가득하다. 실제로, 지난해 노조가 조직된 대학들에서 노동자들의 핵심 불만 중 하나도 관리자들의 폭언, 인격적 모독, 성희롱과 같은 문제였다.

이런 열악한 처지는 역으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여지가 더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이것이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이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연대가 형성된 것도 대학에게 상당한 압력이 됐을 것이다.

학생들의 지지도 투쟁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다. 청소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면 언제나 학생들의 뜨거운 지지가 잇따랐고, 이는 대학 당국에 큰 압력이 됐다. 이 점은 올해도 변함없었다.

올해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하자마자 학생 단체 54곳이 공동 지지 성명을 냈다.

고려대에서는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 중인 본관이 학생들의 지지 메시지와 대자보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학교가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을 문제 삼으며 “법적 대응”,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말하자, 학생회와 학내 운동 단체들은 즉각 “고려대 당국은 건학 이념인 자유·정의·진리를 이야기하면서 중요하고도 감사한 일을 하는 청소 노동자들을 천대하고 기만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라”며 학교를 규탄하고, 총무처에 가서 항의했다.

경희대에서도 학생들이 매일 아침 노동자들과 함께 홍보전을 하고 기자회견 등으로 노동자들을 지원했다. 올해도 “학생과 노동자가 톱니바퀴 맞물리듯 같이 싸운 것”(경희대 분회장)이다.

가장 먼저 성과를 거둔 경희대에서는 직원 노조(대학노조)의 구실도 중요했다. 경희대학교노동조합 장백기 위원장은 청소 노동자들의 집회에 와서 “직고용돼서 한 노조에서 같이 싸우자”고 해서 환호를 받았다. 장백기 위원장은 대학 원청과의 교섭에서도 청소 노동자와 함께 참가해 힘을 실어 줬다.

직거래

대학 청소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제는 직고용을 쟁취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집단교섭에 나온 용역업체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거부하며 “원청에서 더는 안 된다고 한다”고 말하자, 노동자들은 “여기 나온 것들은 다 껍데기다”, “우리는 껍데기 필요없다. 대학 원청과 직거래하겠다” 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용역업체 자신이 시인하듯이, 청소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실질적 세력은 대학 당국이다. 같은 용역업체라도 대학에 따라 임금과 노동조건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자체가 대학이 ‘진짜 사용자’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3월 19일 전면 파업에 나선 인덕대학교 청소 노동자들 ⓒ성지현

그럼에도 대학은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고,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간접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인덕대에서 용역 입찰에 참가했던 한 업체는 최저임금 이하로 노무비를 설계해서 최종 낙찰을 받았다. 인덕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중앙대 총장은 “직접고용을 하면 … 노동쟁의가 자주 발생하게 돼 비용 문제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 김태흠도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를 일축하며 “직고용 하면 툭하면 파업하니 관리하기 힘들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따라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근본 원인은 간접고용”이라는 노동자들의 말은 기본적으로 옳다. 몇 년간 투쟁으로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 자신감을 쌓은 노동자들이 이젠 직접고용을 쟁취하자고 결의를 다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에 압력을 받아 경희대 등 몇몇 학교 당국이 청소 노동자 직접고용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노동자들에게 더욱 기대심을 심어 주고 있다.

이번 청소 노동자 투쟁의 전진은 학생들과 다른 노동자들, 특히 청소 노동자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 서경지부 소속의 청소 노동자 대학 분회들이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늘었다(2007년 조합원 1백 명으로 시작, 2014년 현재 1천4백 명). 이것 자체가 청소 투쟁이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 준다.

올해 투쟁 이후, 서울 소재 대학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경지부로 노조 관련 문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성북구와 노원구가 생활임금 조례를 통과시켜 일부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했는데, 이것도 그간의 청소 노동자 투쟁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아직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사측이 최종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은 곳이 많고, 특히 인덕대, 서강대, 연세재단 등에서는 원청이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인덕대 노동자들은 지난해 “2014년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의 임금·단체협약을 동일하게 적용”해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임금을 올려 줄 수 없다는 학교 당국에 맞서 3월 19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곳들은 학내에 조직된 학생 좌파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아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굳건히 싸우고, 연대를 건설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