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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재앙을 낳을 의료 민영화 중단하라

세월호 참사로 수백 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 뒤에도 줄줄이 이어지는 안전사고들은 이 비극이 우연히 벌어진 일이 아님을 보여 줬다.

부패한 관료들과 기업주들은 이윤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들의 계산에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과 안전은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박근혜는 이런 논리를 의료에도 적용하려 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의료가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다.

그러나 박근혜는 병원, 민간보험사, 의료기기 회사, 제약회사 들이 더 많은 이윤을 벌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데 골몰해 있다.

원격 의료 허용, 부대사업 허용 범위 대폭 확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 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 신약, 의료기기 심사 간소화 등.

반대로 노동계급에게 이런 규제들은 의료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막는 안전 장치다. 자유 시장의 신화와 달리 평범한 사람들은 암·교통사고·당뇨병 등을 앓으면서 병원, 제약회사 등과 가격 흥정을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박근혜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펄펄 뛴다. 이미 한국의 의료기관이 대부분 민간 소유인데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 공급(병원)이 사적 자본이나 개인들에게 맡겨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얼핏 보면 민영화라는 표현이 부적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영화는 단지 소유권 이전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민영화 과정에서 법적 소유권 자체는 부차적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수서발 KTX 자회사의 경우 모든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은 정부와 코레일이 갖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그 회사의 운영권을 민간자본에 팔아 민영화 효과를 내려 한다. 거꾸로 한국통신을 민영화한 KT나 포항제철을 민영화한 포스코는 여전히 사실상 정부가 경영진을 임명한다. 그 산업이 전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복지나 교육 등 필수 공공서비스의 경우는 법적 소유권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있을지라도 대부분 정부 규제로 일정한 공공성을 보장한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대폭 완화되거나 사라져 공공성이 약화되면 소유나 운영이 민간에 이전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건강보험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건강보험 제도에는 손대지 않으므로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건강보험 제도는 민간 병원과 제약회사 등의 안전성과 폭리를 규제하는 구실을 한다.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보험 적용과 심사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구실도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은 건강보험의 이런 기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 전체 병원비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환자들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병실료, 의료 기기, 약값 등이 포함된다. 그래서 지금도 전체 진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율(보장성)은 62~64퍼센트밖에 안 된다. 병원비에 포함되지도 않는 각종 약값, 의료 기구, 가족들의 식비, 숙박료 등을 고려하면 실제 보장성은 더 낮아진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허용하려 하는 ‘부대사업’에는 이런 부분이 거의 모두 포함된다. “숙박업, 여행업, 온천·목욕장업, 체육시설, 서점” 등은 사실상 보험 적용이 안 되는 호텔형 병실을 허용하는 것이다. “바이오 등 연구개발 성과물 응용, 의료기기 등 구매, 의약품 개발, 화장품·건강보조식품·건강식품·의료용구 개발·임대·판매, 의료기기 개발” 등은 약값과 의료기기 가격을 인상시킬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는 이런 부대사업을 전담할 ‘영리 자회사’를 허용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병원은 부대사업으로 번 돈을 병원 운영 외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런데 영리 자회사는 이렇게 번 돈을 주주들에 배당하고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의 수익을 위해 병원비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그 결과 보장성이 낮아지면 건강보험제도가 공격받기 쉬워진다. 예컨대 전체 진료비의 20퍼센트밖에 보장해 주지 않는 보험에 강제로 가입시켜 비싼 보험료를 내라고 하면, 누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반면 민간보험사들은 그만큼 시장이 넓어졌다고 반길 것이다.

원격 의료는 안전을 위협한다

의료 민영화는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앞서 언급한 부대사업들은 실제로 병실, 약, 의료 기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사실상 ‘선택’하기 어렵다.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들도 이 점 때문에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건강보험의 규제 대상 밖으로 빼내면, 그 안전성을 검증하기 어려워진다.

한술 더 떠 박근혜 정부는 신약과 신의료기술 등의 심사를 ‘간소화’하려 한다. 이는 사실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원격 의료를 허용하면 삼성전자, SK텔레콤,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등 재벌 기업들은 수익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원격 의료는 안전성은 물론이고 치료 효과도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 기업이 참여한 시범사업에서도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박근혜는 오는 6월부터 원격 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6개월로 약속한 시범사업 기간도 단축할 듯하다. 군인 대상 시범사업 계획도 밝혔다.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시범사업과 관계 없이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겼다.

원격 의료에 필요한 비용은 보험료, 통신비, 기기 임대료, 주택 임대료 등으로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질 것이다.

비용은 노동자들에게?

병원들은 비보험 진료를 늘리는 한편, 건강보험 수가 인상도 요구할 것이다. 수익성이 좋은 부대사업을 자회사에 맡기면 병원 자체는 그만큼 수익성이 낮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정부는 의사들 일부의 반발을 달래려고 수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0년 동안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거의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물론 노동자들의 건강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주들도 보험료 인상에 반대한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더 부담을 지워 이런 반발을 무마하려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노동자들의 퇴직금과 연금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다. 피부양자 대상도 축소해 더 많은 보험료를 부과하려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본이 제작한 동영상 내용을 반박하는 영상을 제작하려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에 제작 협조를 요청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료 민영화를 홍보하려 한 것이다.

더 나아가 ‘고용·복지분야 기능점검 추진방안’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맡고 있는 체납 사회보험료 추징 업무를 민간 신용정보회사에 넘기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보험료를 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채권 추심 전문 업체”에 넘기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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