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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윤리적 실천과 집단적 투쟁

전교조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한겨레〉에서도 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의겸 〈한겨레〉 논설위원은 전교조 투쟁이 진보 교육감의 교육 개혁을 좌초시킬 거라고 우려했다. 이에 6월 27일 조퇴 투쟁에 참가한 교사들은 “〈한겨레〉가 아니라 박겨레냐” 하고 항의했다.

이번에는 이범 씨가 논쟁에 끼어들었다. 그는 이재정 경기 교육감의 인수위원이다. 그는 전교조가 “학벌 사회와 대학 체계”에서 비롯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집단적 투쟁을 해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교사의 윤리적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범 씨가 주목한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경기도 쪽에서 전교조의 집단적 투쟁보다는 학교 현장에서의 참교육 실천을 강조하는 경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범 씨는 과거 전교조의 ‘촌지 안 받기’ 운동을 대표적인 윤리적 실천 사례라고 지목했다. 전교조의 촌지 거부 운동은 더 넓은 민주주의 운동의 일부였다. 전교조는 독재 정권에 맞서 사회·교육 민주화 운동을 벌이는 한편, 학교 현장에서 반부패 운동을 벌였다. 그 둘은 대립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범 씨가 교사의 윤리적 실천을 앞세우며 신자유주의적 교육 구조 타파를 위한 집단적 투쟁을 깎아내리는 것은 틀렸다. 여전히 압도 다수의 학생·교사·학교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교사들은 집단적 투쟁을 통해 교육 현실을 바꿔 왔다. 그런 바탕 위에서만 전체 교사들의 ‘윤리적 실천’도 지속가능하다. ⓒ이미진

자사고와 특목고는 평등교육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사교육업체들이 이윤을 위해 국가에 교육 제도·정책·법률 등을 변경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 공교육의 가치가 공격받는다. 일제고사는 학생·교사·학교·부모·교육청 간 경쟁을 부추긴다. 시험 준비를 위해 학생들은 수동성을 강요받는다. ‘조용히 있으라, 학교 문 앞에서 사회적 지식을 버리고 오로지 시험 과목을 암기하라.’ 그 결과 학생들은 지식의 능동적인 생산자가 아니라 수동적 소비자가 된다.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집단적 투쟁을 조직해 이런 교육 악몽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학교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질 것이다. 당장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가 폐지된 것은 교사들의 집단적 투쟁 덕분이었다.

끝으로, 교육을 둘러싼 논쟁은 이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논쟁을 함축하고 있다. 이 사회는 계급으로 분열돼 있다. 이런 분열은 학교에도 투영된다. 그래서 학교는 교육과 사회적 통제, 호기심과 공포, 똑같은 교복과 시험을 통한 경쟁·개인주의 심화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느라 애를 썼다. 이런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려고 역사적으로, 해방을 염원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억압에 맞서 싸웠다. 전교조의 역사가 정확히 그랬다.

지금도 교사들은 집단적으로 조직돼야 하고 불평등한 교육 구조에 도전하는 집단적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연대, 지지, 협력 같은 개념과 가치야말로 노동계급의 진정한 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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