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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드러낸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올 2분기 일본 경제는 전 분기에 견줘 1.7퍼센트(연율 6.8퍼센트)나 축소됐다. 2011년 3월 대지진 발생 이후 가장 큰 후퇴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한때 70퍼센트대를 구가하던 아베의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다. 아베의 지지율은 집단적 자위권 해석 개헌 강행에 대한 반감과 결합돼 출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베노믹스는 시중에 대규모로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무제한적 금융완화(일본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와 정부 재정 지출 확대(20조 엔), 규제 완화와 같은 ‘성장 전략’이 그 구체적 내용이다.

지난해 4월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주식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닛케이 평균 주가가 56퍼센트 상승했다. 물가상승률도 2013년 6월을 기점으로 플러스로 전환됐다(일본 경제는 지난 20년 가까이 디플레이션이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실물 경제를 살리는 데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엔화 가치가 떨어졌음에도 지난해 일본의 수출은 오히려 줄었다. 계속되는 세계경제 저성장 상황에서 일본의 핵심 수출품인 자본재에 대한 수요가 미진한 탓이다.

반대로, 핵발전소 가동을 중지하면서 에너지 수입이 대폭 증가해 무역적자가 심화했다. 올 7월 일본의 무역수지는 9천6백40억 엔 적자로 2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지난해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올랐다. 대표적으로 도요타는 2013년 4월부터 1년 동안의 영업이익이 그 전년보다 73.5퍼센트 증가했다. 경제 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6년 만에 최고 액수다. 수출 물량이 늘진 않았지만 엔저 때문에 엔화 표시 수출 단가가 오른 덕분이다.

그러나 이익 확대가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 지난 1년 동안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는 1~2퍼센트대의 증가에 머물렀다. 올해는 그보다 더 증가했다고 하지만, 그조차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전과 견주면 한참 적고, 2012년보다도 약간 많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며(특히, 이윤율 회복) 3백조 엔이 넘는 현금을 쌓아 두고 있다.

그리고 수출품 가격을 낮춰서 수출 시장을 확대하기보다는 당장 이윤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것은 애초에 통화량 부족 때문에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아베 정부는 미국이나 영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양적완화 수준보다 갑절 이상 많은 돈을 시중에 풀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경제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일본 경제는 2008년 대침체 이후에 한 해 1퍼센트 이하로 확장해 왔을 뿐이다. 아베 정부 하에서 성장률은 1.8퍼센트까지 올랐지만, [이조차] 위기 전보다는 여전히 나을 게 없다.”(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

양적완화와 정부 재정지출이 기업들에게 큰 이득을 안겨 준 것은 분명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키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아베노믹스가 악화시킨 국가 채무 문제는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더 가난해진 노동자들

수출 기업들은 엔저로 큰 이득을 얻었지만,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베노믹스 시행 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아베가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지난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명목임금이 소폭 늘긴 했다(3백인 이상 대기업은 2.41퍼센트, 중소기업은 1.84퍼센트). 그러나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을 따라가지 못했다. 즉,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일본인 다수가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거의 체감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건 이 때문이다.

거기다 아베노믹스의 셋째 ‘화살’인 ‘성장 전략’은 법인세 인하와 노동유연화, 각종 규제 완화,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핵심이다. 이것은 기업들의 이윤 증대에는 분명 도움을 주겠지만 노동자들을 더한층의 저임금과 빈곤,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게 만들 것이다.

“아베노믹스 이면의 진정한 의제는 일본 가계의 생활 수준을 쥐어짬으로써 일본 자본의 수익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는 마이클 로버츠의 지적이 타당해 보이는 이유다.

아베노믹스보다도 못한 초이노믹스

최근 경제부총리 최경환은 41조 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최경환의 경기부양책은 ‘한국판 양적완화’로 이른바 ‘초이노믹스’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시행된 지난 1년 반을 보면 초이노믹스의 미래도 그리 밝지는 않아 보인다.

더구나 초이노믹스는 아베노믹스보다 정부 재정지출의 절대적 규모나 통화정책의 추진 강도 면에서 훨씬 빈약하다. 예컨대, 정부 재정지출 부문을 보면, 일본은 GDP 대비 2.7퍼센트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한국은 GDP 대비 0.8퍼센트 수준이다.

이것은 일본에서처럼 일시적으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는 있겠지만, 아베노믹스보다도 더 빨리 약발이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도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