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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대선:
“차악론”의 모순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의 절반 이상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전 국민 보건의료 제도와 더 나은 아동 교육을 원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는 11월에 진정한 반전·친노동자 후보, 즉 랠프 네이더와 피터 카메호에게 투표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진정한 좌파적 대안 건설이 분명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잠재력의 많은 부분이 적어도 11월 선거 때까지는 현실화할 것 같지 않다.

불행하게도, 광범한 반부시 정서를 좌파 정치 세력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과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케리 지지 운동에 재능을 쏟아붓고 있다.

그들은 부시의 낙선을 원한다면 케리를 지지하라고 주장한다. 그가 이라크 침략과 점령, 애국자법,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찬성하고 동성애자 결혼에 반대하는 데도 말이다.

재앙

네이더의 독자 후보 출마를 반대하는 이들 ‘진보적’ 차악론자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부시 당선은 정말 끔찍하다. 그런데 선거전은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므로 수천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더에게 투표하는 것은 부시의 당선을 도와 주는 것이다.’

물론 부시 당선이 재앙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좌파는 없다. 그러나 차악론자들의 주장은 역대 선거 때마다 나왔던 주장이다.

미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좌경 자유주의 주간지 《네이션》은 지난 1월 네이더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실었다.

“올해 당신[네이더]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잘못이다. 2004년은 2000년이 아니다. 조지 W 부시는 우리를 불법적 예방 전쟁으로 이끌었다. 부시를 패배시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2000년에도 《네이션》의 칼럼니스트 에릭 알터만은 네이더의 “과대망상증” 때문에 앨 고어가 패배했다고 네이더를 비난한 바 있다.

사실, 미국에서는 조금이라도 괜찮은 좌파 후보가 출마하면 언제나 이런 얘기가 나돌았다. ‘우리는 당신 말에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차악’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지금 미국에서는 부시의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존 케리)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신물

네이더의 선거 운동은 양당 체제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왔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아랍계 미국인의 20퍼센트, 미국 무슬림의 26퍼센트가 네이더를 지지한다. 2000년 대선 때 미국 무슬림의 절반 이상이 부시를 지지했지만 이제 그 수치는 2퍼센트로 떨어졌다.

갤럽 여론조사는 네이더 지지율이 3퍼센트에서 8퍼센트 사이라고 한다. 미국인 6백만 명∼1천6백만 명이 네이더를 지지하는 것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흐리멍텅한 케리의 선거 운동이 지지표 결집에 실패할수록 네이더에 대한 사퇴 압력은 커질 것이다.

이미 아리조나 주에서 민주당은 네이더의 후보 등록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일리노이 주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진보적 좌파 정치를 위한 투쟁의 여지가 줄어드는 지금 그런 투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네이더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는 양당 체제를 파괴하려 한다. 두 정당 모두 전쟁과 애국자법, WTO를 지지하는 정당들이다.”

네이더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공근로, 전 국민 보건의료 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고 용감하게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지지한다.

이미 네이더는 2000년 대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선거 자금을 확보했고 전국적으로 거의 1백만 명의 후보 추천 서명도 받아 놓았다.

미국 좌파의 과제는 차악론과 좌파 독자 후보 출마 봉쇄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자본가들의 정치에 넌더리가 난 수많은 미국인들을 위해 전쟁 정당들과는 다른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다.

녹색당은 어디로?

지난 6월 녹색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다수는 데이빗 캅을 녹색당 대선 후보로 지명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많은 평당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8월 10일 녹색당 캘리포니아 주 조정위원회는 대통령 후보를 캅에서 네이더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주(州) 특별 당대회 소집안을 11 대 7로 부결시켰다.

사실, 지난 3월의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 때 캘리포니아에서 피터 카메호 ― 네이더의 러닝메이트 ― 는 72퍼센트의 지지를 얻은 반면 캅의 지지율은 겨우 12퍼센트였다. 그리고 지금도 조정위원회의 다수는 네이더와 카메호를 지지한다. 그러나 그들은 전당대회 결과를 뒤집는 것은 주저했다.

같은 날 녹색당 버몬트 주 조정위원회는 표결 끝에 9월 중순 주 당대회에서 캅을 네이더로 교체하는 문제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사건들, 그리고 전당대회 결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녹색당원들이 네이더-카메호 선거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 등은 녹색당 내의 불만과 반감을 잘 보여 준다. 여기에는 또 정치적 견해 차이도 반영돼 있다.

캅은 데니스 쿠치니치 같은 민주당 내 자유주의 분파와 동맹을 건설하고 싶어하는 녹색당 내 흐름을 대변한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가 당선한 것은 네이더 탓이라고 주장하는 그들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녹색당 때문에 민주당이 패배했다는 비난을 들을까 봐 두려워한다.

저명한 녹색당원이자 캅 지지자인 미디어 벤저민은 이런 태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진보진영에 보내는 공개서한 : 캅에게 투표하라. 케리에게도 투표하라.”

카메호가 대변하는 녹색당 내 다른 흐름은 네이더와의 공동 선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카메호는 캅과의 논쟁에서 “우리는 민주당에 투표해서는 절대 안 된다.” 하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민주·공화 양당과는 다른 대안 정치 세력을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대안 건설을 거부하는 행보를 보여 주었다. 이에 대한 실망과 반발로 녹색당의 모순과 분열은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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