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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이시스 공격:
쿠르드족을 위한 공습이라는 거짓말

미국은 쿠르드족의 정당한 민족해방 요구를 중동 공격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

역겨운 위선이다. 수십 년간 쿠르드족을 억압하고 쿠르드족의 적과 한편에 선 자들이 지금은 마치 쿠르드족의 친구인 양 행세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 이하 아이시스)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마을 코바니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공습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은 또한 터키와 동맹 관계이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수십 년간 쿠르드족과 ‘더러운 전쟁’을 벌여 적어도 3만 명 이상을 학살했다.

쿠르드족은 자체의 국가가 없는 세계 최대 단일 민족으로 3천만 명이 터키, 이란, 시리아, 이라크 일대에서 살고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쿠르드족의 독립 국가 수립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

제국주의 열강 특히 미국은 여러 차례 쿠르드족을 이용하고는 버렸다. 제국주의자들은 단 한 번도 쿠르드족의 해방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어 사용도 중형으로 처벌할 정도로 쿠르드족을 수십 년간 억압했다.

제국주의 ─ 자본주의 열강이 세계적 패권을 위해 경쟁하는 시대 ─ 가 쿠르드족 억압의 근본 원인이다.

분할

쿠르드족은 제1차세계대전 이후 제국주의적 분할의 주요 희생자이다.

제국주의자들이 멋대로 그은 국경선 탓에 쿠르드족은 여러 나라에 나뉘어 살게 됐다. ⓒ〈노동자 연대〉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민족자결권을 운운하며 쿠르드족에게 독립 국가를 약속했다. 그러나 윌슨의 진짜 목표는 제1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동맹국’(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오스만·불가리아)과 그 협력 세력의 영토를 놓고 진행된 세계 재분할에서 미국의 이득을 챙기는 것이었다.

이라크 북부에서 유전 지대를 발견한 영국은 쿠르드족의 독립을 막았다. 1922년 영국군은 신속하게 이 지역으로 진격해 화학무기로 쿠르드족을 잔혹하게 진압했다.

쿠르드 민족주의 운동은 종종 사회주의적 언사를 썼다. 그러나 그들은 제국주의와의 협상을 통해 독립 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졌다.

이라크 쿠르드족 지도부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무스타파 바르자니가 쿠르드민주당(KDP)을 창당하면서 형성됐다. 지금은 그의 아들 마수드 바르자니가 쿠르드민주당을 이끌고 있다. 쿠르드민주당은 지금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1950년대 말 이라크에서 영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혁명이 일어났다. 당시 아버지 바르자니가 이끄는 쿠르드민주당은 영국의 꼭두각시 왕정에 맞서 반란을 이끈 아랍 민족주의 장교 압둘카림 카심과 동맹을 맺었다.

쿠르드족에게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부(CIA)가 지원한 쿠데타로 바트당이 집권하고, 이윽고 사담 후세인이 권력을 잡았다.

후세인은 쿠르드족의 자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바트당은 이라크 공산당과 노조를 분쇄한 뒤 쿠르드민주당을 배신했다.

바르자니는 후세인에 협조했다. 이 때문에 쿠르드족 지도부는 제각각 후세인과 동맹을 맺어 권력을 강화하려는 세력들로 분열했다.

미국은 후세인과 이합(離合)하며 때때로 쿠르드족 반란을 부추기고 때로는 쿠르드족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방조했다.

예컨대,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이 끝날 무렵 이라크 남부 시아파와 북부 쿠르드족의 봉기를 부추겼다.

분쇄

그러나 미국은 쿠르드족 독립에 반대하는 동맹국 터키를 의식해 후세인이 쿠르드족 봉기를 분쇄하도록 내버려뒀다. 그 후 미국은 이라크 북부에 “피난처”를 설치했지만, 이 “비행금지구역”은 쿠르드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1999년 터키 군대 5천 명이 이라크 북부로 진입해 쿠르드족 지도자 압둘라 오칼란을 체포하자 미국은 크게 기뻐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과 점령 시기 동안 미국은 쿠르드족을 무장시켜 서방의 석유 이권을 지키고 필요할 때는 미국의 앞잡이로 싸우도록 했다. 그러나 쿠르드족이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터키에서 반란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코바니의 쿠르드족을 돕고 싶어 하지 않는다. 쿠르드족 투사들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공공연히 아이시스든 쿠르드노동자당이든 테러집단이기는 마찬가지이며 “그 둘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들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의 고위 간부 엠룰라 이시레르는 쿠르드노동자당이 아이시스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러시아 혁명가 레닌은 혁명가들이 제국주의에 맞선 모든 진정한 민족해방운동을 지지해야 하지만 그 운동에 “빨간 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사회주의와 민족해방은 다르다. 자본주의에서 국민은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지배계급은 노동계급을 착취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이 계급 체제를 끝장내고 노동계급이 자신들이 생산하는 부를 통제하는 사회를 원한다. 민족주의 운동은 자본주의를 끝내길 원하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변화를 원한다.

제국주의는 쿠르드족을 지속적으로 억압했다. 이 억압은 제국주의 세력에게서 군사 지원을 받거나 그들과 타협하는 것으로는 끝장날 수 없다.

오직 중동의 국가 체제 전부를 전복해야만 쿠르드족이 독립할 수 있다. 그런 거대한 변화의 잠재력은 이미 힐끗 드러난 바 있다. 제국주의에게 그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통해서.

2010년과 2011년에 일어난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은 서방이 지원하는 무자비한 독재자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그 혁명이 지금은 좌절을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혁명에서 배운 교훈이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와 중동 정권들에 맞선 노동계급의 거대한 투쟁에 쿠르드족 민족해방의 해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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