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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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 중단을 약속한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시리자의 집권은 큰 전진이겠지만 누가 이기든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지도적 활동가이자 그 당의 기관지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다.
1월 5일 경찰이 한 노동자 집단을 공격했다. 그리스 선거 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보여 준 사건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아테네 인근 재활용품 처리 시설을 점거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 노동자들은 크리스마스 직전에 임금 체불에 항의해 일손을 놓고 점거에 들어갔다. 경찰은 파업 지지 대열이 폭력을 행사했다며 33명을 연행했다. 그중에는 반자본주의 좌파연합체 안타르시아의 아테네 시의원 페트로스 콘스탄티누와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자비에드 아슬람도 있었다.
이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12월 29일 안토니스 사마라스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붕괴했을 때 아테네 국회의사당 밖에서 다른 부문 노동자들과 함께 행진하고 축하했던 노동자들이다. 재무부 청소 노동자들, 공영 방송국 ERT의 언론 노동자들, 학교 노동자들이 함께 행진했다. 사마라스가 해고한 이 노동자들은 복직을 위해 투쟁해 왔다.
정부가 새 대통령을 선출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자들은 기뻐했다. 사람들은 얼싸안았고, 광장 주변을 행진했다. 그리스 전역이 이런 분위기에 휩싸였다.
1월 25일 총선에서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가 승리할 것 같다. 시리자는 은행가들의 위기에서 비롯한 그리스의 부채를 재협상하고 싶어 한다. 정부는 겁주기 캠페인으로 반격했고, 언론이 장단을 맞췄다. 이들은 시리자가 승리하면 경제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떠든다.
부채
또, 그들은 시리자가 승리하면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빚은 은행가들 때문에 급증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채권자다. 중도 유권자들을 겁줘 시리자에 투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거대한 좌경화 흐름 때문에 이 계획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심지어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조차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이 마주하는 장애물은 겁주기 캠페인 말고도 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민간 투기자본도 그리스를 협박한다. [세계 3대 자산 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은 런던 금융가에서 시리자와 만나 그리스 4대 은행의 하나인 유로뱅크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대통령 선출 기간에 매우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익 정당인 독립그리스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정부 측의] 매표(買票)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가 제시한 증거를 진지하게 채택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장차 등장할] 좌파 정부가 국가 기구 안에서 어떤 어려움에 봉착할지를 얼핏 보여 준 사건이다.
지난주 시리자 대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안타르시아를 포함한 다른 좌파 정당들에 지지를 요청했다. 시리자가 유럽연합 탈퇴파와 공조하려 하자 정부는 시리자가 극단적이라고 비난했다. 이것은 모두 겁주기 캠페인의 일환이다.
물론, 안타르시아에 참가하고 있는 우리 단체[사회주의노동자당 SEK]는 정부의 노동자 공격에 맞서는 시리자와 한편에 설 것이다.
그러나 안타르시아와 시리자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시리자는 유럽연합 탈퇴를 원하지 않고, 부채 취소보다는 재협상을 원한다. 시리자는 그리스 민중의 민주적 의지를 존중하라고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에 말한다. 시리자가 부채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중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은 민주주의를 경멸한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보여 줬다.
유럽중앙은행 총재 마리오 드라기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 같은 자들은 결코 순순히 그리스 은행들에 자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데 시리자가 그들을 달래는 식으로 접근할 조짐을 보이고 있으므로 반자본주의 좌파는 왼쪽에서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조직해야 한다.
시리자 지도부의 선거 운동 계획에는 실제로 문제가 있다. 시리자 지도부는 2013년까지 정부에 참여했던 민주좌파당의 당원 같은 친우파적인 후보들까지 지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리자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다. 한동안 시리자는 계속 우경화했지만, 선거 기간에는 그러기가 어려울 것이다.
타협
치프라스는 은행가들과 어떻게 타협할지를 말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안다. 그래서 그는 한편에선 은행가들을 달래고 다른 한편에선 대중에게 호소하는 식으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시리자 정부가 실질적 개혁을 제공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리고 그 개혁은 단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국회의사당 밖에서 행진하던 노동자들은 복직을 기대한다. 이 문제는 노동자와 새 정부가 맞붙게 될 첫 쟁점이 될 것이다.
또한 법원이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에 대한 재판 일정을 잡지 않고 계속 미루고 있는데, 시리자 정부는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들은 이주민 자녀를 공격하는 사마라스의 정책을 폐기시키기 위한 운동을 벌여 왔다. 그들은 그리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모두에게 그리스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모든 투쟁들 덕에 시리자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갈 수 있었다. 이 투쟁들은 또한 사람들이 시리자 정부에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 준다. 안타르시아는 선거 운동을 통해 이런 좌경화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후보로 내세웠다. [또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후보를 세워 우파의 인종차별적 정책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선거 운동 속에서 황금새벽당에 대한 재판도 촉구할 것이다.
우리는 부채 문제에서 유럽중앙은행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과 단절하고 부채를 탕감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정부의 겁주기 캠페인에 반격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이번 선거 운동은 미래를 대비하는 초석이기도 하다. 시리자가 집권하더라도 우리는 운동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투쟁해 온 것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 상층부의 상시적 위기
긴축 정책 추진 압력과 저항 사이에 끼어 정부가 세 차례 무너졌다. 경제 위기가 시작된 이래 32번의 총파업을 포함해 수많은 투쟁이 있었다.
혹독한 삭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리스 기업인들은 삭감을 열렬히 지지했다. 차기 정부도 전임 정부들을 붕괴시킨 압력에 똑같이 직면할 것이다. 독일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그리스에 긴축 정책을 관철시키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긴축 정책을 완화하느니 차라리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암시했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시킬 방법은 은행가들이 만든 위기의 대가를 치르길 거부하는 것밖에 없다.
파시스트에 맞선 투쟁
나치인 황금새벽당에 맞선 반파시즘 대중 운동이 성장해 왔다. 정부는 파업과 시위에 압력받아 어쩔 수 없이 황금새벽당의 폭력에 대응해야 했다.
황금새벽당 지도부는 이주민들과 좌파들에 대한 끔찍한 테러를 계획·교사·실행한 혐의로 재판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났는데도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국가는 파시스트의 적이 아니다.
2012년 선거에서 약 50퍼센트의 경찰관이 황금새벽당에 투표했다. 그리스 지배자들은 위기가 계속 심화되면 노동자들을 진압하는 데 파시스트들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장차 등장할 시리자 정부에 경제 문제와 함께 황금새벽당 재판 진행 문제도 주요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파시스트의 부활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노동자의 대중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