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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성명:
시리자-유로그룹 합의안은 결코 통과돼선 안 된다

다음은 2월 24일에 발표된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성명이다.

2월 20일 시리자와 유로그룹이 맺은 합의는 긴축을 연장하는 것이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던 최소한의 약속도 팽개친 것이다.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이번 합의에 대한 유로그룹 공식 성명서가 서두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바, 즉 “연장의 목적은 현행 협약의 지원 조건을 기초로 이행 점검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그리스 정부와 관계기관들의 협의 하에 유연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쉬운 말로 풀어 쓰자면, [긴축을 강요하는] 양해각서(“현행 협약”으로 표현이 바뀌었다)는 여전히 유효하고, 트로이카의 통제(“이행점검”)가 계속 된다는 뜻이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변경사항(“유연성”)은 트로이카(“관계기관들”)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번 합의에서 이득을 본 것은 은행가들뿐이다. 그들은 은행에 대한 통제권을 지키면서, 유럽중앙은행의 자금 원조를 보장받고, 이 “현금 유동성”을 부채 돌려막기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도 그랬듯, 트로이카에서 오는 차입금은 은행가들의 부채를 갚는 데 쓰일 뿐,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쓰이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심지어 신임 장관들이 취임 직후 했던 약속들조차 모두 ‘동결’됐다. 정부는 지출을 삭감해서 ‘적절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재정을 운영하려 한다. 민영화된 공기업들이 재국유화되지도 않을뿐더러, 민영화가 계속 추진될 것이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약속했지만, 이는 신규채용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선박 소유주들에 대한 면세 규정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체불된 세금이 많은 부자들에게는 편의를 봐 줬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면세 조처는 트로이카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적 합의”의 영역으로 넘어갔는데, 이 말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면 노조가 사용자 단체와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 연금 삭감 조처도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 정부는 기존의 정책이나 구조개혁 작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되돌림으로써 관계기관들이 평가하는 재정수지 목표, 경제 회복, 금융 안정성에 부정적 충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유로그룹 성명]

한 걸음 정도가 아니라 여러 걸음 뒷걸음질친 알렉시스 치프라스는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던 민중이 여전히 자신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리자 소속 유럽의회 의원] 마놀리스 글레조스가 자신이 환상을 조장한 공범이었음을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이 더 옳다.

지금의 중요한 과제는 이런 파괴적 사태 전개를 막는 것이다. 대안은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세 가지가 중요하다.

“그만! 우리는 빚을 갚지 않겠다” 2월 26일 혁명적 반자본주의 좌파 안타르시아가 호소해 열린, 시리자 ─ 유로그룹 합의 반대 시위. ⓒ사진 출처 그리스 노동자연대

첫째, 노동자 투쟁이 계속돼야 한다. 노동자들은 지난 시기 양해각서에 따른 트로이카의 공격에 맞서 왔다. 우리는 노동운동의 모든 주요 요구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런 요구들이 이번 합의 때문에 ‘동결’되는 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 요구들은 다음과 같다:

모든 해고 노동자가 원래의 일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몇 년간 폐쇄됐던 국영방송국 ERT, 학교, 병원 등을 전부 다시 열어야 한다. 공공부문에 대해 “재무건전성”이니 “직무 평가”니 임금 삭감이니 하는 말이 더는 나와선 안 된다.

COSCO[중국원양운수그룹] 같은 민간부문의 약탈자들을 항만, 공항, 철도, 수도, 발전 부문에서 쫓아내야 한다. 과거와 미래의 삭감에 맞서 임금, 연금, 단체협상 등을 모두 원래 수준으로 회복해야 한다.

인종차별 정책(이민 2세대의 시민권 불인정, 이주민에 대한 경찰의 인종차별적 집중단속 계획 “제니오스 제우스”, 강제수용소, 터키와의 국경 지대에 펜스 설치, 유럽연합 국경관리청(Frontex)의 국경 순찰)을 중단해야 한다. 이는 난민·이주민뿐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에 대한 공격이다.

네오나치인 황금새벽당을 보호했던 수단을 경찰, 사법부, 선박소유주협회[그리스는 세계 최대의 선박 보유국이다] 등 부문을 막론하고 박살내야 한다. 네오나치 살인마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반자본주의적 방안

이런 요구를 위해 우리는 파업, 집회, 작업장 점거를 재개해야 하고 제2의 마놀라다 투쟁[관리자가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수십 명에게 총기를 난사한 것에 항의한 투쟁]도 필요하다. 우리의 힘은 투표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과 그들의 투쟁에 있다. 어떤 “국민투표”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다. 만일 국민투표가 붙여진다면 우리는 이번 합의를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둘째, 노동자 투쟁과 요구사항을 정치적으로 일반화하는 것이다. 반자본주의적 행동 강령(부채 탕감, 유로존과 유럽연합 탈퇴, 노동자 관리가 수반되는 은행 국유화)은 이를 위한 수단이다. 어떤 투쟁이든 승리하려면 총체적 전망이 있어야 한다.

유동 자금을 막아 은행을 망하게 하겠다는 유럽중앙은행의 협박에 무릎 꿇지 않으려면, 또한 투기꾼들이 자본을 해외로 유출해 “뱅크런”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지 않으려면 은행과 환율, 자본 흐름을 통제해야 한다.

이런 반자본주의적 방안은 노동자들이 “그만! 우리는 빚을 갚지 않겠다”고 말하며 벌이는 투쟁을 뒷받침하고 임금·연금·복지의 삭감을 막을 수 있다.

정부의 재정 통계를 보더라도 그리스는 지난 30년 동안 어마어마한 부채를 갚았는데 부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부채 무효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요구이고, 이 난국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또한 일상의 모든 투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셋째, 혁명적 반자본주의 좌파가 성장해야 한다. 시리자와 유로그룹(은행가들의 기구)의 타협은 개혁주의 노선이 막다른 길임을 보여 준다. 이것은 시리자의 일시적 후퇴가 아니다. 그보다는 시리자가 [우파 정당인] 그리스독립당의 카메노스[신임 국방장관으로 임명됐다], [최근까지 긴축을 밀어붙인] 신민당 소속의 새 대통령 파블로풀로스[시리자가 다수인 의회가 선출했다], 그 밖의 자본가 계급 내 정치적 인사나 기구와 동맹을 모색하는 전략의 핵심적 일환이다.

로자 룩셈부르크가 ‘개혁이냐 혁명이냐’는 질문에 대해 쓴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이 물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시의적절해지고 있다. “[‘개혁이냐 혁명이냐’라는] 종래의 이분법을 뛰어넘은 새로운 급진좌파”라고 시리자를 추켜세우며 이 질문을 피해가려 했던 사람들은 지금 궁색한 처지가 됐다. 용기 있는 자는 사과를 하고 수치를 모르는 자들은 변명거리를 찾고 있다.

실망하고 후퇴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혁명적 투쟁의 기치를 높이 들 때이다. 그 기회가 유실되기 전에 말이다. 지난 5년 동안 운동은 4개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혁명적 좌파 조직에 가입할 수 있고, 또 가입해야 한다.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산물과 삶을 지배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에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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