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1일 인종차별 반대 행동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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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의 날에 맞춰 한국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준비되고 있다. 그리스,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도 벌어질 계획이다.
한국 인종차별 반대 집회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국제 인종차별 반대 행동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 열린다. 최근 잇따른 테러 사건이 인종차별 강화 흐름과 이슬람 혐오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3월 21일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이주민이 1백70만 명이 넘어선 한국에서도 인종차별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영어 강사 채용 광고는 지원 자격에 ‘백인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명시했는데, 학원가에서는 비백인 강사 채용 거부가 횡행한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던 유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은 “한국은 제도적 차원의 인종차별이나 외국인 혐오는 없지만 개인 간에는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와 관련된 사례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온 비백인 이주민 상당수는 지하철, 상점, 거리 등지에서 인종차별적 언행들로 불쾌한 경험을 자주 한다.
그러나 개인들 간의 인종차별을 주된 문제로 제기해서는 왜 이런 인종차별적 편견들이 늘어나는지, 또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효과적인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
특히 한국 인종차별의 많은 부분이 바로 정부의 정책과 제도적 차원의 인종차별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가리게 된다. 한국에서 인종차별은 각종 이주민 규제와 관련 기관 직원들의 태도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차별 대상은 대부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들로 대부분 비백인이다.
〈법률과 제도상의 인종차별〉
⊙ 고용허가제법의 직장 변경 제한 규정: 이주노동자는 사업주 승인 없이는 작업장을 옮기지 못한다. 사업주의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작업장에서 폭행이나 학대를 당해도 손 쓸 방법이 없다.
⊙ 결혼 이주민에 대한 귀화 심사: 위장 결혼 색출을 구실로 까다롭고 모욕적으로 ‘혼인의 진정성’을 심사하는 등 날로 심사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서남아시아 출신 남성들이 주차 위반, 신호 위반 등의 전력 때문에 귀화 심사에서 거부되는 ‘이중처벌’까지 받기도 한다.
최근 법무부는 결혼 이민자가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져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못하고 “자녀 양육에도 문제”가 생겨 “사회적 갈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며, 귀화 필기시험 부활과 조건부 영주자격 부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난민에게 고통만 주는 난민법: 2013년에 제정된 난민법은 입국 단계에서 난민 신청을 수용할지 말지까지 심사하는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수단 출신의 한 난민 신청자는 난민 신청 자체가 거부돼 공항 구금 시설에 5개월이 넘도록 구금 당했고 변호인 접견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가 시리아 난민 4백77명을 ‘인도적 체류자’로 받아들여 놓고는 취업 허가 외에 건강보험이나 생계 지원 등은 일절 지원하지 않았다.
⊙ 감옥보다 열악한 외국인 수용소 : 대한변협은 2015년 ‘외국인보호소’ 실태 조사 결과 발표에서 이 시설은 보호 시설이 아니라 인신을 구속하는 구금 시설임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구금에 필요한 영장제도나 구금 연장 등에 대한 적법한 절차는 전혀 없다. 이 때문에 장기 구금, 심지어 아동 구금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2010~13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난민신청자 26명의 평균 구금기간은 무려 3백14일이었다. 범죄자가 아닌데도 제복을 착용하게 했다. 10분 남짓한 운동시간, 겨울철 난방 부족, 부실한 식사 등의 처우는 감옥보다 열악하다.
이런 차별적 제도들은 이주민들을 취업 과정과 작업장에서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열악한 주거 환경 속에 내몰고 사회 복지나 교육 제도 등 사회적 권리에서도 배제한다. 그렇게 해서 이주민들은 가장 열악한 조건의 인구 집단이 되게 만든다. 정치 활동도 일절 금지돼 있으니 권리 개선이 더욱 어렵다.
한국에 영주하거나 귀화한 이주민이 날로 늘고 있는 마당이라, 이런 차별은 대물림돼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주민 배경 가정의 아동이 19만 명에 이른다. 이 아동들은 ‘다문화 아동’이라는 딱지가 붙어 차별과 소외 속에서 자라고 있다.
범죄
정부는 차별을 정당화하려고 외국인 범죄, 일자리 잠식, 사회 통합의 어려움 따위를 근거로 내세운다. 또 이 근거를 내세워 규제를 강화한다. 여기에 주류 언론이 테러, 범죄 등 운운하며 인종차별적 편견을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부풀려져 왜곡된 것이거나 순전히 거짓말인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외국인 범죄를 대하는 정부와 언론의 태도는 완전히 엉터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범죄율은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4.1배나 높다.
외국인의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는 공포를 부추기지만, 경찰청의 자료를 봐도 2007~11년 기간 전체 외국인 범죄 중 살인은 0.4퍼센트에 불과했다. 또 같은 시기 5대 강력 범죄율도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높다. (인구 10만 명당 내국인 3천6백92명, 외국인 2천4백29명)
최근 중국 동포 출신 살인 사건을 언론이 대서특필한 통에 중국 국적(동포 포함)자의 범죄율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인구 10만 명 당 범죄자 검거 인원을 보면 중국인보다 미국, 캐나다 국적자가 월등히 높다.
또 외국인 범죄자 중에서 불법체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외국인 체류자 중 불법체류자가 차지하는 비율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다. 경찰이 확인한 외국인 범죄자 중 불법체류자가 5.7퍼센트(1천5백37명)에 불과했다(2011년).
경찰 자신의 통계인데도 이런 사실은 말하지 않은 채, 특정 흉악범죄를 내세워 미등록 이주민 전체를 아예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완전한 거짓말이다.
이런 정부 정책과 주류 언론의 논조가 인종차별적 편견을 확대하고 개인 간에 인종 혐오적 언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날로 심화되는 경제 위기에 이주민 속죄양 삼기는 일부 대중으로 하여금 분노의 초점을 엉뚱한 곳에 맞추게 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따라서 인종차별의 확산을 막으려면 정부의 차별적인 정책과 근거 없는 이주민 속죄양 삼기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말 수원에서 벌어진 미등록 체류자의 살인 사건을 빌미로 수원시장은 이주민 밀집 지역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기이주공대위, 이주공동행동 등이 나서 기자회견 등을 열고 항의를 조직해 이 계획을 좌절시켰다.
이와 같은 항의가 더 확대돼야 한다. 전수조사는 중단시켰지만 정부는 수원에 광역단속반을 투입해 열흘 동안 미등록 체류자 1백36명을 단속했고, 전국에서 이주민 밀집 지역에 대한 상시 단속을 강화했다. 또 아무 제한 없이 언제든 출입국 단속반이 주거지와 작업장 등을 쳐들어갈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을 올 상반기에 개악할 계획이다.
최근 한 한국인이 아이시스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 테러방지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는데, 실제로 통과된다면 테러 방지를 빌미로 경찰력을 강화하고 시민적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무슬림 혐오와 이주민 차별을 대폭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주민 탄압을 강화하고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라는 위험한 목소리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 위기 심화 속에 인종차별 확산은 우익 결집의 초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노동자 계급을 분열시켜, 정부나 사용주에 맞서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인종차별 문제는 단지 이주민의 처지 악화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은 노동자 운동이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월 21일 국제적으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반대 행동에 함께 동참하자.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맞이 집회
‘인종차별을 멈춰라! STOP RACISM!’
일시 : 2015. 3. 21(토) 오후 3시
장소 : 서울 도심(추후 공지)
주최 : 이주공동행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