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
“더 많은 비정규직” 노리는 박근혜의 공격은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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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간제·특수고용·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을 재·개정해 발표하려고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의 정규직 전환 노력, 업체 교체 시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과 노동조건 유지 노력, 원청 동종 노동자와 동등의 수준 임금 지급 노력, 특수고용 노동자 서면 계약체결, 부당 계약해지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모두 비정규직의 고통을 완화시켜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도 정부의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에 반대하고 있다. “노력” 조항이 대부분이라 처우 개선안이 실질적 효과를 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강제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2013년에 만들어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봐도 알 수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박근혜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말한 정규직은 진정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악직 전환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74퍼센트를 애초부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더 열악한 고용 형태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1만 명이나 확대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조차 “현행 지침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을 확대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민간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래놓고 노동부가 민간까지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니 진정 유체이탈 화법이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생색을 내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 공격을 정당화하려 한다. 비정규직 가이드라인 간담회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공청회를 같은 날 연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이것은 하반기 비정규직 공격의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첫째,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보호” 정책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공격하는 데 이용 할 수 있다. 예컨대 정부는 불법파견 시비 때문에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지원하기 어렵다며 원청의 산업안전, 직업훈련, 기업복지 제공 등을 불법파견 징표에서 삭제하려고 계속 시도해 왔다.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는 명분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으로 다시 대화의 물꼬를 터 하반기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과 파견노동 확대 공격을 추진하려는 의도를 가진 듯하다. 정부는 비정규직 가이드라인을 논의하자며 간담회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초대했는데 특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노사정 논의의 명분으로 삼았던 한국노총 지도부를 염두에 뒀을 것이다(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 이를 거부해 정부의 계획은 일단 관철되지 못했다.)
이미 노동부 장관 이기권은 노사정 협상 결렬 직후 “별도의 노사정 논의 틀을 통해 8월까지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월 정기국회에서 2년으로 돼 있는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 제한을 4년까지 연장하고, 55세 이상과 “전문직·고위직”까지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70퍼센트에 달하는 기간제 비정규직을 겨냥하고,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에게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공격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공격에 맞서 긴장을 늦추지 말고 투쟁을 쌓아나가야 한다.
노동시장구조개악 공격은 비정규직의 조건도 악화시킨다
현재 정부는 실업 청년과 비정규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단협 시정 지침, 임금피크제, 일반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공격하고 있다.
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계급에 떠넘기기 위해서 정부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격차를 내세워 정규직을 특권적 노동자로 매도하는 방식으로 노동계급을 이간하려 한다. 노동운동이 이 문제에 대해서 그동안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격은 결코 정규직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기업이 취업규칙을 더 쉽게 변경할 수 있거나 해고를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면 가뜩이나 노조의 보호를 잘 받지도 못하는 비정규직과 미조직 노동자들의 조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사측이 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취업규칙을 밀어붙이자 이에 항의해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음독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신호를 보내자 삼성이 재빠르게 편승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한 것이다. 이윤을 위해서 비정규직과 같은 열악한 일자리를 만들어 온 당사자들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려서 공격하겠는가?
따라서 정부가 지금은 비정규직에게 개선책처럼 보이는 것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기업주들의 목적은 전체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는 정부 공격에 맞선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하다. 만약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 공격을 잘 방어하지 못하고 전체 투쟁전선이 약화되면 정부는 하반기 비정규직 규제 완화 공격도 더 쉽게 밀어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