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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의 기다림과 뻔뻔한 한국 지배자들:
이주노조 합법화하라

올해는 이주노조 설립 10년이 되는 해다. 이주노조는 2003~04년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과 기만적인 고용허가제 시행에 반대해 벌인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이 투쟁은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얼마나 차별적이고 악랄한지 드러냈고, 노동운동을 포함한 진보진영에서 광범한 연대를 이끌어 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주노조 설립신고를 반려했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주노조 설립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은 대법원에 무려 8년째 계류돼 있다. 그 사이 정부는 이주노조 역대 간부 대부분을 표적 단속해 추방하며 이주노조를 와해시키려 해 왔다. 대법원은 판결을 미룸으로써 정부의 이런 탄압을 사실상 용인해 주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조 조합원 중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는 점을 노조 불인정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법률적 정당성이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체류 자격 여부로 노동3권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국제법은 물론 헌법, 노동법,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도 전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2007년 2월 서울고등법원이 이주노조가 제기한 노조 설립신고 반려 취소 소송에서 ‘체류 자격과 상관 없이 현실적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면 노조 결성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기업주들은 체류 자격과 상관 없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해 편익을 얻어 왔다. 이주노동자들은 제조업 수출 산업의 가장 밑바닥 하청 공장부터,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축산·어업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에 톡톡히 기여해 왔다. 2014년 정부 통계로도 전체 체류 외국인 약 1백80만 명 중 20만 명이 미등록 체류자이다. 즉,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들은 터무니없는 대우를 받고 있다. 직장을 자유롭게 옮길 수 없어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해 미등록 신분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등 노동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들도 제약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또 향상시키려고 결성한 이주노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지금의 처지로 묶어 두겠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정부의 주장은 최근 전교조 법외노조화 공격에서처럼, 조합원 자격을 국가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조합원 자격을 결정할 권리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결사의 자유에 해당하는데 이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교사 등 일부 노동자들을 이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만들면 불법이라고 우기고 있다” 하며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고용노동부는 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면서도 이주노동자가 “내국인과 동등하게 근로기준법 … 의 적용을 받고, 노동3권 등 기본적인 권익 보장”을 누린다고 역겹게 선전하고 있다.

대법원이 분명한 이유도 대지 않고 8년이나 판결을 미뤄 온 이유는 정부의 의사를 거슬러 이주노조를 인정하기도 난감하고,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해 사회적 비난을 받는 것도 피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4월부터 이주노조와 여러 한국 연대 단체들은 기자회견, 대법원 앞 1인 시위, 온·오프라인 서명, 릴레이 신문 광고와 기고 등 이주노조 합법화를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 왔다. 온·오프라인 서명에는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지난 4월 26일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의 주요 요구도 바로 이주노조 합법화였다.

이주노조 합법화 소송이 이번 달 중으로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마땅히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주노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고 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이주노조 합법화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