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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취임 1년:
진보교육감들이 교육 변화 열망에 부응하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와 교육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1년 전 13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했다. 이들은 자사고 폐지, 고교 평준화 확대, 대입 제도 개선, 교육 복지 강화, 학교 혁신 보편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등을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자유주의적 경쟁 교육을 신봉하는 지배계급에게는 못마땅한 공약들이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에 사사건건 트집을 걸었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을 문제 삼아 제거하려고 한다. 지배계급과 우파의 반동적 공격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경쟁 교육

그러나 1년을 경과하면서 진보교육감의 동요와 후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작년 진보교육감의 첫 시험대는 자사고 폐지 쟁점이었다. 고교서열화와 일반고 슬럼화의 요인 중 하나가 자사고이기 때문에 평등 교육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진보교육감이 자사고를 폐지해 줄 것을 기대했다. 자사고의 지정·취소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었다.

이런 열망 덕분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당선했다. 그는 ‘일반고 전성시대’를 제1공약으로 내세웠다. “국제중과 자사고 등 서열화하고 있는 귀족학교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초중등 교육을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대학 입시경쟁 체제에 대한 공조체제를 만들겠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당선하자마자 자사고 문제에서 동요와 후퇴를 거듭했다. 자사고를 비판하면서도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정 취소 적용을 1년 유예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다 2014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 14개(서울 소재 자사고는 25개) 중 6개만 최종 취소했다. 불철저하고 부분적인 개혁에 멈춘 것이다. 그나마도 교육부는 “재량권 남용” 운운하며 지난해 12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고·특목고를 지정하거나 지정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교육부 장관과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었다.

올해 특목고 재지정 문제는 더 실망스러웠다. 조희연 교육감은 입시 비리 문제로 지탄을 받았던 영훈국제중에 대해 2년 뒤 재평가하기로 했다. 서울외국어고에 대해서만 지정 취소했다. 그조차 교육부가 ‘동의’ 조항을 앞세워 특목고 지정 취소를 2년간 유예하도록 교육청에 압력을 넣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대학 서열 체제가 존재하는 한 자사고·특목고를 없앤다고 경쟁 교육의 문제가 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특목고 폐지조차 주저주저했다. 근본적인 개혁도 아니고 부분적 개혁에 대해서조차 망설이고 머뭇거린 것이다. 그 결과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와의 대결에서 완패했다.

자사고 폐지 문제에서의 후퇴는 비단 서울교육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사고를 재지정했다. 2010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에 대해 지정을 취소했던 김승환 전북교육감조차 교육부 지침을 이유로 자사고를 재지정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3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교육감의 진보 정책에 대한 보수의 저항은 다른 곳보다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의제를 빠른 속도로만 추진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하고 말했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무릇 모든 진보 개혁은 보수적 반대에 부딪힌다. 이때 보수적 반대를 의식해 개혁을 반쯤만 하는 것은 실패를 예비하는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해 자사고 폐지 문제에서 서로 대립하는 양 진영을 다 만족시키려고 부분적 개혁을 하다 결국 완패했던 것이다.

무상보육과 지방교육재정

가장 최근에는 진보교육감들이 무상보육(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교육부와 충돌했다. 무상보육은 박근혜의 공약으로 전액 국고로 편성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시행령까지 개정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무상보육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해 지방교육청을 압박했다. 올해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위해 지방교육청이 8천억 원을 지방채로 끌어다 쓴다면 지방채 발행 총액은 5조 9천5백29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제외한 나머지 진보교육감들은 일찌감치 타협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조차 새정치연합 대표 문재인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을 해결하겠다”는 공동 선언을 발표하고 무상보육 예산을 편성했다. 연금 개악 등 많은 문제에서 새정치연합의 말은 흔히 공문구에 그쳤다.

이렇듯 교육재정 예산이 축소되자 진보교육감들의 개혁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교육 복지를 강화하고 학교 혁신을 보편화하겠다는 공약은 축소되거나 후퇴되고 있다. 특히 경기교육청은 예산이 전년 대비 3천4백14억 원이 감소해 분야별 예산 요구액에 약 1조 5천억 원을 삭감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고스란히 교사와 교직원, 학생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교원 정원 축소, 행정실무사 축소, 학교운영비 감축, 정원 외 기간제 교사 해고, 혁신학교 운영 지원금 삭감 등이 2기 진보교육감 지역이라고 일컬어지는 경기 지역에서 1년 동안 벌어졌다.

이처럼 진보교육감 2기가 시작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많은 지역들에서 교육 개혁이 좌절되거나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자사고·특목고 같은 엘리트 경쟁 교육을 유지하고 교육에 대한 통제도 강화시키고 싶어 한다. 더불어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위기 국면에서 교육 구조조정 공격과 함께 복지를 축소해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시키기 위한 공격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희연 교육감의 말처럼 교육 개혁의 속도를 천천히 조절하다가는 우파들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기 십상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대다수 진보교육감의 우려스러운 행보에서 보듯 교육부와 정부를 상대로 일관되게 싸우기보다는 동요하고 갈등하다 후퇴를 거듭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결국 작은 개혁조차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총선과 대선을 통해 경쟁 교육을 없앨 수 있다거나 교육 여건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백일몽이다. 교육 개혁을 위한 진정한 동력은 진보교육감들이 아니라 대중 투쟁에 있다.

따라서 전교조는 지배계급과 우파의 진보교육감 공격에 대해서는 방어하면서도(조희연 교육감을 제거하려는 지배계급의 공격에 대해서는 반대해야 한다), 진보교육감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 글은 전교조의 현장 교사들이 발행하는 〈벌떡교사들〉 28호에도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