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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시리자 좌파는 합의안에 반대해 싸워야 한다

이 기사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주간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8월 4일자에 실린 것을 번역한 것이다.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7월에 유럽연합에 굴복했으니 그리스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착각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리스 위기는 시리자의 저항 때문이 아니라 유럽 지배자들이 한 짓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다. 7월 5일에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거의 62퍼센트가 긴축을 거부했는데도 유럽 지배자들은 아랑곳 않는다.

시리자의 주된 전략은 유럽연합의 지배적 세력과 합의해 자신들의 강령을 시행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공상에 불과했다.

전임 그리스 재무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7월 5일 국민투표 직후 사임한 뒤 쏟아낸 인터뷰를 보면 시리자는 전술적 오류도 저질렀다.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는 순진하게도 그들이 유럽연합과 정치적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으면 구제금융의 구체적 항목은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이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전문가들’의 이른바 ‘기술적’ 논의를 더 우선시한다. 그리고는 그런 ‘기술적’ 논의를 무기삼아 구제금융 대상자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긴축으로 몰아넣는다.

국제 채권단은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트로이카’[3인조]였는데, 이제는 여기에 유럽안정화기금(ESF)도 포함됐다.

이 기구들은 최근 그리스에 ‘구제’금융(사실은 그리스가 채권단에 줄 돈을 빌려주는 것) 8백50억 유로(약 1백8조 원)를 줄 것인지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 [협상차] 그리스 아테네로 온 이 ‘콰르텟’[4인조]의 대표자들은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 패거리의 내부에 균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IMF는 이제 채권단이 [그리스] “채무 경감에 동의”할 때까지는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는 2010년 유로존 위기가 시작된 이래 명확했던 사실, 즉 그리스가 빚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하지만 독일이 이끄는 유로그룹의 다수파는 “채무 재조정”에 격렬히 반대한다. 2010년에는 [독일 총리] 메르켈이 손수 나서서 유로존 채무국들에 대한 구제금융에 IMF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메르켈이 임명한 독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주는 것을 훼방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쫓아낸다는 자신의 구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바루파키스에게 말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이용해, 유럽연합이 각국의 지출과 차입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는 조처를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수용하게 만들려 한다고 말이다.

이런 내부적 차이들이 있지만 ‘콰르텟’은 민영화, 연금 삭감, 부가가치세 인상 같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강화하고 시리자가 시행한 개혁을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데서는 한목소리이다. 긴축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여기게 하기 위해 평범한 그리스인들의 고난이 계속돼야 한다고 보는 데서도 한통속이다.

한편 치프라스는 당내 좌파들의 도전을 물리치는데 당분간은 성공한 듯 보인다.

시리자 중앙위원 2백 명 가운데 1백9명이 [7월 13일 시리자 정부와 유럽연합 사이의] 합의안에 반대하는 성명에 서명했었다. 그리고 1월 총선에서 시리자가 승리한 이래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중앙위원회가 드디어 7월 30일에 열렸다.

치프라스는 이 회의에 앞서 좌파들을 무책임한 작자들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당내 반대파를 수세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비난 중에는 [7월 15일] 긴축안의 의회 통과에 항의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외국인 시위대를 공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앙위원회에서 치프라스는 유럽연합과의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필요하면 당원 총투표라도 시행하겠다며 자신을 반대하는 것은 지도부 불신임과 다름 없다고 윽박질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나 총리를 바꾸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말하시오.”

중앙위원회는 정부가 유럽연합 등과 3차 구제금융 내용을 놓고 합의에 도달한 후에야 특별 당대회를 개최해 그 내용을 논의하기로 거수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당초 시리자 내 ‘좌파 연대’(Left Platform)은 3차 구제금융을 위한 협상 자체에 반대하며 즉각적인 특별 당대회 소집을 요구했었다.]

좌파 연대의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와 국회의장 조이 콘스탄토풀루 등 시리자 좌파는 훌륭한 연설을 통해 정부를 분명하게 비판해 왔다. 하지만 라파자니스 등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좌파 장관들은 [치프라스에서 의해 장관직에서] 해임될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했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는 이렇게 비판했다. “좌파 연대는 ‘다원주의를 통한 당내 단결’을 목표로 하므로 당내 절차를 넘어서는 수단을 강구하지 않고 ‘시리자 내 균형을 맞추는 세력’ 이상의 구실은 하지 않으려 한다.”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긴축 거부 의사를 밝힌 유권자들을 누가 대표할 것이냐를 두고 치프라스와 좌파들 사이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좌파 연대’가 구제금융에 반대해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등 반자본주의 좌파연합 안타르시아 소속 단체들과 단결해야만 좌파가 승리할 수 있다. 핵심 전장은 거리와 작업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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