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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고려대 전 출교생들의 손해배상 파기환송심 재판 방청기:
고려대 당국의 반교육적 징계에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8월 1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고려대 전 출교생들의 손해배상 소송 2차 변론이 있었다. (이 사건의 경과는 ‘고려대 출교 손해배상 재판 – 법원은 학생들을 부당 징계한 고려대 당국의 책임을 물어야’를 참고.)

2006년, 고려대 당국은 갓 통폐합한 병설 보건대 학생들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웠던 본교 학생들을 징계했다. 이 중 7명에겐 출교라는 가혹한 조처를 내렸다.

2006년 4월 19일 출교 당일 고려대 민주광장에 모인 학생들

당사자들의 끈질긴 투쟁과 광범한 연대로 출교를 철회시켰지만, 학교 당국은 지치지 않고 출교가 안 되면 퇴학, 퇴학이 안 되면 무기정학으로 괴롭혔다. 이들이 졸업한 뒤에도 소환해서 말이다.

손해배상 소송은 이런 학교 측의 잘못을 확실히 묻기 위한 것이다.

전 출교생인 안형우 동지는 변론 마지막에 재판부에 요청해 발언을 했다.

당시, 고려대 당국은 왜곡으로 가득한 ‘감금 일지’를 징계도 하기 전에 홈페이지에 띄워 여론 재판을 진행했다. 의도적으로 전 출교생들을 패륜아라고 매도한 것이다.

출교 철회 투쟁을 진행하며 밝혀진 것은, 고려대 당국의 진정한 징계 이유였다. 고대 당국은 전 출교생들이 이건희 명예 철학 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를 했고, 각종 학내 시위를 주도했고, 민주노동당 당원이고, 다함께 회원으로서 변혁적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교한 것이라고 법원에 밝혔다.

안형우 동지의 발언에 대한 고려대 측의 변론은 마지막까지 빈곤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한 사안이니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식이었다. 졸업한 이들을 무기정학으로 징계한 것도 소급적용에 관해 법대 교수들의 자문을 받아서 한 것이라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답변 그 어디에도, ‘교육적 차원의 판단’에 대한 것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다시 싸우는 용기

“출교라는 멍에는 벗었지만, 패륜아라는 멍에는 아직 벗겨지지 않았다”. 안형우 동지의 말이 내 귀에 박혔다. 전 출교생들이 패륜을 저질렀단 증거는 없다고 법원에서 판결했지만, 감금일지에 기반한 잘못된 루머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고려대 웹사이트에 나돌고 있다. 무려 10년이다. 그 10년 동안 안형우 동지는 출교 때문에 그만둔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몇 년을 신용불량자로 살아야 했고, 다른 동지는 허리디스크를 얻었다. 누군가는 불면증을 얻는 등, 모두들 병 하나씩은 얻었다.

나는 당시 함께 투쟁했던 학생으로, 유기정학을 받았다. 그리고 천막농성부터, 이 투쟁에 함께해 왔다. 그땐 ‘내가 출교 당했다면 이렇게 싸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고, 지난 첫 재판에 참가하기 전엔 ‘또 재판을 해야 하다니, 정말 지겹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 번의 재판 방청은, 이번 싸움에 대한 안일했던 내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최근에도 한신대에선 학내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학생 징계가 있었고, 부산대에선 총장직선제 폐지를 규탄하며 한 교수가 투신까지 했다. 전 출교생들은 계속되는 학내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 투쟁하기 위해, 잘못한 학교에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확고한 신념이 있기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고려대 총학생회 등 30개 단체, 정의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9명, 많은 교수님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 이주노조 위원장 등이 손해배상을 촉구하는 연서명에 함께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재판엔 첫 재판에 이어, 30여 명이나 재판장을 꽉꽉 채웠다. 방청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안형우 동지의 발언이 끝난 후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안형우 동지가 변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패륜 때문에 징계 받았다면 아무도 이렇게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무처장님이 첫 재판 기자회견에서 얘기하셨던 것처럼, 더는 하기 싫을 수도 있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꿋꿋하게 해내는 용기가 진정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9월 16일에 선고가 있다. 고려대 당국이 ‘우린 잘못한 게 없다’란 말을 다시는 입에 담지 못하도록, 재판부는 확실히 책임을 물려야 한다. 그래서 부당한 징계에 맞선 전 출교생들의 투쟁이 올바르게 끝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안형우 동지의 발언 전문

고려대 당국이 2006년 4월 6일에 발표한 감금일지의 일부를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안형우는 … 시비를 걸고 삿대질과 달려들기를 반복함. 전혀 신체적 접촉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구타를 당하였다고 주장”.

저희들을 패륜아로 매도한 이 글이, 며칠동안 고려대 웹사이트에 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발표가 대중의 인식을 좌우했습니다. 사람들은 이걸 진실로 믿었고 언론은 이 글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상벌위원회가 열려서 저희를 조사했던 건 그로부터 13일 후였습니다. 즉, 사실 조사도 없이 사실인 양 공표를 하고 여론 재판을 한 뒤에, 저희를 출교를 시켰던 거라고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교를… 난생 처음 들어보는 그런… 징계였고요.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늘부터 학생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더 이상 같은 공간에 있지만 뭔가 다른, 그런 느낌을 받고 저희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조사 전에 공표된 감금 일지가 이런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던 것입니다.

사실 당시 상식적 용어에서 본다면 그 사건을 ‘감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들은 웃으시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셨고, 학생들에게 농담까지 거셨습니다. 나중에 성영신 당시 학생처장님은 재판정에서 요구안을 받았더라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 하시기도 했습니다. 4월 5일 당시에 〈고대신문〉 기자가 그 자리에 같이 있었는데, “좀 코미디 같은 상황이었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출교라는 이 멍에를 벗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출교, 퇴학, 무기정학으로 이어졌던 모든 징계를 철회하기까지 3년 6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이걸 위해서 2년 동안 천막 농성을 했고 4천 5백여 명의 학생들이 서명을 했고, 1천여 명의 고려대 학생들이 탄원서를 냈습니다. 수백 개의 성명서가 나왔고 다섯 번이나 재판을 거쳐야 했습니다.

출교는 철회가 됐는데, 재판장님도 아시겠지만, 패륜아라는 멍에는 아직까지 벗지 못했습니다. 아마 평생 안고 가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려대 학생 게시판에는 2015년이 된 지금까지도 잘못된 사실들이 새롭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하지도 않은 일들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고대 당국의 발표가 확대 재생산 돼서 인터넷 상에 떠도는 온갖 악플이 됐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고대 당국이 출교 철회 판결은 퇴학으로, 또 퇴학 철회 판결은 무기정학으로, 이렇게 대응을 한 건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고대 당국은 손해 배상을 걱정하기도 했고, 출교 결정을 내린 교수들의 위신을 걱정했지만, 교육적 판단이 있었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런 논의를 한 기록도 학교가 제출한 상벌위원회 속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법원 판결문엔 민주적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써 있기도 했습니다. 또 법원은 이걸 ‘패륜’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없다고, 그렇게 판결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약에 소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감금일지는 철회해야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이 제가 한 것이라고 써 있는 그런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대 당국은 지난 9년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진실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징계를 세 번이나 할 동안 학교 당국은, 그리고 상벌위원회는 감금 일지에 써 있는 ‘사실’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면서 재심을 하고 그랬던 것입니다.

만약에 4월 5일의 패륜 때문에 저희가 출교도 당하고 퇴학도 당하고 무기정학도 당한 것이었다면, 법원에서 “패륜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얘기했을 때 재조사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당국의 ‘교육적 징계’라는 말을 저희는 여전히 10년이나 지났지만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패륜’ 행위 때문이 아니라, 저희가 2005년에 했던 이건희 명예 철학 박사 학위 수여 반대 시위 때문에 출교 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지금 손해배상 소송에도 국회의원 아홉 분과 고려대 총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와 학생회들, 고려대 학생들 그리고 수많은 동문들이 그렇게 탄원을 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패륜 때문에 그랬다면 아무도 이렇게 탄원해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출교 때문에 알바를 중단해서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몇 년 동안 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불 끄지 않은 천막에서 내내 잠을 자야 했고, 그것 때문에 지금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곤 합니다. 허리 디스크 얻은 학생도 있고… 재판장님도 아까 말씀하셨으니까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 저희는 차별받는 보건대 학생들에게 공감해서 함께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날도 이해관계로만 따진다면 저희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병설보건대 학생들은 시위를 지속할지를 묻는 투표에서 그 자리에서 남는 것을 택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 투표에서 기권을 했습니다. 하지만 병설보건대 학생들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 끝까지 남았습니다. 교육적 고려를 했다면 이런 점들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오직 입 바른 소리를 하려는 학생들을 찍어내려는 의도, 그것만으로 이 징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억울한 마음을 좀 이해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