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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노동자 연대〉 편집자 파노스 가르가나스 인터뷰: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물음을 얼버무려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 연대〉 신문의 국제팀 일원인 차승일 기자는 지금 그리스를 방문 중이다. 그가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SEK의 핵심 간부이자 당 기관지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인 파노스 가르가나스(아래 사진)와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 ] 안의 말은 한국판 〈노동자 연대〉의 편집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덧붙인 말이다.

9월 20일 총선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일각에서는 조기 총선 실시를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승부수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사실 시리자가 이끌던 정부는 지배자들에게 크게 타협해서 무너졌습니다. 시리자 정부는 새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협상에서 유럽연합의 압력을 크게 받았습니다. 시리자는 구제금융과 긴축 정책을 끝내고 더는 국제통화기금(IMF)한테서 돈을 빌리지 않겠다고 주장하며 2015년 1월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러므로 시리자는 집권 7개월 만에 태도를 180도 뒤집은 것입니다. 새 구제금융안에 서명한 것은 1월에 했던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는 시리자 기층 당원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시리자 정부가 무너진 것은 시리자 기층 당원들이 그런 타협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세가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의 국회의원들이 정부가 채권단과 합의해 온 것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당연히 치프라스 총리는 합의안에 반대 투표를 한 국회의원들을 비난했습니다. 그리스 최초의 좌파 정부를 무너뜨리는 짓이라면서 말이죠. 그러나 시리자 정부를 무너뜨린 것은 치프라스 자신입니다.

총선은 노동자들이 타협에 반대하며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더 좌파적인 정당들이 더 많은 득표를 할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의회 안에서는 공산당만이 유일하게 구제금융에 반대한 정당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안타르시아도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좌파 정당이지만 의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9월 20일 총선 이후 좌파들의 입지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치프라스는 이를 막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확인됐던 그리스 대중의 좌경화 흐름이 여전히 강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동안 그리스 좌파들 사이에서 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좌파들이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리스 대중은 더 큰 투쟁을 위한 준비가 덜 됐다. 그들은 시리자에 투표했고, 그것은 왼쪽으로의 이동이 맞다. 그러나 그 뒤 그들은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 이런 종류의 주장은 주로 시리자 안에서 나왔습니다. 그들은 이렇게도 주장했습니다. ‘정부를 압박하지 말라. 정부는 딱 노동자들이 준비된 만큼만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그렇게 전투적이지 않다.’

시리자 바깥의 좌파도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바로 공산당(KKE)입니다. 공산당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강경한 강령이 있다. 우리 강령은 IMF·유럽연합과의 단절을 주장하고 자본주의 타도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이 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태세가 돼 있지 않다.’

우리는 그런 주장들이 틀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급진화하고 있고, 그 급진화 물결은 계속되고 있고, 그 급진화의 종착역은 시리자가 아니다. 시리자가 타협하는 것은 시리자가 개혁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핑계를 대면 안 된다.’

이런 논쟁이 지난해에도, 1월 총선 때도, 그 뒤로도 계속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의 주장이 옳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리자 정부 하에서도 노동자들은 시위와 파업을 벌였습니다. 시리자 정부가 피레우스 항구를 매각하겠다고 했을 때 항구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였고, 병원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을 때 병원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시리자 정부의 타협에 맞서 싸울 태세가 돼 있음을 보여 줬습니다.

그 뒤 7월 5일 국민투표가 실시됐고 61퍼센트가 정부는 타협하지 말라며 채권단이 내놓은 긴축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때 노동자의 80퍼센트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30세 이하 청년의 80퍼센트가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대중의 급진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의 근거입니다.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긴축에 맞서 단결하자"라는 현수막을 든 긴축 반대(OXI) 시위대 ⓒGeorge Tekirdalis

지금 상황이 좌파에게 유리하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1월 총선에서 시리자 바깥의 좌파는 6~7퍼센트를 득표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9월 20일 총선에서 공산당은 5퍼센트 정도로 1월과 비슷하게 득표하고, 시리자에서 이탈해 나온 세력들이 5~6퍼센트 득표하고, 안타르시아는 그보다는 적게 득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시리자 바깥의 좌파가 모두 합쳐 10~15퍼센트를 득표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시리자 바깥 좌파의 득표가 더 커지는 것입니다.

시리자는 채권단에 타협했고, 그것은 1월에 시리자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었습니다. 시리자 정부에 대한 실망이 클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황금새벽당 같은 극우가 수혜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황금새벽당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황금새벽당의 성장은 중요한 쟁점입니다. 그들은 대중의 실망감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대중이 실망하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반격을 조직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리자 바깥의 좌파들, 즉 시리자에서 좌경적으로 이탈해 나온 세력과 안타르시아와 공산당이 노동자들에게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황금새벽당이 실망한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하는 것이 차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황금새벽당에 맞선 대중운동을 계속 건설해야 합니다.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황금새벽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9월 20일 총선에서 황금새벽당의 지지율은 1월보다 떨어질 듯합니다. 이는 황금새벽당을 처벌하라는 강력한 운동 덕분입니다. 그동안 황금새벽당에 대한 재판이 열리는 법원 밖에서 많은 시위가 열렸습니다. 그 첫날인 4월 20일, 공공부문노총(ADEDY)이 4시간 파업을 벌이고 법원 앞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이에 우파들은 격노했습니다. 재판에 대해 파업을 벌이는 것은 노조가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파시스트가 재판을 받으면 노조는 파업과 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파시스트들은 좌파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을 포섭하려고 애쓰기 때문입니다.

9월 20일 총선에서 시리자 바깥의 좌파는 성장하겠지만, 황금새벽당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선거는 그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리자 정부에 실망했지만, 우파인 신민당이 승리하는 것을 막으려면 시리자에 투표해야만 한다는 논리가 먹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그리스 대중의 정서는 어떻습니까?

중요한 질문입니다. 사실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그렇게 주장합니다. 우파 정당들의 복귀를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주장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시리자가 신민당과 함께 3차 구제금융안에 찬성 투표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누가 옛 정당들의 복귀를 돕고 있는가?’

시리자는 우파 정당들을 더 찌그러뜨릴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리자는 우파 정당들이 복귀할 기회를 줬습니다.

치프라스는 또 다른 주장도 합니다. 치프라스는 좌파들의 비판, 즉 시리자가 우파들과 함께 새 구제금융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우파의 회복을 돕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당신들 주장이 맞다. 시리자가 신민당과 함께 구제금융에 찬성 투표를 했다. 그런데 그것은 이 나라가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제 문제는 누가 그 긴축안을 시행할 것이냐이다. 당신은 누가 하기를 바라느냐? 좌파냐 우파냐? 바로 우리다. 왜냐하면 우리는 긴축의 혹독함을 완화시키려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치프라스가 1월 총선을 앞두고 한 공약보다 더 신뢰성이 없습니다. 긴축을 끝내겠다던 치프라스는 채권단의 협박 속에서 긴축안에 서명했습니다. 세계 경제 위기는 해소되지는 않고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고, 따라서 유럽연합, IMF, 은행가들은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타협한 것은 맞지만, 더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하는 치프라스의 주장을 신뢰할 근거가 없습니다.

평범한 그리스인들은 그동안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안아 왔다. 9월 4일 그리스 아테네 거리. ⓒ백은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리자와 신민당의 지지율 격차가 많이 좁혀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자가 1위를 하더라도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지는 못하고 신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어제 밤(9월 2일) 그리스의 한 TV 방송국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시리자 집권 후 처음으로 신민당의 지지율이 시리자에 0.3퍼센트 앞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정당의 지지율이 비슷함.] 시리자 지지율은 25퍼센트를 조금 넘고 신민당 지지율은 25퍼센트가 조금 못 미친다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신민당이 1위를 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유권자들이 많이 실망했어도 결국에는 시리자에 투표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리자가 의석 과반을 차지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그러면 시리자는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할 것이고, 신민당이 그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스판 ‘대연정’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사회당(PASOK)이나 토포타미[강(江)이라는 뜻] 같은 중도 정당의 지지율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그 정당들은 여전히 의석을 차지하겠지만, 시리자의 연정 파트너가 되기에는 너무 작을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 긴축에 맞서 강력한 운동이 일어났고 새 정부는 여전히 긴축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리스 지배계급은 긴축을 시행할 강력한 정부를 원합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시리자와 신민당의 대연정입니다. 저는 이것이 총선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9월 20일 총선 결과 시리자와 신민당의 연립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결과는 투쟁에, 특히 노동자 투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그 연립정부의 구성이 어떨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미 시리자는 신민당과 함께 3차 구제금융안에 찬성했습니다. 새 정부는 항구를 민영화해야 하고, 국영 전력회사의 큰 부분을 매각해야 합니다. 구제금융에 따라 새 정부가 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정부가 항구와 전력회사를 매각하려 하면 노동자들은 투쟁을 벌일 것입니다. 이미 전력회사 노조는 정부가 전력회사를 매각하려 하면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임 신민당 정부가 국영방송사 ERT를 폐쇄하려 했을 때 커다란 투쟁이 벌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은 방송국을 점거했고, 이 투쟁에 대한 연대가 컸습니다. 새 정부가 항구를 민영화하려 하면 같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일 것이고 큰 연대 물결이 일 것입니다. 연금 삭감을 둘러싸고도 투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공공부문노총은 총선 직후 임금과 연금 삭감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총선 후에도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안타르시아는 이 투쟁들을 지지할 것입니다. 안타르시아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투쟁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안타르시아에 투표할 가치가 있다. 안타르시아에 투표하면, 누가 투쟁을 하더라도 확실히 연대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안타르시아의 주요 선거 공약입니다.

안타르시아가 이런 주장을 펴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시리자에서 이탈한 세력과 공산당 등이 모두 민영화 등에 반대하도록 압박을 가합니다. 이것은 결국 총선 후에 투쟁을 일으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면 안타르시아는 9월 20일 총선에 독자 출마하기로 한 것입니까?

총선에서 공산당과 연합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산당은 너무 종파적이어서 공산당 말고는 모두 깔보고, 그 누구와도 선거연합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산당과 협력할 여지는 없습니다.

사실 안타르시아는 시리자로부터 이탈해 나온 사람들이 만든 민중연합(Popular Unity)과 선거연합을 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공동의 강령으로 삼을 요구들을 내놓고 동맹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민중연합은 안타르시아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둘 사이의 이견 하나는 유럽연합을 어떻게 볼 것이냐입니다. 구제금융에서 빠져나오려면 유럽연합에서도 나와야 한다고 안타르시아는 주장합니다. 유럽중앙은행을 포함해 유럽연합은 중립인 척합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유럽연합은 은행가들 편입니다. 그러므로 대중이 유럽연합에서 나올 태세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그리스가 유로존은 탈퇴해도 유럽연합에는 남을 수 있다는 환상이 있습니다. 민중연합은 ‘예를 들어 덴마크는 유럽연합에는 가입했지만 유로존에는 가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영국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영국은 그들이 보기에 그리 바람직한 사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안타르시아는 우리가 덴마크처럼 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덴마크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지만, 긴축이 시행되고 있고, 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타르시아와 민중연합 사이에는 유럽연합을 놓고 이견이 있습니다.

의회를 둘러싼 이견도 있습니다. 시리자는 1월 총선 전에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좌파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좌파 정부가 은행가나 유럽연합 등과 맞서 싸우는 데서 그리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전략을 반복할 이유가 없습니다. 의회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좌파의 득표가 늘기를 바라며 총선에 출마합니다. 민중연합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기쁠 것입니다. 그러나 의회를 통해서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의원 수가 얼마나 많은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내놓은 공약의 많은 것이 시리자가 전에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리 하는 것은 실책이 될 것입니다.

민중연합은 개혁주의에서 이탈했지만 절반만 이탈했습니다. 우리는 민중연합이 시리자에서 나온 것을 환영하면서도 더 철저히 단절하라고 주장합니다.

민중연합에는 어떤 세력이 결집하고 있습니까? 전에 시리자 내 좌파 의견그룹이었던 좌파연대(Left Platform) 소속의 국회의원들이 주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밖에 다른 세력들도 포함돼 있습니까?

민중연합의 주된 세력은 좌파연대입니다. 좌파연대의 지도적 인물들은 민중연합을 너무 강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비판 하나는 민중연합이 너무 폐쇄적이라는 것입니다. 시리자로부터 이탈하는 올바른 선택을 더 광범하게 확산시키려면 시리자로부터 어떻게 이탈할 것인지를 두고 좌파들 사이에 토론과 논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총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 가지 문제일 뿐입니다. 제가 보기에 더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기층 활동가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조직 운영은 관료적입니다. 이 때문에 안타르시아 말고도 많은 좌파들이 민중연합을 비판합니다.

민중연합 외에도 시리자로부터 이탈하는 흐름이 있는 듯합니다. 얼마 전 시리자 산하 청년단체가 총선에서 시리자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시리자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시리자의 위기는 좌파연대의 이탈과 민중연합의 창당보다 더 폭넓은 현상입니다. 시리자 안에는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민중연합으로 가지 않고 시리자를 탈퇴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리자에 입당했던 마오쩌둥주의 단체가 있습니다. 그들은 시리자에서 나왔지만 민중연합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53’이라는 이름의 단체도 있습니다. 시리자의 지도적 당원 53명으로 이뤄져서 이름이 ‘53’입니다. 그들은 유러코뮤니즘 출신자들입니다. 이 단체도 시리자 지도부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그들의 일부는 시리자에 남았고 일부는 탈당했습니다. 이런 시리자의 위기는 시리자 지도부의 타협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시리자 청년조직은 규모가 작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규모가 크냐 작냐는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민주적 절차가 제공된다면 시리자 청년조직은 시리자 지도부와 결별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리자 청년조직의 지도적 기구에는 치프라스 지지자도 있고 좌파연대 지지자도 있어서 표결로는 무언가를 결정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나 시리자 청년조직은 시리자로부터 실질적으로 이탈하고 있습니다. 시리자 청년조직의 많은 투사들은 총선에서 구제금융에 맞서 싸우고 급진적이며 반자본주의적인 정당에 투표하겠다고 합니다. 즉,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를 열어 놓았습니다.

요컨대 민중연합은 시리자로부터 이탈하는 사람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중연합은 4~5퍼센트 득표할 것으로 보이지만, 저는 그보다는 많게 7~8퍼센트가량 득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그 규모는 시리자로부터의 이탈을 모두 포괄하는 데에 미치지 못합니다.

시리자를 새로운 정당 모델로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특히 시리자 좌파가 그렇게 주장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좌파들이 그런 견해를 받아들여 혁명적 좌파가 시리자에 입당해 정부에 들어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시리자 좌파는 시리자를 비판하며 탈당하고 있는데, 전에 자신들이 주장하던 것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자기 비판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까지도 시리자를 본보기로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더는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구분이 중요하지 않고, 많은 세력을 모아 신자유주의와 긴축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주장이 유행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좌파가 후퇴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좌파의 후퇴를 막을 방도를 찾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혁명적 좌파가 매우 작았고, 그래서 그런 주장들에 맞서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주장이 틀렸음을 확인했습니다. 혁명적 좌파의 중요성을 간단히 일축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투쟁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지 못하게 됩니다.

좌파를 결속시키자는 주장은 많은 경우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문제를 흐립니다. 시리자 경험은 그것이 오류였음을 보여 줍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불러온 계급적 양극화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며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문제를 다시 제기하고 있습니다. 개혁이냐 혁명이냐는 역사적 차이입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두 길이 완전히 다른 곳을 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로 이 점에 근거해서 우리는 민중연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중연합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시리자는 배신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문제다.’ 우리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우리도 치프라스를 신뢰하지 않지만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전략이다.’

우리는 전략 문제를 놓고 그들과 논쟁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덮어두고 ‘좋다. 총선 잘 치르시라’ 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큰 잘못입니다. 시리자의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적절히 설명해야 합니다. 시리자의 전략이 잘못됐고, 조직 모델이 잘못됐던 것입니다.

‘광교회파[영국 국교회의 일파로 예배 의식서(儀式書)와 전례(典禮) 지시문을 폭넓고 관용적으로 해석하기를 요구하고, 교리 용어를 확고하게 정의하는 것을 반대한다. 비유적인 의미로는 상이하고 다양한 정견들이 공존하는 광범한 정당을 가리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거 승리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시리자는 중도에서 극좌까지 포괄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모델입니다.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혁명에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노동자 투쟁이 승리하지 못합니다. 노동자 투쟁이 중요한 승리를 거두려면 전략적으로 명확한 조직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이런 토론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습니다. 선거 국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거 후에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잘못됐던 것인지, 왜 혁명적 좌파가 필요한지를 주장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 관점입니다.

안타르시아는 9월 20일 총선에 독자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르시아에 속했던 좌파재구성(ARAN)과 좌파적반자본주의단체(ARAS)가 안타르시아에서 탈퇴해 민중연합으로 갔다고 들었습니다. 이 일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RAN과 ARAS는 투쟁적이지만 운동주의[정치조직의 리더십 없이, 또 최종 목적이나 그를 향한 특별한 지향성 없이 운동 자체로 충분하다는 생각] 성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전략 문제에서 취약합니다. 이는 안타르시아에게 오랫동안 문제였습니다. ARAN과 ARAS는 민중연합 창당 전에는 시리자에 대해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2012년 5월 총선에서 시리자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하자 안타르시아 안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5월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고 연립정부 수립도 최종 실패해서 다시 치러진] 2012년 6월 총선에도 안타르시아가 독자 출마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논쟁이었습니다.

2012년 6월 총선에서 안타르시아가 독자 출마한 뒤에도 ARAN과 ARAS는 안타르시아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로 그들은 계속해서 광범한 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반자본주의적 강령을 삭감해 시리자와도 연합하자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민중연합에 대해 같은 주장을 합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민중연합은 분명히 시리자보다 좌파이다. 이제 그들이 우리 쪽으로 한 발자국 왔으니 우리도 그들 쪽으로 한 발자국 가야 한다.’

유럽연합과 의회 문제와 관련한 이견으로 안타르시아가 독자 출마를 결정하자 ARAN과 ARAS는 안타르시아를 나가 민중연합으로 갔습니다. 이것은 문제입니다. 안타르시아에 있었던 조직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경도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ARAN과 ARAS 소속의 많은 사람들이 ARAN과 ARAS의 안타르시아 탈퇴 결정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단체들 안에서 논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얘기가 나온 그리스 노동운동에 대해 한 가지 묻겠습니다. 위기가 심화할수록 노동조합 상층 지도자들은 투쟁에 나서는 데 더욱 주저합니다. 이런 보수성을 극복하려면 현장조합원들의 주도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주의노동자당과 안타르시아가 2011~12년 대중파업을 이용해 현장조합원 네트워크를 건설하려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경험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리스에는 두 개의 노동조합총연맹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리스노총(GSEE)입니다. 그리스노총은 주로 민간부문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공공부문노총(ADEDY)입니다. 공공부문노총은 주로 공무원·교사·병원노동자 들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둘을 비교하면 그리스노총이 좀 더 보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노총은 찬성 운동을 벌였습니다. 공공부문노총은 더 작지만, 좌파적이고 국민투표에서 반대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공공부문노총이 투쟁에 나서도록 압박을 가하기가 더 쉽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동조합 상층 지도자들의 파업 결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런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구제금융에 반대해 파업이 일어난 2010년 이래로 그런 식으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SEK (사회주의노동자당)와 안타르시아는 공공부문노총의 일부 노조를 좌파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교사와 병원노동자 속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방식으로 조직한 결과물입니다.

이런 방식의 조직 활동은 이제 더 중요해졌습니다. 좌파적 노동조합들의 상층 지도자들이 시리자 지지자와 민중연합 지지자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가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투쟁을 건설하는 데서 민중연합을 지지하는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협력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현장조합원 수준에서 조직해야 합니다. 총선 후에 민영화와 연금 삭감 등을 둘러싸고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어도 한 부문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아래로부터] 압력을 받아 투쟁을 명령할 것이고, 이것을 [기층에서] 실제로 조직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조합원 수준에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ERT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제공하기 위한 협력기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재무부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에도 연대 운동을 건설했습니다. 그 노동자들은 여러 달 동안 재무부 앞에서 농성 투쟁을 벌였습니다.

이런 연대 운동을 건설하면서 그 협력기구는 일부 전투적 노동자들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협력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합니다. ERT 노동자들은 복직됐고, 그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둘러싸고 계속 싸울 것입니다. 재무부 여성 청소노동자들도 복직을 약속받았습니다. 새 정부가 그 약속을 이행하는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비록 그들의 투쟁이 계속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협력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런 협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한 사업장의 현장조합원 조직 혼자서는 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 현장조합원 조직이든 교사 현장조합원 조직이든 혼자서는 고립되기 쉽습니다.

우리의 기본적 전망은 이렇습니다. ‘현장조합원 수준에서 조직하고, 그들 사이의 협력을 조직하고, 다가올 큰 투쟁을 위해 연대를 건설한다.’

7월 10일 시리자 정부의 긴축안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안타르시아와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소속 노동자들. ⓒ출처 그리스 〈노동자 연대〉

현장조합원 네트워크를 건설할 때 그 노조 안에 혁명적 조직이 존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노동운동 개입은 어떻습니까?

혁명가들은 큰 차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테네에 대형 병원이 있습니다. 조합원이 6백 명가량 됩니다. 그중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은 두세 명입니다. 그들이 그 노조[지부]의 집행권을 차지했습니다. 좌파적 노동자들에게 초점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장조합원 운동은 중요하지만 혁명적 조직 건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제주의적 발상에 반대합니다. 혁명적 조직은 중요합니다. 현장조합원 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몇 년 전보다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당원 구성도 바뀌었습니다. 한동안 우리는 주로 학생들을 가입시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노동자들을 가입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원 중 노동자 비중이 몇 년 전보다 커졌습니다.

현재 사회주의노동자당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우리는 해마다 2월에 협의회를 합니다. 올해 2월 당원 수는 1천2백 명이었습니다. [그리스의 인구가 1천1백만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 뒤로도 가입이 계속돼 지금은 1천5백 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전망, 즉 좌파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옳다면 우리도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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