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
윤석열 정부, 긴축 재정으로 전환:
그리스의 반긴축 투쟁으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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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6퍼센트 줄이는 안을 발표하며 긴축 공격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복지, 공공부문 임금, 연금 등을 삭감하고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과 부자들에게는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 등 서민층에 고통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흔히 우파들은 긴축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진 그리스처럼 될 것이라는 엄포를 늘어놓는다. 그리스가 복지에 과도하게 지출하다가 위기를 맞았다며 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위기 전에 그리스의 복지는 유로존에서 가장 열악한 편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유럽인들 가운데 가장 오래 일하는데 임금은 평균보다 적었다. 2011년 그리스의 노인 빈곤율은 23퍼센트로 터키(15퍼센트)보다 높았는데, 이것만 봐도 복지나 노인 연금을 위기의 원인으로 꼽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이 그리스보다 복지가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세계 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유로존의 취약한 경제인 그리스에서 크게 증폭됐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 자본주의 경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 경제도 1970년대에 급격한 이윤율 하락을 겪었다. 이런 문제는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동참하면서 일시적으로 은폐됐다. 유로존 통합 이후 유럽연합의 자본이 대규모로 그리스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유로존 통합으로 그리스의 금리가 독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자, 독일과 프랑스 등의 은행가들과 투자자들은 값싼 신용을 이용해 투기 거품을 일으켰다. 2000~2008년 그리스의 집값은 50퍼센트나 뛰었다.
〈한국경제〉와 〈조선일보〉 등등 친기업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흥청망청 즐겼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유로존으로 편입돼 얻은 이득은 그리스 부자들에게 돌아갔다. 2000년대 초·중반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높았지만, 빈곤율도 높아졌다. 당시 물가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임금인상률은 그에 한참 못 미쳤다.
유로존 통합의 가장 큰 혜택은 독일 같은 ‘핵심’ 국가의 자본가들에게 돌아갔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차입이 증가한 덕분에 소비가 늘어나자 독일의 수출 시장이 확대됐다. 독일 수출품의 3분의 2가 유로존으로 갔다. 게다가 독일 기업들은 집권 사민당을 이용해 노조 지도자들을 노동개악에 끌어들이는 한편, 생산 공장을 독일 밖의 다른 유럽 나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독일 기업들은 임금을 삭감해 이윤을 늘릴 수 있었다. 반면, 그리스 등 일부 나라들은 통화가치가 올라서 국제수지 적자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가 닥치자 그리스 은행과 기업은 급격히 위기로 빠져들었다. 그리스 정부가 민간 기업과 은행을 구제하려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국가부채가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2007년 GDP 대비 103퍼센트에서 2011년 175퍼센트로 뛰었다. 게다가 투기 세력들이 달려들며 사태는 더욱 악화했다.
그리스는 유로존에 통합돼 있어 재정 위기를 헤쳐가는 데 큰 제약이 있었다. 중앙은행이 대규모로 돈을 풀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도(수출경쟁력은 높아진다), 재정 지출을 늘릴 수도(수요와 투자를 늘린다) 없었다. 유로화는 유럽중앙은행이 통제하고,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의 한 해 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3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국가부채는 GDP의 60퍼센트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결국 그리스 지배자들은 유로존에 남기 위해 엄격한 긴축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유럽 지배자들이 강요한 긴축 정책은 그리스 경제를 더욱더 나락으로 빠뜨렸다.
긴축의 극심한 폐해
자본주의 체제와 이를 지키려는 자본가와 그 정치인들이 져야 할 위기의 책임(고통)은 노동자·서민에게 전가됐다.
그리스에는 세 차례에 걸쳐 약 3000억 유로의 돈이 구제금융으로 지급됐다. 이 구제금융을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했다.(이 셋을 ‘트로이카’라고 부른다.)
그러나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노동계급 등 서민층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위기로 돈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구하려는 조처였다. 구제금융으로 투입된 돈의 90퍼센트 이상은 고스란히 은행과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는 데 사용됐다(‘주빌리 부채 캠페인’이 2015년에 발표한 자료).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은 그리스에 대출을 많이 해 준 프랑스·독일 등 유럽의 은행들에게 돌아갔다.
물론 그리스 정부의 채무 일부는 탕감해 줬다. 2012년 구제금융 과정에서 민간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그리스 국채 53.5퍼센트(약 1000억 유로어치)를 탕감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시 그리스 국채가 ‘정크 본드’ 취급 받으며 시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던 상황을 인정한 것에 불과했다. 사실상 부도 위기에 처한 민간 소유 채권을 트로이카가 반값으로 사 준 셈이다. 이는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려는 조처였지, 노동자 등 서민층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반면 그리스 노동자 등 서민에게는 엄청난 긴축의 고통이 가해졌다. 그리스 정부 지출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30퍼센트가량 줄었고, 2021년 코로나19로 새로운 불황이 닥칠 때까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연금과 복지 급여는 무려 70퍼센트가 삭감됐다. 연금 수령 연령은 65세에서 67세로 올라갔고, 극빈층에 주던 연금도 사라졌다.
2009년 90만 명이던 공무원 숫자는 2016년 67만 명이 됐고, 공무원 임금은 38퍼센트 줄었다. 공무원 감축은 재난 대응 능력도 감소시켰다. 2018년 그리스에서 대규모 산불로 무려 80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났을 때, 소방 인력과 장비가 줄어든 것 때문에 그 피해는 더 커졌다.
그리스 노동자 평균임금은 2009년 2만 1606유로(약 2900만 원)에서 2021년 1만 6235유로(약 2200만 원)로 줄어들었다. 최저임금은 2013년에 26퍼센트 삭감된 후 2019년에야 조금 인상됐지만 여전히 2012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실업률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매우 높다. 2013년에 전체 실업률 28퍼센트, 청년 실업률 58퍼센트였는데, 2021년에 각각 15퍼센트, 37퍼센트다.
이처럼 긴축의 결과, 그리스인들의 빈곤은 급증했고, 자살률은 무려 45퍼센트가 늘어났다.
하지만 긴축 정책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는 줄기는커녕 2019년 GDP의 181퍼센트로 긴축 시작 전보다 높았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거치면서는 부채는 더 늘었다. 2021년 기준으로 GDP의 193퍼센트에 이른다.
이처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더 늘어난 이유는 가혹한 긴축 정책으로 그리스 경제가 더 빨리 수축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GDP는 2008년 3545억 달러에서 2021년 2162억 달러로 40퍼센트나 줄어들었다. 심각한 불황으로 경제가 수축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까지 줄이니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2018년 8월에 그리스 구제금융은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구제금융으로 진 빚은 2060년까지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긴축 정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은행과 기업주들을 구제하려고 늘어난 빚을 갚으려 그리스 노동자 여러 세대가 엄청난 고통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 사례는 긴축이 명백히 실패한 정책임을 보여 준다. 우파들은 그리스를 긴축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사례로 이용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그리스는 긴축 정책의 실패와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이다.
시리자: 한계가 드러난 좌파적 개혁주의
그리스 노동자들이 긴축 정책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그리스 노동자들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0회가 넘는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여러 정부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특히, 그리스의 전통적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PASOK)은 지지율이 2009년 44퍼센트에서 2012년 12퍼센트로 급감했다. 사회당 정부가 2010년, 2012년에 구제금융 협상을 하며 고통스런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임금·연금·복지를 대폭 삭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긴축을 되돌리겠다고 약속한 시리자는 지지율이 2009년에 5퍼센트에서 2012년에 36퍼센트로 급등했고 마침내 2015년 초에 집권했다. 긴축 반대 투쟁을 벌이며 노동자들의 의식도 급진화해, 시리자와 같은 좌파적 개혁주의 정당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긴축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지지해 온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과는 달리 시리자는 이에(그리고 자본주의 자체에도) 반대하는 좌파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시리자도 기존 국가를 이용해 개혁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류 사회민주주의와 기본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시리자는 부채 위기의 대안으로, 유럽연합 지배자들을 설득해 부채의 50퍼센트를 탕감 받고 긴축을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긴축이 그리스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아 오히려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설득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 지배자들이 긴축을 강요한 까닭은 유럽 은행가와 자본가들의 이윤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유럽연합 지배자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그리스 정부의 자금줄을 끊으며 압박했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설득과 협상력으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공상적이다.
그리스에서 자본 유출이 벌어지고 그리스 은행들이 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자 시리자는 굴복했다. 2015년 7월 5일 진행된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무려 61퍼센트가 긴축에 반대함을 표했지만, 시리자는 기존보다 더 후퇴한 긴축안을 받아들였다.
이런 후퇴는 기본적으로 시리자의 개혁주의 전략에서 비롯한 문제였다. 자본주의 국가를 이용해 개혁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긴축에 맞설 진정한 힘을 가진 노동계급을 수동화시키며, 지배자들과의 타협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시리자 정부는 점점 더 우경화했다. 2018년에는 GDP 대비 4.3퍼센트의 흑자 재정을 달성하며 구제금융 조건(3.5퍼센트)을 웃도는 긴축을 시행했을 정도다.
그 와중에도 시리자 정부는 군비를 늘리며 지중해의 석유·천연가스 채굴권을 둘러싸고 터키(현 튀르키예)와 위험천만한 군사적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스 국가와 그리스 자본주의의 이익에 충실했던 것이다.
이런 타협이 거듭되면서, 시리자의 정치는 주류 사회민주주의 수준으로 후퇴했다.
노동계급과의 약속을 저버린 시리자는 2019년 총선에서 패배했고, 지금은 중도우파 정당인 신민당이 긴축을 시행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받은 지 단 5년 동안 1년치 GDP를 오직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이자만 해도 1년치 정부 예산에 달했다. 이런 막대한 빚을 갚으며 노동자 등 서민층의 삶을 위한 대안을 추구할 수는 없다.
노동계급의 삶을 위해서는 은행가들에게 빚 갚기를 중단하고 긴축을 강요하는 유럽연합·유로존을 탈퇴했어야 한다.
물론 이런 조처가 이뤄지면 자본 도피가 벌어지고, 은행들은 파산으로 내몰릴 것이다. 따라서 자본 통제를 시행하고, 은행을 국유화하고 노동자가 관리해야 한다. 은행 노동자들은 부자들이 자본을 빼돌리는 것을 막을 능력이 있고, 주택 담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을 빼앗기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사실 부채 상환 중단, 즉 디폴트는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IMF의 조사를 보면, 지난 200년 동안 국가 부도는 257차례 벌어졌다. 그중 1998년 러시아, 2001년 아르헨티나의 지배자들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처해 디폴트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화폐를 평가절하시켜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고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선택도 노동계급에게 고통으로 이어졌다. 수출 가격 하락의 반대급부로 수입 가격이 올라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지배자들은 이를 통해 이윤을 보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폴트는 해당 자본주의의 경쟁력 회복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려고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시리자 좌파인 코스타스 라파비차스가 당시 제시했던 대안에는 약점이 있었다. 라파비차스는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은행 국유화 등을 제시했다. 그 정책들은 대중에게 필요한, 급진적 대안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정책 묶음의 목적을 그리스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그리스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그런 목적을 달성하려면 노동자들도 경제적·정치적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재건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서려는 혁명적 전망을 추구할 때야 일관되게 노동계급의 삶을 지키며 투쟁을 전진시킬 수 있다.
당시와 그 이후 유로존·유럽연합 탈퇴 요구를 둘러싸고 좌파 내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상당수 좌파가 유럽연합에 모종의 진보성이 있다고 봤다. 그들은 유럽연합 탈퇴가 경쟁적 민족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그리스 노동계급이 긴축을 거부하고(필연적으로 유럽연합 탈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와 임금, 생활수준 지키기에 성공하는 것이야말로 비슷한 고통을 받는 다른 나라 노동계급을 고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 국제주의를 구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연합을 유지한답시고 긴축 강요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긴축에 맞선 투쟁을 촉진시키고 그에 대한 연대를 확산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진보적인 일이다.
혁명적 좌파의 기여
그리스의 혁명가들은 이런 전망 아래서 그리스에서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진시키려 노력했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지도적 당원인 파노스 가르가나스는 “노동조합 상층 지도자들의 파업 결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고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활동해 왔다고 했다(관련 기사).
특히, 2010년에 긴축에 맞선 첫 총파업이 벌어지는 데서 노동조합 투쟁은 중요했다. 그러나 당시 사회당(PASOK)이 집권한 상황이어서 노조 지도자들은 정부에 맞서 투쟁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사노조가 파업에 나서고(SEK는 교사노조와 병원노조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공산당 등 다른 좌파들이 영향을 미치는 건설노조·해운노조·언론노조 등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투쟁의 불씨가 커졌다. 노조 지도자들이 파업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관련 글).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연대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더 큰 투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접근법의 연장선상에서 개별 사업장의 투쟁에도 광범한 연대를 건설하기 위해 SEK는 노력했다.
“우리는 국영방송사 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제공하기 위한 협력기구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무부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에도 연대 운동을 건설했습니다. 그 노동자들은 여러 달 동안 재무부 앞에서 농성 투쟁을 벌였습니다.
“이런 연대 운동을 건설하면서 그 협력기구는 일부 전투적 노동자들에게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협력을 계속 해 나가겠다고 말합니다. 국영방송사 노동자들은 복직됐고, 그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둘러싸고 계속 싸울 것입니다. 재무부 여성 청소노동자들도 복직을 약속 받았습니다.”(파노스 가르가나스)
또, SEK는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노동자 투쟁에 동참시키는 활동을 중요하게 여겼다. SEK 활동가 니코스 루도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해서 노동자 투쟁에 동참시키는 활동을 주도했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그것은 두 가지 점에서 도움이 됐습니다. 첫째, 정부가 운동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에 도움이 됐습니다. 둘째, 노동계급 전체를 거리로 불러내기 위해서도 중요했습니다. 즉, 고임금 노동자들부터 정말로 가난한 이주노동자들까지 노동계급이 모두 거리에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도 중요했던 것입니다.”(관련 글)
무엇보다 SEK는 반(反)파시즘 공동전선을 주도적으로 조직하며 대중 투쟁을 건설했다. 그 덕분에 파시스트 정당 황금새벽당이 결국 법원에서 범죄 조직으로 규정되고 그 당의 지도적 인사들과 전직 의원들이 수감됐다.
심각한 위기 상황은 인종차별적 극우가 성장할 토양이 될 수도 있었지만, 반파시즘 공동전선 투쟁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오늘날 한국에 주는 교훈
오늘날 한국의 국가부채가 그리스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매우 신경 써 왔고 부채 수준은 다른 나라보다 낮다. 국가부채를 더 늘릴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강도 높게 긴축 공격을 벌일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고, 국가 간 경쟁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긴축 공세로 임금·노동조건·복지 등을 삭감해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부자들에게는 대규모 감세를 선물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한국의 긴축 정책도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계급 등 서민층 사람들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는 시도이다. 이런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배자들은 ‘국가의 미래’, ‘다음 세대’ 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진실은 완전 딴판이다.
따라서 긴축을 강요하는 세력과의 협상과 타협을 중시한 시리자의 길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노동계급 대중 투쟁을 전진시키는 길을 가야 한다. 긴축 공세로 드러나는 계급간 이해관계 대립은 화해할 수 없는 계급 적대의 표현이다.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공세는 언제나 노동계급 내부를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와 우파들은 이를 위해 인종차별적 주장을 강화하고, 상대적 고임금이 문제라거나, 공무원 연금이 너무 많다는 식의 공격이 강화될 수 있다.
그리스 정부가 2010년 초 긴축 공격을 시작할 때, 노동자들의 여름 보너스를 삭감하고 부활절 보너스를 반으로 줄인 것에서 시작했다. 그다음, 공공부문 임금을 삭감했고, 이어 연금을 공격했다.
따라서 특정 부문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초기부터 저항을 조직하며 연대를 최대한 넓히려 해야 한다. 계급 내부 이간질에 단호하게 맞서며 계급의 단결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노동자 투쟁을 중시하며 연대의 확대를 위한 기층의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이런 과제를 실로 일관되게 추구할 좌파가 노동계급과 청년들 사이에서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