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난민 대책:
난민을 더욱 천대하고 억압하는 정책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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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난민 수천 명이 마케도니아 경찰의 최루탄과 곤봉에 집단적으로 맞서 싸워 마케도니아-그리스 국경을 뚫었다. 마케도니아 쪽 국경이 열리자 경찰 폭력을 동원해서 난민들을 수용소에 가두던 그리스 정부도 통과를 허용해야 했다. 9월 1일, 헝가리 정부가 독일 등으로 향하는 기차를 봉쇄하자 난민 수백 명이 경찰과 충돌하며 시위를 벌였다.
9월 2일, 터키 해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3살배기 쿠르디의 사진은 난민들의 투쟁이 완전히 정당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 줬고 각국에서 대중적 연대 행동이 벌어졌다.
정부의 난민 혐오로 악명 높은 헝가리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오스트리아(헝가리→독일 길목에 있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수백 대의 차량과 버스를 동원해 헝가리에서 난민들을 실어 날랐고 철도 노동자들은 ‘난민 열차’ 운행을 위해서라면 특별 연장근무도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프랑스·영국에서도 난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와 연대 행동이 벌어졌다.
유럽의 지배자들은 더는 입발림만으로는 난민 문제를 묻어둘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9월 9일 난민 대책을 발표했고 다음날 유럽의회는 이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동안 노골적으로 이주민 혐오 입장을 표명해 온 지배자들은 주권 침해라며 벌써부터 입방정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난민 대책은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난민 문제를 방치하는 것을 넘어, 난민을 더 가혹하게 대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1. 난민 대부분을 외면하는 문제
난민 대책의 첫 골자는 헝가리·그리스·이탈리아에 있는 난민을 다른 나라들에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이 세 나라는 지중해에서 서유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주요 나라들이다.
그런데 할당하겠다는 인원 규모가 턱없이 작다. 유럽연합은 난민 대책을 발표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올해 들어서만 이 세 나라로 유입된 난민이 47만 명이고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런데도 16만 명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국경 봉쇄
별도의 대책이 발표되지 않는 한, 그 밖의 난민들은 ‘최초 입국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에 따라 그 나라를 벗어날 수 없다. 사실상 국경 봉쇄의 고삐를 다시 쥐겠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의 대중이 난민을 환영하고 심지어 정부의 처벌 위협에도 난민들의 장거리 이동을 돕는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이다.
게다가 이번 할당 제도는 모든 난민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시리아·이라크·에리트레아(동아프리카의 빈국) 3개국 출신 난민에만 적용된다(전 분기 평균 난민 인정률 75퍼센트 이상인 출신지들).
유럽을 찾는 난민 중 시리아인 다음으로 수가 많은 아프가니스탄인을 포함해 다른 나라 난민들은 ‘어차피 난민 심사에서 탈락할 확률이 작지 않다’는 이유로 아예 배제됐다. (유럽연합의 난민 인정률은 평균 45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러면 시리아·이라크·에리트레아 3개국 난민들은 온전히 혜택을 누릴까? 전혀 아니다.
유럽연합 산하 기관인 유럽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이 3개국 출신의 난민 신청자는 18만 명이었다. 더욱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난민이 더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이 나라 출신의 난민조차 서로 할당량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령 운좋게 할당량 안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배정된 나라로 강제 이주되고 보통의 유럽인들과는 달리 그 나라를 벗어날 수 없다. 자신에게 배정된 나라에서 벗어나면 ‘불법 체류자’가 된다.
근본적으로 이런 강제 할당 제도는난민이 더 나은 삶을 찾아서 이주한 사람이라는 점을 무시한다.
독일의 부담 덜어주기
구체적으로, 이 정책은 독일의 부담을 대폭 줄여 주기 위한 것이다. 유럽을 찾은 난민의 3분의 1은 일자리 사정이 그나마 괜찮은 독일로 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에게 부여된 난민 수용 할당량은 4만 2백6명이다. 이 규모는 지난해 독일에 난민 신청한 시리아·이라크·에리트레아 사람들(6만 3천여 명)의 절반을 조금 넘을 뿐이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난민 유입이 훨씬 더 많을 것이 확실한데도 말이다.
결국 독일은 지난해보다 더 적은 난민을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내 책임을 다 했으니 다른 나라로 가시오’ 하면서 절반 이상의 난민 신청을 거절하고, 독일로 향하는 난민을 헝가리·그리스·이탈리아에 가둘 명분까지 얻었다.
2. 극단적인 선별수용을 부추기는 문제
이번 난민 대책의 둘째 골자는 유럽연합 차원에서 몇몇 나라를 ‘난민 신청을 받아줄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히 안전한 나라’로 분류해서 그 나라 출신 국민들의 난민 신청 자격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다. 발칸반도 나라들과 터키를 ‘충분히 안전한 나라’로 지정했고, 앞으로도 더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은 이미 발칸반도 나라들을 ‘충분히 안전한 나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제도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 준다.
지난해 독일을 찾은 난민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시리아인이 아니라 발칸반도 빈국들의 난민들이었다(4만 명). 놀랍게도, 이 사람들의 난민 인정률은 1퍼센트도 채 안 된다(독일 내 전체 평균은 42퍼센트). 독일 정부가 발칸반도의 나라들을 ‘충분히 안전한 나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별수용 정책이다.
과연 발칸반도 출신의 난민들은 ‘충분히 안전한’데 괜스레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인가? 전혀 아니다.
발칸반도 출신 난민의 상당수는 로마인(‘집시’)인데, 그들은 발칸반도에서 체계적인 차별을 받아서 전기·난방·상하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빈민가에 살아야 하고, 교육·보건 서비스에도 접근할 수 없다. 유네스코의 발표를 보면 로마인 영아는 첫해를 넘겨 생존할 확률이 다른 아이들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런 정책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국제 협약이 ‘정치적 난민’만 인정하고 ‘경제 난민’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1951년 난민 협약은 당시 서방 정치인들이 스탈린주의 국가들의 억압을 피해 탈출한 사람들의 망명을 체제 우월성을 홍보할 명분으로 삼으려고 고안됐다.
그러나 난민 발생은 정치적 억압뿐 아니라 경제 붕괴, 전쟁, 환경 재난 등 다양한 위기가 결합된 결과다. 그래서 난민 구조 활동가들은 “현실에는 순수한 ‘경제 난민’도 ‘정치적 난민’도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선별수용 정책은 지배자들이 상당수 난민을 ‘가짜 난민’, ‘우리의 복지를 탐하는 외국인’으로 매도하고 인종차별을 유포하는 데 이용된다.
실제로 독일의 주류 정치인들은 난민들을 향한 인종차별을 대놓고 쏟아내면서 극우 단체들이 성장할 시궁창을 조성했다.
이런 정책을 유럽연합으로 일괄 적용하면 유럽 전역에서 선별수용과, 일부 국가 출신 난민을 속죄양 삼는 인종차별을 부추길 것이다.
3. 단속 강화는 난민 유입을 더 어렵게 할 것이다
유럽 지배자들은 틈만 나면 “밀입국 알선 단체”(trafficker, 여러 언론매체들은 이 단어를 “인신매매 조직”이라고 고약하게 오역한다) 소탕을 운운하며 단속을 강화해 왔다.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 알선 단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중해에서 난민선 침몰로 수많은 사망자가 생길 때마다 유럽연합은 (인명구조가 아니라) 알선 단체 소탕을 위해 해군력 증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단속 강화는 난민의 안전을 오히려 위협한다.
유럽연합은 ‘불법 체류자’를 승객에 포함시킨 해운·항공사에 벌금을 물리고, 난민 발생이 많은 나라들에 대해서는 비자를 요구한다. 그런데 황급하게 고향을 떠나는 대부분의 난민들이 발급 절차가 몇 주나 걸리는 비자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유럽연합의 평균 난민 인정률이 절반도 채 안 되는 상황에서 해운·항공사는 자연스레 난민 신청자 탑승을 꺼리게 된다.
이처럼 합법적으로 유럽연합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막혀 있고 단속까지 피하려다 보니 난민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터무니없는 비용을 내야 한다. 쿠르디 가족은 터키에서 겨우 그리스 해안까지 가는 뱃삯으로 1인당 2천 유로(약 2백70만 원)를 내야 했다. 만일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면 그 돈의 10분의 1로 터키에서 독일까지 직행 항공권을 살 수 있었다.
단속 강화의 진정한 목적은 난민의 안전이 아니라 난민 유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또한 단속이 강화되면 난민을 돕는 활동가들과 평범한 시민들을 밀입국 알선 혐의로 처벌하기도 쉬워진다.
4. 물리력을 동원해 이주민을 쫓아내는 문제
유럽연합은 물리력을 동원해서 난민선을 수색, 송환하거나 국경을 봉쇄할 뿐 (적어도 대놓고) 난민을 강제 추방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유럽연합은 2014년에 ‘비정상 이주민’으로 분류해 떠나라고 명령 받은 사람 중 실제로 떠난 경우가 절반도 안 된다면서 이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쫓아낼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난민의 본국송환은 아니라고 하지만 ‘비정상 이주민’과 난민(특히 난민 신청이 거부된)의 경계는 아주 흐릴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난민 유입을 막는 데 앞장선 것으로 악명 높은 유럽연합 차원의 출입국 단속반 프론텍스를 더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위 문제들의 해결책은 이주의 자유의 보장
유럽의 각국 정부는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 유입에는 ‘적당한 한계선’이 있어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와 경제가 불안해진다고 말한다. ‘지금도 일자리와 복지, 공공 시설이 부족한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1천2백만 시리아 난민 중 시리아 혁명이 발발한 2011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유럽을 찾은 시리아인은 (누적 수치로) 22만 명밖에 안 된다. 압도 다수는 시리아 내 다른 지역이나 레바논, 터키, 요르단 등 중동에 남는다. 결국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나라들이 전체 시리아 난민의 고작 1.8퍼센트를 놓고 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이다.
비용이 너무 크다는 말도 거짓말이다. 유럽에서 난민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독일은 2013년 난민 수용 비용으로 총 15억 유로(2조 원)를 지출했다. 그러나 같은 해 군대와 금융 관련 지출로는 각각 360억 유로(48조 원)와 620억 유로(83조 원)를 썼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우선순위인 것이다. 그래서 국제이주기구(IOM) 관계자는 “유럽연합은 이 얼마 안 되는 이주민과 난민을 수용할 자원과 여력을 충분히 가졌다”고 일침을 놨다.
난민 문제의 진정한 대안은 국경을 전면 개방하고 이주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하는 것이다.
유럽과 전 세계에서 복지와 공공서비스가 열악해진 것은 난민 때문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부자와 기업을 위해 세금을 깎는 대신 투자를 줄이고,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도 인구가 많아서가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의 이윤율이 낮아서 자본가들이 투자를 안 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어느 사회든 복지와 공공서비스는 노동의 산물이다. 따라서 노동인구가 많을수록 더 커질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역사상 전례가 없는 규모의 대도시들이 생겨난 것도 바로 그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난민·이주민 통제는 ‘세상에는 여기에 있어도 되는 사람과 안 될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퍼뜨려 노동계급을 분열시킨다. 그러나 난민과 ‘본토’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유럽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머나먼 유럽까지 찾아오는 난민 2명 중 1명은 18~34세다. 이 난민들은 ‘본토’ 노동자들과 같은 것, 바로 일자리와 복지를 원한다. 두 집단 모두 일자리와 복지를 없애는 지배자들에 맞서 싸울 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연대의 기초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모든 형태의 이주 규제에 반대하고, 지금 평범한 시민들이 난민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일자리와 복지를 지키기 위한 공동의 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난민 문제에 대한 급진적인 대안은 유럽연합에 대한 좌파적 대안 건설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독일 지배자들도 다르지 않다
언론(특히 한국 언론)은 메르켈 등 독일 정치인들이 난민에 관대하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언론의 가장 흔한 왜곡은 난민 신청자를 마치 당국에 의해 최종 인정된 난민처럼 보도하는 것이다. “독일, 난민 80만 명 수용” 식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80만 명은 독일로 향할 난민 신청자들을 추산한 것이다. 반면 독일의 심사 후 난민 인정률은 유럽연합 평균(4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고, 앞서 지적했듯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칸반도 출신자에게는 1퍼센트도 허락하지 않는다.
10명 중 6명
그래서 독일을 찾은 난민 10명 중 6명은 난민 신청이 거부됐고 사실상 추방되는 경우도 많다. 올해 상반기에 독일 정부는 약 8천2백 명의 난민 신청을 거부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퍼센트 늘어난 것이다.
난민 신청이 많은 이유도 정부가 관대해서가 아니라 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독일로 몰리기 때문이다. 인구를 감안하면, 독일이 접수한 난민 신청률은 유럽 28개국 중 10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번 난민 대책으로 독일은 결국 자국으로 향했을 시리아·이라크·에리트레아 난민에 대한 책임을 다른 나라로 떠넘길 수 있게 됐다.
독일 정부는 더 많은 난민을 받는 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독일 좌파당 디링케의 가장 주된 좌파인 ‘마르크스21’의 한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난민들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 또는 독일로 오는 길목에 있는 나라의 독일 대사관들은 한사코 난민 신청을 받지 않고 유럽연합까지 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독일은 거의 모든 난민 발생 국가에 대해 유럽연합 진입 시 비자 제시를 의무화하도록 주도해 난민들의 합법적 입국 경로를 사실상 차단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디링케의 또 다른 활동가는 “8월 말~9월 초에 독일로 들어온 난민 수천 명에게 실제로 체류가 허락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면서 “지금 독일 지배계급은 평범한 독일인들이 난민을 환영하고 나서자 체면 치레를 할 방안을 찾는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제국주의: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
최근 유럽 난민 문제가 급속히 부상한 것은 유럽을 찾은 난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4년 한해 동안 유럽을 찾은 난민 중에는 시리아인이 가장 많았고(20퍼센트, 12만여 명), 그다음은 아프가니스탄인이었다(4만여 명). 같은 기간, 이라크에서도 2만 명 넘게 왔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이 나라들을 망친 것은 바로 서방 지배자들이 주도하고 한국 정부가 충실히 지원한 제국주의적 중동 정책이다.
서방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현지인들의 처지를 악화시켰고, 특히 이라크에서는 종파 갈등을 부추겼다. (한국 정부도 한때 미국·영국 다음으로 많은 점령군을 보냈다.) 그 덕분에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가 성장하자 다시금 서방은 IS를 막겠다며 2013년부터 시리아와 이라크에 미사일을 퍼붓는 동시에, 현지 군대의 손을 빌리려고 시리아 정권이 자국민을 학살하는 것에 눈감고 있다.
2013년 이후 서방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민간인만 헤아려도 1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시리아에서는 서방, 정부군, IS의 경쟁적인 파괴 행위 때문에 양대 도시 다마스커스와 알레포의 수도 시설이 파괴돼 장티푸스나 콜레라가 창궐할 위험마저 있다(9월 2일, 국제 적십자).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고 2013년 이라크·시리아 공습에 반대한 세계 반전 운동의 경고가 옳았던 것이다. ‘인도주의적’ 전쟁이나 공습이란 있을 수 없고 제국주의적 전쟁은 오직 재앙만 낳을 뿐이며, 오늘날 유럽 난민 사태가 그 일부인 것이다.
영국, 프랑스 등의 서방 지배자들은 성찰은커녕 최근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시리아 공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데, 이는 질병의 원인을 처방으로 제시하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더 냉혹하다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인도적 체류허가까지 포함해서 11.6퍼센트에 불과하다. 유럽연합 평균(45퍼센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평균(30퍼센트)과 비교해도 형편없이 낮다.
한국은 2013년 전까지 난민에 관한 법도 없었다. 모든 것이 낯선 난민 신청자들에게 법률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통역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
2013년에서야 제정된 난민법은 입국 단계에서 난민 신청을 접수할지 말지까지 심사하는 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수단 출신의 한 난민 신청자는 난민 신청 자체가 거부돼 공항 구금 시설에 5개월이 넘도록 구금당했고 변호인 접견마저 허락받지 못했다.
대한변협은 지난 2월 ‘외국인보호소’ 실태 조사 결과 발표에서 ‘외국인보호소가 난민 신청자들을 사실상 구금한다’고 비판했다.
2010~13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난민신청자 26명의 평균 구금기간은 무려 3백14일이었다.
시리아 난민 4백77명을 ‘인도적 체류자’로 인정했지만 취업 허가 외에 건강보험이나 생계 지원 등은 일절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타(G-1)비자뿐인 이들을 선뜻 고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런 나라가 2014년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 의장국이었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