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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과 청년들에게 더 나쁜 조건을 강요하는 “노동개혁”

박근혜가 “노동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운 “청년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보호”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거듭 분명해지고 있다. 노사정위 야합 이후, 새누리당이 신속하게 노동 악법들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법안은 비정규직 저질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청년에게 더 나쁜 조건을 강요하는 방안으로 가득하다.

3백여 개 노동운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9월 17일 노사정 야합을 규탄하며 시국농성에 돌입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정부·여당은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들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려고 한다. 파견법도 개정하겠다고 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5백28개 업무의 파견이 추가로 허용된다. 여기에는 55세 이상 노동자와 ‘고소득·전문직’에 파견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포함된다. 이 수가 7백40만 명(전체 노동자의 약 40퍼센트)에 이른다. 교사, 간호사 같은 직종들이 ‘고소득·전문직’에 해당한다.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뿌리산업은 주조·금형·용접 같은 업종으로 자동차·조선 등의 제조 공정에서 기본이다. ‘뿌리기업’은 대체로 중소·영세 사업장이지만, 유성기업이나 핸즈코퍼레이션 같은 대형 부품사들도 있다. 그간 기업주들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도 파견을 허용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구멍 숭숭

정몽구 같은 자들이 불법파견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도 열어 줬다. 그간 현대차 등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나온 것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노무관리(휴가·휴게 관리감독, 교육·훈련 등)에 개입한 것 등이 불법파견의 증거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파견과 도급 구별 기준을 명확”하게 하자며 이런 불법파견의 징표들에 구멍을 숭숭 냈다. 원청의 직무교육, 고충처리, 안전 관련 사항을 “원청의 배려”라며 불법파견 징표에서 예외로 하자고도 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대기업 사내하청이 합법 도급으로 인정될 위험이 훨씬 커진다.

박근혜가 확대하겠다던 실업급여 관련 법안도 실제로는 개악이다. 구직급여의 지급 수준을 올렸지만(퇴직 전 평균임금 50퍼센트→60퍼센트), 급여의 하한액을 낮췄다. 그런데 이 하한액을 받는 사람이 전체 수급자의 63.6퍼센트나 된다. 특히, 청년들의 75퍼센트가 하한액을 받는다. 대다수의 실업급여가 삭감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기준을 까다롭게 하려고 한다. 직업 소개나 훈련 지시 등을 거부하면, 실업급여 지급을 정지하거나 삭감하는 조항도 있다. 이것은 독일의 악명 높은 ‘하르츠 개혁’과 유사하다. 즉, 실업자들에게 주는 복지를 삭감하고,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저질 일자리를 강요한다.

일반해고, 취업규칙 가이드라인, 장시간 노동 허용과 임금체계 개편 등의 공격도 노동조합으로 조직돼 있지 않은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또, 가뜩이나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로 여러 불이익을 받고, 성희롱과 비정규직화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도 더 악화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광범한 미조직·비정규·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에 맞서 강력히 투쟁함으로써 ”민중의 호민관” 구실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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