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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의 박근혜 반대 목소리가 캠퍼스를 휘감다

오늘(10월 29일) ‘전국여성대회’에 축사를 하러 이화여대를 방문한 박근혜가 수백 명의 이화여대 학생들에게 커다란 망신을 당했다. 박근혜를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니라 엄청난 분노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폭발적이고 즉각적인 항의 운동으로 오늘 하루 캠퍼스가 들썩였다.

학내에서 행진하는 이화여대 학생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전국여성대회’를 주최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상류층 여성들을 대변해 왔다. 심지어 이 행사에는 이화여대의 수치인 김활란의 이름을 건 여성 지도자 상 수여식도 포함돼 있었다. 김활란은 일제에 부역하고 위안부 동원을 독려했던 친일 인사였다. 이런 행사에 박근혜가 와서 ‘여성’을 운운하며 축사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는 다수 여성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OECD 1위의 남녀 임금 격차와 세계 117위의 성평등 지수(2014년 기준)가 소위 ‘여성 대통령 시대’의 진실이다. 박근혜가 청년과 여성을 위해 추진한다는 “노동 개혁”도 순 거짓말이다. 비정규직과 저질 일자리가 늘어나고 해고가 쉬워지면 청년과 여성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극비에 부쳐졌던 박근혜 방문 계획은 전날 밤에야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이대모임,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준) 이대분회, 인문사회과학회 박하, 이화여대 평화나비, 생활도서관 등 학생들은 오늘 아침에 모여 즉각 기자회견과 항의 행동을 계획했다.

기자회견을 방해하는 전국여성대회 참가자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처음에 기자회견은 10여 명이 모여서 시작했다. 그러자 학생 수십 명이 기자회견을 보고 다가와 박수를 치며 참가하기 시작했다. 말쑥하게 차려입고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하러 온 중년 여성 몇몇이 기자회견에 난입해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지, 뭘 알고 그러느냐”며 방해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도 없었고, 오히려 이런 소란을 보고 기자회견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더 많이 모였다. 학생들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세월호 진상 규명 회피 및 방해, 대학 구조조정, 위안부 문제 등 박근혜에 대한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사복 경찰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후 행사장인 대강당으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박근혜가 직접 학교를 방문했고, 학생들은 박근혜에게 할 말이 아주 많았기 때문에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리를 마중 나온 것은 박근혜가 아닌 수많은 사복 경찰들이었다. 경찰들은 일반인인 척 학교에 잠입해 있다가 학생들이 항의 행동을 벌이자 갑자기 스크럼을 짜고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사복을 입은 여경들 뒤로 두 배나 많은 남성 경찰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단단한 저지선을 만들었다.

사복 경찰들은 학생들의 항의 행동을 폭력적으로 막으려 했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학생들은 결코 굴하지 않고 대강당으로 진입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내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다! 왜 못 지나가게 하느냐”, “경찰이 학교에 들어와 학생들을 막다니 지금이 유신 시대로 회귀한 것 아니냐”, “무엇이 두려워 무기도 없는 학생들을 이렇게 폭력적으로 가로막는가” 하고 항의했다. 이런 황당하고 비민주적인 광경에 항의 행동에 동참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나 대열 규모는 어느 새 수백 명으로 커졌다. 학생들은 분노에 찬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박근혜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당신은 여성을 말할 자격이 없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내리누르는 경찰들에 분노하며 눈물을 떨군 이화여대 학생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대강당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는 동안 박근혜는 학교 후문으로 몰래 들어와 행사장에 입장했다. 학생들 수백 명이 여전히 사복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였다. 학생들은 진입 경로를 바꿔 다른 길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두려움은 이제 분노로 바뀌었다. 돌계단 위에서 남성 경찰과 경호원들이 매우 위험하게 여학생들을 밀치고 떨어트리려 했지만,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수백 명의 행진 참가자들은 대열을 지어 전진하다가 다시금 곳곳에서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또다시 대열을 만들어 행진하기를 반복했다. 이 길이 막히면 저 길로 다시 뛰어 갔다.

분노

결국 박근혜는 황급히 이화여대를 빠져 나갔다. 학생들이 박근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이다! 수백 명의 경호원과 경찰이 캠퍼스에 난입해 여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한 광경은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이번 항의 행동은 대학생들이 결코 박근혜 정권과 그 반동적 정책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

박근혜가 학교를 빠져 나간 후 정리 집회를 하면서, 우리 이화여대 학생들은 자신감과 힘을 느꼈다.

위험하게 학생들을 막고 있는 사복 경찰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며 “노동 개혁”으로 착취를 강화하고, 시간제 일자리 확대와 보육 복지 삭감 등으로 평범한 여성의 삶을 더욱 나락으로 모는 박근혜는 ‘여성 지도자’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오늘의 항의 행동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대학생들의 항의로 번져나가도록 애쓸 것이다.

사복 경찰들의 방해를 뚫고 행진을 시도하는 이화여대 학생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박근혜가 방문할 때 사복 경찰들 수백 명이 일반인인 척 이화여대 캠퍼스에 들어와 있었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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