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테러’ 낳은 제국주의 전쟁 반대 행동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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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방청기] 명분 없는 검찰 항소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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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서경석, 이종우 동지의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두 동지는 오바마 방한과 한국군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문화제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강제로 연행됐다. 참가자들은 앉아서 초대 가수의 공연을 듣고 있다가 연행되었는데, 심지어 그 집회가 열린 장소는 경찰이 이동해 달라고 요청한 장소였다.
경찰이 정당한 집회를 불법으로 삼은 명분은 야간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법률이었다. 이 법은 해질녘 모일 수밖에 없는 대다수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악법이었다. 그런데 재판 진행 도중 야간 집회 시위 금지 조항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당연히 이 법에 근거해 기소했던 사건들은 검찰이 모두 공소를 취하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집회 자체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고, 통행의 자유를 가로막았다는 억지를 부리며 공소를 유지했다. 1심 재판 결과, 이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오히려 경찰이 무리하게 집회 참가자들을 진압했으며 집회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통행을 막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두 동지와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가 재판을 받은 두 명(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전 사무처장, 당시 서울대 학생)을 포함해 네 명 모두 당당히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기어코 항소를 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 참가자들이 6년 동안 법원에 드나들며 받은 재판 횟수만 열 번이 훌쩍 넘는다. 서경석 동지의 말대로, 집회 참가자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괴롭히겠다는 뜻 외에 어떠한 명분도 없는 재판이었다.
새로운 증거가 없어 첫 재판에서 최후진술까지 진행됐다. 서경석 동지는 아무 명분이 없는데도 끈질기게 괴롭히는 이유는 집회에 참가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냐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검찰과 정권의 행태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종북·좌빨로 매도하는 박근혜 정부가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괴롭히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고 항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낳은 참극
이종우 동지는 진정으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고 있는 것이 누구인지 물었다. “당시 경찰의 폭력적 진압이야말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으며, 아랍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야 말로 진정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다.” 이종우 동지는 10년 전 한국 민간인들이 희생되었던 것을 상기시켰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파리에서 벌어진 참극도 바로 테러와의 전쟁으로 시작된 점령과 폭격 때문이었다. 이런 전쟁과 파병에 반대한 것은 정당했다.” 또한 시청광장 앞에서 우익들이 벌인 집회에서 방화를 하고, 그 불을 끄는 경찰을 폭행한 사건으로 누가 처벌받고 재판을 받고 있는가 물었다. “이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정치적 탄압이다.”
두 동지는 당당하게 최후진술을 했고, 판사나 검사는 밝히지 않은 이 재판의 정치적 맥락과 정당성 또한 드러냈다. 재판을 참관하고 힘이 났다.
김환영 평화재향군인회 전 사무처장도 평화로운 집회를 처참한 폭력으로 진압한 이 나라가 나라인지, 깡패 집단인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끝까지 괴롭히는 검찰을 보며, 당일 우리가 더 강력하게 싸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고, 야만적 국가가 잘못이다.”
아마도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도 우파 정권답게 민주주의를 탄압하며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동지들처럼 당당하게 맞서 싸워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박근혜 정부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12월 4일 오후 2시에 다음 재판(선고 예정)이 있을 예정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재판부라면 당연히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 기대한다. 다음은 서경석, 이종우 동지의 최후진술문이다.
서경석 동지 최후진술문
"무죄 나왔는데도 집회참가 끝까지 단죄하려는 검찰, 민주주의 위협하는 것"
2009년 11월 집회 건으로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으니 이제 6년을 꽉 채웠습니다. 6년 동안 저는 이 재판으로 상당히 극심한 고통을 겪었는데, 1심 때 검찰의 모습은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에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우리 집회가 공공질서를 위협했는가, 아니면 주변 상인들이나 행인들에게 명백한 손해를 끼쳤는가 하는 [질문을 했는데, 검찰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비디오 사진 판독에서도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인 평화로운 집회를 무리하게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우리가 연행되었던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1심 심리 때 무기력한 검찰의 모습은 결국 무죄판결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당시 검찰에 묻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위법 사실을 증명도 못 할 거면서 왜 야간시위금지에 대한 위헌결정이 났을 때 우리에 대한 기소를 유지했었는지를요.
재판부가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우리 사건이 야간집회금지가 이미 위헌 판결은 받은 상태에서 검찰이 야간시위 금지를 위반했다고 우리를 기소했기 때문에 당시 진행 중이던 야간시위 금지에 대한 헌재 결정을 기다리자고 했습니다. 애초에 집회를 시위로 기소하고, 야간시위마저 위헌 결정이 나니까 이젠 해산명령 불이행으로 우리에 대한 기소를 유지해야 했던 그 집요함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미 판례도 있었습니다. 명백한 위협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산명령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 말입니다. 무엇이 검찰로 하여금 6년 전에 당시 국민 다수도 반대했던 재파병에 항의하는 평화적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저희를 끝까지 집요하게 기소하게 했는지. 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왜냐하면 검찰이 집요함을 발휘할 사건들이 그동안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완종 리스트, 세월호, 국정원 대선 개입 등등.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검찰이 이 사건의 반만큼이라도 집요했었습니까? 국민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덮어주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무죄를 받았으니 잊어버릴까 하는 시점에 이번엔 항소장이 날아왔습니다. 항소장에는 항소이유를 적는 칸이 있습니다. 제가 왜 검찰로부터 항소를 당해야 하는지를 검찰이 적는 칸입니다.
"원심은 법령위반과 사실오인이 있음.(상세한 항소이유서 제출예정)"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오늘 항소심에서 검찰은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추가로 확인된 불법 사실이 있었습니까? 수십 명 집회가 갑자기 폭도로 보일 만한 그런 새로운 사실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궁금한 것은 그 사실이 무엇인지가 아닙니다. 검찰의 집요함이 왜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한 이 사건에서 발휘돼야 했는지입니다. 이 긴 재판으로 우리는 모두 6년 동안 엄청난 불편을 겪었고, 저는 생계까지 위협받았는데, 정당한 이유 없이(새로운 사실도 하나 없이) 우리를 이자리로 불러낸 이유가 저는 궁금한 것입니다. ‘집회에 참가하면 이만큼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이런 본보기입니까.
본보기
특히 지금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고, 또 정부에 반대하는 국민들에 대한 정권의 대응도 매우 강경한 시점에서 집회에 참가하면 이만큼이나 불편해야 하니 집회에 참가하지 말하는 메시지 말입니다. 물론 추정입니다. 하지만 그저 추정이라고 하더라도 검찰의 이런 태도, 즉 집회금지가 위헌이 되니 시위로 기소하고, 시위금지도 위헌이 되니 해산명령 불이행으로 기소하고, 그것도 무죄가 나오니 항소해서라도 집회참가를 끝까지 단죄하려는 이런 태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배우듯 대의제 민주주의는 전혀 완벽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지금 그 부작용이 모두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대통령, 선거 때만 굽신대는 국회의원, 무엇보다 우리가 선출하지도 않는 권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지 않습니까. 언론, 재벌들, 군대, 경찰 등등.
한국의 헌법이 보장하는 대의제의 보완책은 국민투표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것은 있으나 마나이니까 헌법이 제21조 1항에서 보장하는 것이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인 것입니다. 물론 언론은 제 구실을 포기했지만요.
‘폭력적이면 안 된다’, ‘경찰이 얼마나 위협을 받았으면 식용유를 뿌렸겠냐’, ‘국정화에 반대하면 모두 종북세력다’ 하는 말들은 모두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것입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반대를 하는데, 국민의 대표라는 자들이 국정화를 굳이 하겠다고 하면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그러지 말라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헌법입니다.
폭력은 이미 위헌판결을 받은 차벽을 세우는 것이 폭력이고, 집회에 나온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것이 폭력인 것입니다. 사법권력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국가가 자행하는 폭력으로부터 헌법정신을 수호하고 국민의 뜻이 사회에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연구결과도 차벽이 오히려 시위대의 폭력을 부른다고 했습니다. 사법권력의 구실이 차벽에 쥐구멍을 내면 불법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평화적으로 집회에 참가한 국민들을 차벽 안에 가둬놓고 물대포를 쏘는데 조그만 구멍하나를 내놓으면 국민은 아무런 압박도 못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냐고 묻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을 믿고 거리로 나와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권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려는데 차벽에 막히고 물대포에 다치고, ‘폭도’, ‘좌빨’, ‘종북세력’으로 매도당하고 그리고는 재판에 불려다니고 생계마저 위협당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에 코웃음 치며 절망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절망이 바로 하루 평균 38명, 1년에 1만 4천 명이나 자살하는 한국, 총알이 날아다니는 분쟁지역보다도 행복지수가 낮은 ‘헬조선’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
민주주의를 침몰시키는 자들은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저희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자신들만 살겠다는 자들입니다.
그렇기에 본 재판은 한국의 사법권력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무죄를 받는다고 한국이 민주적인 나라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그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법이 우리에게 유죄를 선고한다면, 그렇다면 그 법은 과연 무죄입니까? 아닙니다. 그 법은 헌법 앞에, 민주주의 앞에, 대다수 인민들 앞에 유죄입니다. 이상입니다.
이종우 동지 최후진술문
“진정으로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것은 점령과 전쟁이다”
벌써 6년전 일입니다. 그런데 지난 1년간 재판을 받으면서 다시 그때의 일이 떠오릅니다. 검찰은 집회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했다고 합니다. 당시 경찰은 폭력적으로 집회 참가자를 연행했고 위협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것은 끔찍한 점령과 전쟁입니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무차별적인 죽음을 가져 왔고 한국인 희생자도 낳았습니다. 얼마 전 파리 공격과 같은 참극을 낳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비극을 중단하라고 전쟁을 멈추라고, 전쟁을 돕는 파병을 하지 말라는 것은 매우 정당합니다.
또 같은 날 낮에 우익들은 미국 대통령 환영 집회에서 불을 지르고, 불을 끄려는 경찰관을 폭행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왜 이들과 우리가 다른 대우를 받는 것입니까?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법이고 정의인 것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