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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임금 불평등 심화, 경쟁 강화, 공공서비스 악화시킬 것

3월 26일 민주노총 소속 공공부문 4개 노조(공공운수노조, 공무원노조, 전교조, 보건의료노조)가 민중총궐기 전에 “공공성 파괴 성과퇴출제 저지”를 위한 공공부문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 집회는 올해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성과급 균등 분배를 공격하고 있고 공기업에는 경영평가 불이익 엄포를 놓고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 퇴출제를 도입해 비효율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공부문에 성과주의 도입은 오히려 심각한 폐해를 낳고 비효율을 높일 것이다. 최근 한 연구는 1977~2008년 미국 공공부문의 경험을 봤을 때, 성과급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패의 주요 원인은 성과평가에 대한 공정성 시비, 직원들의 사기 저하 등이었다.

공공부문 노조들의 공동 투쟁과 공통 파업을 실질화하려면 각 사업장에서 기층 노동자들의 활동을 지금부터 건설해 나가야 한다. ⓒ사진 출처 보건의료노조

사실, 공공부문의 업무는 대부분 협업에 기초하는 데다 업무 특성상 성과를 측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서로 다른 업무들을 일률적 지표로 측정하고, 등급별로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상대평가를 하고, 상급자의 주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평가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외면하고 있다. 이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진정한 목적이 연공급 임금체계를 깨는 데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고령자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속연수가 오를수록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연공급제를 해체하고자 한다. 임금체계 개편의 목적이 임금 삭감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당장은 성과 평가에서 하위 성적을 받은 노동자 약 25~30퍼센트의 임금이 삭감된다. 여기에 더해 성과평가를 누적해 적용하게 되면 대다수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당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일단 누적식 평가 계획을 거둬들였지만, 간부들에게는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 이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 격차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기재부의 계획만 봐도, 공기업에서 기본연봉이 6천만 원인 3급 간부의 경우 최고와 최저 연봉 격차가 1천8백만 원까지 벌어지고, 기본연봉이 4천5백만 원인 4급(대리급)의 경우도 7백50만 원까지 벌어진다.

이렇게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노동자들 사이에 더 나은 성과 평가를 받기 위한 경쟁이 격화돼 협업이 약화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단기 실적에 매달리도록 내몰기 쉬워질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노동자들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공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력하고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성과급제로 계약한 의료인은 월급제로 계약한 의료인보다 과잉진료를 8.5배나 했다고 한다. 한국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재부의 경영평가 잣대를 보면, 공공성보다 수익성과 부채 관리가 성과 평가에서 강조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공동 파업

이처럼 노동자들의 조건을 악화시키고 공공서비스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평가 시스템 등이 마련되면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도 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공공기관 취업규칙에 (현재는 사문화된) 저성과자 직권면직 조항이 있어, 저성과자 퇴출제를 도입하기에 더욱 용이하다.

올해 공공운수노조는 철도, 가스, 건강보험공단, 서울·부산지하철, 서울대병원, 국민연금공단 같은 주요 공공기관 노조들의 공동 투쟁과 이 노조들의 교섭권·체결권 위임 전술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별 노조의 양보 교섭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정부 교섭도 모색하려는 듯하다.

최근 철도노조와 건강보험공단노조는 각각 대의원대회와 조합원 총회에서 교섭권·체결권 위임을 결정했다.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은 이 위임 전술이 노조 집행부의 양보 교섭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정서가 적지 않다. 이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일인데, 지난해 두 사업장 모두 집행부가 임금피크제를 수용해 이에 대한 만만찮은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것만으로 공공기관 주요 노조들의 공동 전선이 유지될 수 있는지 하는 우려도 있는 듯하다. 당장 정부의 공격 시점도 공기업은 6월, 나머지 공공기관은 연말까지로 일정한 시차가 있어 시기를 집중해 함께 싸울 수 있을지, 집중해 투쟁한다면 그 시기가 언제일지 등에 대한 물음들이 있다. 6월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시한을 겨냥해 공동 파업 등 집중 투쟁을 6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 2년간의 공공부문 투쟁을 돌아보면, 정부의 개별 작업장 압박이나 회유 등의 시도를 무력화하려면 강력한 투쟁 구심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조들의 공동 투쟁 전선을 지키고 공동 파업을 실질화하려면 각 사업장에서 기층 노동자들의 활동과 투쟁을 지금부터 건설해 가야 한다. 3월 26일 공공부문 4개 노조의 연대 집회는 이를 위한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정부는 총선 이후 노동법 개악 추진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도 공공부문에 대한 공격을 단호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올 상반기 공공부문의 전투는 전체 노동 개악 저지 전선에서 매우 중요하다. 노동운동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방어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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