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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 총선:
진보‍·‍좌파 후보와 정당들이 지지를 얻다

20대 총선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가 하락했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행태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빚어낸 정치 위기 덕분에 보수 지지층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물론 공천 과정에서 여권 내에 자중지란이 일어나 ‘배신과 복수’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들의 ‘진박’ 마케팅은 점차 ‘사죄‍·‍읍소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중도 보수층’에 경쟁적 구애를 하면서 전통적 야당 지지층에게서 볼멘소리를 듣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부분적 반사이익을 얻는 듯 보인다.

물론 접전인 곳이 많아 최종 선거 결과를 미리 점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몇 달 전 새누리당이 1백80석 운운하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런 언사들이 허세처럼 느껴진다. 반박근혜 야권 지지층이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제한된 범위이지만 전진을 하는 듯하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과, 노동운동과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부분적으로 도전한 것이 진보‍·‍좌파 정치세력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주류 정치권에 대한 환멸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박근혜 정부 심판 투표가 진보‍·‍좌파 지지로 표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약에 새누리당의 당선자수가 19대보다 줄고, 울산, 창원 등 민주노총 전략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여럿 생기고 진보‍·‍좌파의 득표가 늘어나면, 이후에 투쟁이 일어나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은 경제 위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도 ‘노동개혁’ 저지 투쟁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총선을 발판으로 향후 투쟁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보‍·‍좌파 정당과 후보들의 선전을 바란다. 투표 그 자체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지지한, 박근혜 심판과 “노동개혁” 반대를 내건 후보들의 선전은 대중 투쟁 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쟁의 대의가 전국적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자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아지다

울산의 북구와 동구, 경남 창원성산에서 노동정치 1번지 선거구다운 저력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 창원 성산 노회찬 후보의 당선을 바란다. ⓒ사진 출처 노회찬 후보 페이스북.

울산 북구의 무소속 윤종오 후보는 울산 지역 언론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7.7퍼센트(새누리당 후보는 33.7퍼센트)로 월등한 우위를 보여 줬다. 동구의 김종훈 후보도 터줏대감인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과거와 비교하면 이 자체가 선전이다.) 창원성산의 노회찬 후보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을 앞서고 있다.

울산 북구·동구에서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당선을 바란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함께할 것을 다짐한 울산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네 번째가 북구 윤종오 후보, 가운데는 민주노총 지지 후보인 울산 중구 노동당 이향희 후보) ⓒ사진 출처 김종훈 후보 페이스북.

곤경에 처한 새누리당은 특히 울산에서 색깔론을 총동원하고 있다. 윤종오, 김종훈 두 후보가 과거 진보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출마했던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이다. TV토론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냐’는 식의 유치찬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탄압도 벌어졌다. 4월 7일 선거와 무관한 북구 지역 시민단체 사무실 2곳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윤종오 후보의 ‘유사’ 선거사무소로 쓰여 선거법 위반이라는 혐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이 즉각 항의 성명을 내어 “표적 수사”, “정치 공작”이라고 규탄했다.

이는 누가 봐도 새누리당 후보 윤두환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을 만회하려는 정치 탄압이다. 윤두환이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 월급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터져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노동운동의 선거 도전과 선전이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여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걸림돌이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세 후보는 이런 치졸한 공격에 맞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계급 투표로 이 후보들이 당선하기를 바란다.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의 공약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 노동운동과 진보‍·‍좌파가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해 총선공투본을 꾸렸다.

총선공투본은 ‘노동개혁’ 반대, 재벌의 사회‍·‍경제적 책임 전면화, 노동중심 진보정치 재건을 위한 발판 마련 등을 목표로 구성됐다.

이런 목표들에 동의해 여러 정치‍·‍사회단체들은 물론이고,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의 진보‍·‍좌파 정당들도 참여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전략 후보는 6명이다. 앞서 다룬 세 후보 외에도 경북 경주 무소속 권영국 후보, 부산진을 무소속 김재하 후보(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대구 달성군 무소속 조정훈 후보(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 등이 그들이다.(애초 전략 후보 중 하나로 대전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유감스럽게도 4월 8일 더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고 사퇴했다.)

당선이 현실적 목표는 아니지만,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박근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노동운동의 대의를 대변하는 세 전략후보들의 헌신도 훌륭하다. 이 후보들이 모두 선전해 새누리당에 향후 노동자 투쟁의 경고장을 제대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을 포함해 민주노총 후보 23명과 민주노총 지지 후보 28명,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진보‍·‍좌파 정당 네 곳과 무소속 진보‍·‍좌파 후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전

이런 후보들에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주류 야당들에 대한 실망은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이 많은 수혜를 얻고 있다. 지난 2년간 세월호 운동과 노동운동의 도전과 일부 좌파와의 통합 이후 당원도 늘고 지지율이 올랐다.

특히 “노동개혁”과 테러방지법 등 민주적 권리 침해에 반대하는 등 운동의 요구를 대변해 지지율이 확연히 상승세를 탔다. 정의당은 평균 3백만 원 월급 시대를 만들겠다며 임금과 복지 향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경기 일산 고양갑)와 노회찬 전 대표(경남 창원성산)가 당선이 유력하다. 비례에선 당초 2~3명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4~5명으로 기대치가 올랐다.

비례 2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출마한 노동당은 기본소득 30만 원 지급,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같은 핵심 정책을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당은 이를 위해 재벌 증세를 하자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주도해 운동 건설에 일조한 용혜인 씨와 알바노조 초대위원장이기도 한 구교현 당 대표가 비례 후보로 나섰다.

진보당을 주도한 자민통계 일부는 총선을 앞두고 민중연합당을 건설했다. 민중연합당의 창당과 총선 출마는 박근혜의 종북몰이 마녀사냥이 제대로 안 먹혔음을 보여 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역 활동 경험이 많은 민중연합당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에 지역 후보가 많이 출마했다.

녹색당도 정당지지율 면에서 비교적 선전하는 듯하다. 김진숙 씨 같은 좌파적 노동운동가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녹색당은 기본소득과 탈핵화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기후정의운동에 앞장섰던 이유진 후보(서울 동작갑),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의 이계삼(비례) 후보 등이 주요 후보다.

이 정당들은 모두 민주노총의 총선 요구안을 지지했다. 민주노총 후보, 지지 후보를 포함해 네 정당 모두의 선전을 바란다.

아쉬움

물론 이 정당들이 노동계급의 진보‍·‍좌파적 가치를 대변하는 데서 아쉬움도 있다.

정의당 지도자들 일부는 태극기와 애국심 마케팅을 펴는 등 보수층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런 태도는 자칫 우파에게 자신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인천에서 제주 강정마을 진압을 지휘한 윤종기와 단일화 경선을 하는 등 진보의 가치 기준에 어긋나는 후보 단일화를 추구한 것도 문제적이다.

민중연합당은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 차별 극복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운동이 줄곧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 고용허가제 폐지 등이 빠져 있다. 역사적으로 스탈린주의 정당들은 이 쟁점들에서 약점을 보여 왔는데(가령 프랑스 공산당이 “위대한 프랑스” 운운하며 식민 정책과 이주자 차별을 정당화한 사례나 성소수자를 천대한 전통), 그런 전통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

좌파적 개혁정당인 노동당의 경우, 이주민 공약에서(나쁘진 않지만) 고용허가제 폐지 문제 등을 누락시켜, 이 쟁점에서 주류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정의당(고용허가제 폐지를 공약함)보다 취약한 것은 놀랍고 아쉽다.

녹색당의 기본소득 공약은 노동자들, 특히 청년 노동계급이 좋아할 만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는 공약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 온라인 기사 ‘좌파는 정의당에 투표하지 말아야 하는가?’도 함께 읽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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