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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문제는 청년의 눈높이가 아니라 자본주의 이윤 경쟁

총선 전후로 청년실업과 일자리 관련 문제가 다시금 중요한 의제로 올랐다. 청년 실업률은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올해 2월에는 12.5퍼센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9년 이래 최고치다. 올해 들어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고용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세계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들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의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몇 년 새 청년실업률 수치가 꾸준히 높아져 왔고 경제 위기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며 장기 실업자의 감소분 중 상당수가 (취직자가 아니라) ‘구직 포기자’들이다. 더욱이 청년실업이 노동계급 청년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청년 실업은 청년 개인들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체제의 문제다. ⓒ사진 조승진

청년실업 문제가 화두가 되자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저마다 일자리 공약을 내놓았다. 자본주의 정당들도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는 대중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정당들의 일자리 대책

새누리당은 10대 공약 중 일자리 공약이 3개나 되지만 알맹이가 없다. 경제특구나 산업활성화 등으로 기업 지원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 외에는 ‘청년희망아카데미’를 활성화해 구인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직업 훈련을 지원하고, 취업 매칭을 해 준다는 정도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일자리 ‘미스매치’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의 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무계획적인 체제이므로 일자리 ‘미스매치’는 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미스매치 해결을 주요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 삼는다는 것은 실업 문제를 청년 개인의 선택 문제로 여기는 것이다. 청년들이 더 낮은 조건의 일자리를 택하지 않아 실업이 생기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모든 실업은 자발적 실업’이라고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과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등을 제시하지만, ‘노동자의 희생’도 명시적으로 요구한다. 노동자들도 청년 일자리 문제에 책임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이 아니듯 노동자들이 너무 많이 벌어가서 청년실업이 생긴 것도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고 있어 청년 일자리 대책 약속을 진지하게 이행할 거라고 믿을 수 없다.

국민의당은 청년고용할당제 확대를 제시했고, 청년 구직자와 청년 실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몇 개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청년고용할당제를 고작 2퍼센트 올리고 직원 1천 명 이상의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는데, 참으로 부족하기 짝이 없다. 또,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경제 위기로 자영업자들이 숱하게 폐업한 마당에 창업 지원의 덕을 볼 청년이 얼마나 있을까? 무엇보다 국민의당 정책은 기업 지원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 위기라고 해도 기업이 고용을 늘릴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청년들이 실업에 시달리고, 고용 노동자들이 실질임금이 거의 늘지 않아 ‘임금 없는 성장’에 고통받고 있어도 기업주들은 매년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다. ‘일감’이 없어서 고용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 노동자들은 다른 OECD 나라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주의 정당들의 청년실업 대책이 근본적으로 한계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주된 기반이 자본가 계급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본가들에 손해(!)를 끼칠 만한 정책에 원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진보·좌파 정당의 방안

반면, 진보·좌파 정당들은 훨씬 실제적이고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놓았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은 공통적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한다. 이는 노동운동의 오랜 요구이며,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데서 핵심 방안인 만큼 적극 지지할 만한 정책들이다. 또, 이 당들은 미취업 청년들에게 소득 지원을 해 주는 정책도 공약에 포함했다.

정의당은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면서 1백50명 이상의 사업장에도 적용시키려고 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에서 ‘노동자 증세 아닌 부자·기업 증세’를 분명히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노동당과 녹색당의 기본소득 요구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큰 보탬이 될 만한 정책들이다. 특히 노동당의 청년 일자리와 복지 정책이 폭넓고 급진적이란 점에서 인상적이다.

민중연합당은 청년 일자리 대책을 따로 묶어 제시하지 않았지만, 기업에 과세하고 쉬운 해고를 막기 위한 ‘한상균법’ 제정, 졸업 실업급여제 실시 등 청년 실업자들에게 실제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놨다.

새누리당의 참패로 고무된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투쟁에 나서서 성과를 얻는다면, 청년 실업자들이 ‘강요된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청년실업의 진정한 원인과 책임

청년실업의 진정한 원인은 ‘미스매치’도, 고용 노동자들의 이기심도 아닌 바로 자본주의 체제 자체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 그리고 경제 위기다.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이윤을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면서 고용을 감소시킨다.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으로부터 축출된 노동인구를 마르크스는 ‘상대적 과잉인구’(산업예비군)라고 불렀다.

물론 자본가들이 기술 혁신을 한다고 곧장 실업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생산이 늘거나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가 생기면 과잉인구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제조업의 생산성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일자리가 줄었지만, 서비스업 일자리가 증가해 이를 상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경제 위기로 인해 이러한 상쇄가 둔화·중단됐다.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주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다 보니 이들은 고용을 줄인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갓 구직에 나선 청년들이다.

그러나 실업 문제의 진정한 책임은 경제 위기를 만들어 낸 책임자이기도 한 자본가 계급에게 있다. 그들이 재원을 내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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