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2016 세계노동절대회:
박근혜의 위기가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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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총선참패 직후 열린 민주노총 2016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기대와 낙관이느껴졌다면 다소 과장이겠지만,박근혜 집권 이후 무겁게깔려있던분위기는 완전히 일소된 듯했다. 노동자들은 연단에 집중했고여러 단체가 내놓은 신문과리플릿도 꼼꼼히 읽었다.
이날(5월 1일)민주노총의세계노동절대회는 15개 시도로 열렸는데도 수도권에서만 2만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참가자들은"구조조정 반대,성과연봉제 반대,노동개악 중단” 등 구호를 외치며 투지를 높였다.
최종진수석부위원장은대회사에서 ”20대 총선 결과는 총파업부터 총궐기까지,노동개악에 맞서 끈질기게싸워온 노동자 투쟁의 결과”라며박근혜 정부를 규탄했다.
"세월호진실규명을 외면하고,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했던 정부의 반민주-반민생 정책에 대한 국민의 경고입니다.그럼에도 정부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오히려노동개악을 강행하고,재벌을 살리기 위해구조조정의 피해를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인임종호 씨가연대사를 할 때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월말에 공식적으로 유가족 치료 기간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병원에 마주치는 가족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특별법 19대 국회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법이 시행령으로반토막 나고진상규명도 안된채 끝나려 합니다. 그러면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자기들이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단원고 교실존치는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고 기념해 달라는 게 아닙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 공간으로 만들라고 하는 겁니다. 한번만 가 보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세희 아빠”에게 큰 박수로 연대의 인사를 보냈다.
대학로에서 열린 집회에는수도권 집중 집회답게공공운수노조 소속 노조들이많이 참가했다.교육공무직본부,의료연대본부,건강보험노조,철도노조,서울지하철,서울도시철도 등올여름성과퇴출제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대거 참가했다.건설노조와금속노조,서비스연맹 대열도 각각천여 명이 넘어 보였다.
조상수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오는 6월경고파업에 이어 7월민주노총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좋은 일자리 확대,공공서비스 강화,공공노동자가 쟁취한다." 하는 구호가 적힌 배너를 앞세우고 행진했다.
박근혜의구조조정 위협에 맞서 투쟁을 준비하는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도 많았다.금속노조김상구 위원장은"현대차유성기업의노조탄압이한광호 열사를 죽였다.” “재벌과 사주, 채권단만 살리는구조조정 반대한다." 하며박근혜 정부의구조조정 압박을 규탄했다.기아차,쌍용차,삼성전자서비스 등금속노조 소속노동자들은한광호 열사를 추모하는 배너를 들고 행진했다.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은 ”최저임금 1만 원” 요구가적힌카트를 앞세우고 행진했다.마트 노동자들이 행진 대열의 선두에 섰다.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최근김상진 전 위원장을 해고한악덕 경영진을 규탄하는리플릿을 노동자들에게 반포했다.공무원 노동자들도 ”성과급제 폐지” 요구가 적힌 배너를 들고 행진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민중연합당 등진보정당들도 각각 수십 명씩 참가했다.노동자연대,사회진보연대, 변혁당 등 진보 좌파 단체들도 집회 장소 주변에 배너를 걸고리플릿 등을나눠주며 노동자들과 함께했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친구사이 등성소수자들도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했고 여러 대학에서세월호 특별법 개정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 공동으로 서명 부스를 차리고리플릿을나눠주기도 했다.삼성본사가 있는강남역 앞에서여러달째 농성을이어오고 있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인권지킴이),구속노동자후원회,평통사 등도 부스를 차리고 노동절 집회에 참가했다.
청계광장까지 행진하는 길에 인도에서는행진대열을 향한 박수가 심심치 않게터져나왔다. 선거 결과뿐 아니라 거리에서도박근혜 정부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바로 그박근혜에 맞선 투쟁의 최선두에 서 있음을 몸소 보여 줬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이 노동절대회를 전국 집중 집회로 열지 않고 분산시킨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한국노총처럼 전국집중집회를 열어 도심을 가득 메우고 위력적인 행진을 했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또, 경찰과의 충돌을 의식해서인지 도로의 절반만 차지하고 집회와 행진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대열이 너무 길어져 참가자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박근혜의 총선 참패로 고무된 한국노총 노동자들
한국노총도 이날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벌이며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 강행 시도와 구조조정 협박에 항의했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한국노총 노동절 대회(“지침 철폐! 노동법 개악 저지! 임단투 승리를 위한 한국노총 5.1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조합원 3만여 명이 모였다. 특히 금융위원회를 통한 정부의 성과주의 도입 압박에 맞서 투쟁의 시동을 거는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지난해 노동절 대회를 처음으로 야외(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개최한 한국노총은 올해도 서울시청 광장에 수만 명을 동원해 박근혜의 노동 개악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매우 광범위함을 드러냈다. 한국노총이 노동절에 종로 대로를 행진한 것은 올해가 최초다.
이날 집회는 새누리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 덕분인지 매우 활력 있었다. 한국노총은 총선에서 ‘반노동자 정당 심판’을 내걸고 사실상 새누리당에 반대했다.
몇몇 노조들은 예상치보다 조합원들의 참여가 높다며 고무됐다. 연단에서는 메르스, 세월호 등에서 보인 정부의 대처를 재차 폭로하는 발언들이 나왔고, 박근혜 정부야말로 저성과 해고돼야 한다는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다. KT노조의 부패를 비판하며 나온 KT민주동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홍보 활동도 주목을 받았다.
집회에 초대된 정의당 노회찬 당선인과 한국노총 임원 출신들인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당선인과 한정애 당선인(현 의원), 김기준 현 의원 등은 조합원들에게 총선 결과를 이어받아 박근혜의 노동 개악에 맞서 앞장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맨 처음 발언한 노회찬 당선인은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반면에 한국노총 중앙 방침을 어기고 새누리당에 비례후보 신청을 해 당선한 임이자 전 한국노총 여성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야유로 자기 이름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 “[집회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 [여권에서] 할 말은 하겠다”고 변명했지만, 쌓인 분노 앞에서 통하지는 않았다. 앞으론 새누리당 의원은 초대도, 무대 연단 제공도 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정부 투쟁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4.13 총선결과는 … 정권과 집권여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며 노동 개악 강행 시도에 맞서 싸울 것을 주장했다. 또한 “구조조정은 대량감원과 임금삭감과 같은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윤은 사유화하되 손실은 사회화하는 친재벌정책”이라고 규탄했다.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이 산업현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공공 금융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투쟁에 적극 함께하자”고도 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5~6월 임·단투에서 정부의 양대지침을 무력화 시키[자]”고 결의했다. 을지로, 종로, 청계천으로 이어진 행진도 힘차게 진행됐다.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한 마무리 집회에서 공공연맹 이인상 위원장은 “한국노총 지도부가 조합원을 배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공공연맹은 한국노총 내 금속노련, 화학노련과 함께 지난해 한국노총 중앙의 노사정위 복귀와 야합에 반대한 바 있다.
또한 박근혜가 공공기관 성과주의 도입을 직접 챙기겠다며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노총 공공부문(주로 금융노조, 공공연맹, 공공노련 등에 속해 있다.)도 연합해 저항을 개시하고 있다. 이런 저항 덕분에 정부는 애초 4월말까지를 성과연봉제 선도 도입 시한으로 했으나, 최근 5월말로 미뤄졌다.
이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는 박근혜의 총선 참패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자신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 주는 고무적인 집회였다. 다만, 한국노총 지도부가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언론과 조합원의 눈이 쏠리는 노동절 대회에서 중앙 차원의 대중 투쟁 계획을 발표했다면, 고무된 분위기에 초점을 부여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5~6월 임·단투에서 노동 개악 지침을 현장에서 무력화시키는 투쟁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총선 심판을 무시하고 거스르려는’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물러나게 하려면 대정부 투쟁을 집중해서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취재기는 5월 2일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