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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철회를 위해 파업으로 맞서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취업규칙 일방 변경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5월 30일 하루에만 철도공사·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 등 11개 사업장에서 이사회를 강행 개최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한다며 노조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도 여러 곳에서 사측의 부당한 개입과 불법 추진이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이사회 강행에 항의하는 철도 노동자들 ⓒ사진 출처 전국철도노동조합

그런데 정부는 성과연봉제가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없다며 노조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순전히 거짓말이다. 성과연봉제는 노동자들 간에 임금 격차도 키울 것이고, 무엇보다 전반적인 하향평준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연공급 임금체계를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바꾸는 데 그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성과연봉제로 노동자들을 더 손쉽게 통제하려 한다. 더 나아가 저성과자 퇴출제도 도입하기 쉬워질 것이다.

정부가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공공기관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선도하고 민간 기업에도 시급히 확대해, 심화하는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근 금융위원장은 9개 금융 공기업들에 성과연봉제를 강행한 후, ‘이제 민간 시중 은행으로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는 것을 함께 막아야 전체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삭감 공격도 약화시킬 수 있다. 잘 조직된 노조가 있는 공공기관들에서조차 공격을 막지 못하면, 노조가 약하거나 없는 사업장에서 공격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 투사들은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위선적으로 고임금 ‘철밥통’ 운운하는 것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아쉬운 대응

비록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의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를 철회시키기 위해 싸울 기회는 아직 있다. 막가파식 강행 처리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도 크다.

그럼에도 이사회 통과를 되돌리기 위해 싸워야 하므로 노동자들이 더 불리해진 것도 사실이다. 또, 사측은 일방 추진을 사후에 정당화하려고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동의서에 서명하라거나 노조에 합의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즉각적인 대규모 항의가 조직되지 않으면, 이미 이사회에서 통과된 마당에 이를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회의도 커질 수 있다.

현재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은 6월 18일 수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7월에 1차 파업을 벌이고 9월에 전면 파업을 벌일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금이라도 성과연봉제를 철회시키기 위한 투쟁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의 강행 의지가 분명했는데도 공공운수노조 등 주요 노조의 지도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점은 돌아봐야 한다.

이미 정부는 5월 초부터 금융 공기업들에 강공을 폈고 급기야 노동부 장관 이기권이 일방 강행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6월 9일 박근혜가 주재하는 성과연봉제 추진 점검회의를 앞두고 강공을 펼 것이라는 점은 매우 명백했다.

그런데도 양대노총 공대위는 6월 18일 집회와 9월 공동 파업 계획을 내놓고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실질적 투쟁을 배치하지 않았다. 철도에서는 사측이 성과연봉제 이사회 강행을 위한 수순으로 ‘교섭 철회’를 선언했는데도, 철도노조 집행부, 그리고 함께 교섭에 참가한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사측에게 성실교섭을 촉구할 뿐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전투에서 밀린 현재의 상황을 두고 “불법 이사회를 시도하는 것조차 우리 투쟁의 성과물”(최준식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이라며 상황을 직시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의 대응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노조들이 개별적으로 합의하거나 양보교섭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해 교섭권과 체결권 위임을 강조해 왔다. 물론 정부와 개별 공공기관 사측이 향후 벌어질 법적 공방에서 불리한 근거를 없애거나 투쟁 기세를 꺾기 위해 나중에라도 노사합의를 끌어내려 할 것이므로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끝까지 합의하지 않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될 때 싸운다’며 합의는 거부하되 교섭은 유지해 일방적으로 강행할 명분을 주지 않겠다는 전술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 성과연봉제 합의를 거부하는 것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기본 전제일 뿐 저지 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봐야 한다.

정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데 우리 편이 힘을 쓰는 걸 주저해서는 결코 공격을 저지할 수 없다. 성과연봉제 강행 추진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논란이 되던 상황에서 강력한 저항을 조직했다면 정치적 초점을 형성해 적어도 정부의 추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투쟁의 전진을 위한 활동가들의 과제

공공운수노조가 7월 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누그러지기 전에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7월 파업을 부분 파업이나 하루 파업과 같은 상징적 경고 파업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마비시켜 정부에 실질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파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공공부문 활동가들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파업과 투쟁 경험이 가장 풍부한 철도노조가 적극 나서도록 철도 활동가들은 지도부에게 촉구하고 동시에 기층 조합원들이 파업 태세를 갖추도록 조직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는 철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되돌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상당수 활동가들은 파업 여부가 쟁의권 확보에 달려 있다고 보는 듯하다. 물론 쟁의권을 신속하게 얻을 수 있다면 절차를 밟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쟁의권이 있어야만 파업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면, 쟁의권 확보 자체가 목적이 돼 정작 중요한 파업 조직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위가 철도공사 사측의 ‘교섭철회’ 주장을 받아들여 조정 신청을 각하해 버리면, 불법 파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금교섭을 시작해 쟁의권을 얻어야 한다는 논리에 대처할 길이 없을 것이다. 파업은 활동가들과 기층 노동자들이 얼마나 단단하게 투쟁 태세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파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불법 논란과 탄압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향후 법률 소송에서 성과연봉제 불법 도입을 밝혀 낼 수 있다거나 단협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하므로 법적 효력이 없다는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사회 통념”

법원 소송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불이익이 발생한 후에나 제기가 가능한 데다,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근 법원은 취업규칙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조차 잘 받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임금 삭감을 위한 행정지침에서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조 동의가 없어도 된다고 규정한 것은 불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판결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나올 것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다.

‘단협 우선’도 노조의 힘으로 뒷받침해야만 강제할 수 있다. 철도에서 사측은 단협을 위반하며 신입사원 연봉제를 일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도입 당시 이를 막기 위한 투쟁을 하지 않아 현재 연봉제가 계속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불법을 폭로하고 규탄하며 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법률적 수단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투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침 20대 국회가 개원해 공공부문 국회 특위나 국회 내 쟁점화를 통해 성과연봉제 공격에 대응해 보자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쟁점화도 노동자들이 얼마나 강력하게 투쟁을 벌이냐에 달려 있다. 또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은 성과연봉제에 대한 일관된 반대 입장이 아니라 불법적 도입만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여소야대 국회를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면, 국회 대응에 의존해 투쟁을 뒤로 미루거나 약화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 공공부문에 대한 지배자들의 공격은 집요하게 지속될 것이다. 활동가들이 이에 맞서 강력한 파업과 투쟁을 건설해야 임금을 지킬 수 있다. 이를 위해 활동가들은 아래로부터 노동자들의 투쟁과 단결을 강화하는 데 길잡이가 돼 줄 사회주의 정치와 조직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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