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중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특조위원 인터뷰:
“여야가 특조위 활동에 관해 어정쩡한 합의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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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위원회의 조사 활동을 사실상 종료시켰다. 특조위는 강제 종료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출근해 조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호중 특조위원(유가족 추천 비상임위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을 만나 현재 상황과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이호중 교수는 맑시즘2016에서 ‘세월호, 국가 폭력, 진실규명 운동’을 주제로 연설한다.
정부가 특조위 조사활동을 결국 강제 종료시켰습니다.
△이호중 특조위원(유가족 추천 비상임위원,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진
파견 공무원들은 철수했지만 조사관들은 남아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월급은 고사하고] 조사관들이 지방에 내려가서 관계자들도 만나고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조차 알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현재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9월 30일까지 종합보고서 작성 기간이고 이후에는 기관 청산 기간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무실을 정리하는 등 수순을 밟게 됩니다. 따라서 특조위 활동에서 9월 말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 봅니다. 특조위는 7월부터 9월까지 최대한 조사관들의 역량을 집중해서 조사를 진행하고 대외적인 활동도 힘껏 하려고 합니다.
6월 말 특조위가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세월호에 과적됐던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관련한 조사들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정부 기관들이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조사관들이 세월호에 실리는 화물들을 CCTV 영상으로 하나하나 살피면서 조사를 해야 했습니다. 이제까지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은 부산에서 제주도로 가는 항로만 있다고 했는데 조사를 통해 그것이 아님을 밝혀낸 것이죠. 제가 보기에는 정부가 이 사실을 숨겨 온 것이 큰 문제입니다.
특조위가 조사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조사해야 할 쟁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청해진해운은 과거에는 해군기지 건설 자재들을 어떻게 운반했고 그 과정에서 해군과 국정원의 구실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날 세월호만 출항을 했는데 출항 결정을 하는 데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용 철근을 실은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도 밝혀야 합니다. 특조위가 조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동안 정부기관들의 비협조와 방해로 충분히 조사하지 못한 것들도 많습니다.
△끝까지 함께 종료 선언에 굴하지 않고 출근하는 특조위원들을 유가족들이 격려하고 있다. ⓒ제공 최윤석
청와대의 KBS보도 개입도 폭로됐고 특조위는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고발했습니다.
청와대가 보도 통제를 한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입니다. 특조위가 고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진상 조사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단독으로 한 일일까요? 그 배후는 없을까요?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닐까요? 과연 KBS에만 보도 개입을 한 것일까요? 밝혀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매우 많습니다.
최근 특조위는 8월에 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종합 보고서 작성 기간이라고 우기지만, 특조위는 진상조사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자료나 출석 요청 등을 하면 특조위 조사관은 이제 공무원이 아니라며 협조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문회에도 증인들이 불출석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조위의 조사 권한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 그간 활동에서 어려움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공문으로 자료를 요청하면 답변도 없다가 재촉하면 그제서야 별로 영양가 없는 자료를 보내는 일들이 많았죠. 그렇게 몇 달씩 걸리는 일들이 다반사였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들을 특조위가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권한 자체가 워낙 약하다 보니 근본적 한계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사해야 할 쟁점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조사활동의 연장에서 청문회 주제에 대해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경이 에어포켓을 시도하고 있다고 거짓으로 알린 일이나 참사 직후에 해경이 선원들을 경찰 조사 전에 따로 수사관 집에서 재운 일, 경찰이 진도 체육관을 사찰한 일 등 참사의 진상을 조작하고 은폐하려 한 것도 진상조사의 중요한 대목입니다. 관련해서 언론 통제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해경과 청와대 등 책임 기관에 대한 실지 조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문회를 위한 조사를 하고 공개토론회도 하면서 특조위가 조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정부 기관이 특조위의 조사활동 종료로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방해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조직적인 진실 은폐를 폭로하고 특조위 활동의 필요성 등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근 농해수위에서 더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이 특별소위를 꾸려 특별법 개정이 아닌 조사기간 연장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나요?
특별법이 제정될 때 조사기간으로 적어도 1년 6개월은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적 합의였습니다. 충분하고 실질적 조사가 가능하도록 기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특조위가 예산과 인력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던 때가 2015년 8월 중순이었습니다. 지금 1년도 되지 않은 것이죠. 1년 6개월도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긴 하지만 특별법의 정신을 살려서 적어도 1년 6개월의 조사기간은 확실하게 보장돼야 합니다.
이 기간을 보장할 것, 그리고 인양 후 최소한 6개월은 선체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여야의 어정쩡한 정치적 합의로 몇 개월 연장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합의가 나온다면 특별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농해수위 세월호특별법소위에서 특별법 개정보다 법 해석을 통한 기간 연장에 중점을 두고 논의하는 것이 우려가 됩니다. 야당이 특별법 개정의 의미나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 운동이] 여야가 특별법 개정이 아닌 조사 기간의 일부 연장 수준으로 함부로 합의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터뷰·정리 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