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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계획 반대 점거 농성: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농성에서 배제하는 것은 근시안적 단견일 뿐이다

평생교육 단과대학(이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반대 농성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을 위축시키려고 경찰 1천6백여 명을 투입하는 등 압박을 가했지만 점거 농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경찰력 투입에 이어 이화여대 학교 당국은 “선의의 학생 대표, 재학생, 졸업생들의 의견과 행동은 존중”하겠지만 “외부세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학생들을 분열시키려 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공격은 농성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이화여대 학생으로서 점거 농성에 참가했다. 그러나 점거 농성을 주도하는 이화여대 온라인 커뮤니티 ‘이화이언’의 일부 회원들은 농성 초기부터 “운동권”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이화이언 익명 게시판에서 “운동권”을 농성장에서 나가게 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나를 포함한 몇몇 “운동권” 학생들의 실명과 사진이 나돌았다. 특히, 7월 30일 경찰 투입 뒤부터 이런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7월 31일 새벽 몇몇 학생들이 몰려와 농성장에 있던 나에게 농성장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나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 운동을 지지하는 재학생으로서 농성에 참가할 권리도 있음을 주장했다. 또, 이견이 있다면 민주적으로 토론할 문제이지 특정 사상을 문제삼아 배제하는 것은 비민주적일뿐 아니라 운동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형식적인 총회를 열어 나를 농성장에서 쫓아냈다. 유감스럽게도 총학생회는 이들의 압력에 기회주의적으로 순응했다.

나를 쫓아내자고 한 쪽의 주된 논거는 이렇다. “미래라이프대학 문제는 ‘순수한’ 이화여대의 문제이고 따라서 이 점거농성도 외부 세력과 연계되지 않은 ‘순수한’ 이화여대 학생들만의 운동이어야 한다.”

그러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은 프라임·코어 이화여대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이다. 대학 구조조정의 폐해를 알고 이에 맞서 싸워 온 다른 대학 학생회들의 지지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것이 박근혜 정부 대학 구조조정이 일부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또한 그 사업의 대상자가 될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기도 하고, 그릇된 정부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도대체 사회와 동떨어진 '순수한' 이화의 문제가 존재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점거 농성의 효과로 더민주당 우상호, 표창원 의원 등도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정치적 쟁점이 됐다.

사실 농성을 주도하는 이들이 ‘비정치’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화이언 커뮤니티에서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의원 보좌진이나, 서대문구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없다.

따라서 농성 주도자들의 ‘비정치’는 주류 기성 정치는 받아들이고 좌파 정치는 배제하는 모순일 뿐이다.

ⓒ이미진

저변과 자신감

“운동권”이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이런 차별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동안 좌파는 학생운동과 노동자 투쟁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적 권리들도 1987년 6~9월 대중 투쟁 이후 이어져 온 노동자·학생 운동의 성과다. 수많은 기록들이 보여 주듯이 이화여대의 “운동권” 선배들도 그 운동에 적극 참여해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2015년 10월 박근혜가 이대에 와서 여성 대통령이라 으스대려 한 것에 한 방 먹였던 약 3백 명 규모의 항의시위도 총학생회,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사회변혁노동자당 이대분회 등 “운동권”이 발의했기에 가능했다. 올해 봄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 운동을 이화여대 안에서 일으킨 것도 “운동권”이었다.

“운동권”은 운동의 저변을 넓히고, 운동을 일관되게 전진시키기 위해 애써 온 전통 속에 서 있다. 대학 총장, 경찰청장, 대기업 소유주 등 지배자들은 언제나 운동을 분열시키고 속이려 한다. 저항이 거세면 잠시 물러나는 척했다가 다시 뒤통수를 때리거나, 한 개를 내주고 두 개를 가져가는 식으로 맞바꾸기 하기도 한다.

그러나 좌파가 운동 내에 존재하면 온갖 속임수, 이간질, 불필요한 타협 등을 반대하는 목소리의 구심이 생기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좌파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한다. 운동 내에서 좌파를 배제한다면 가장 좋아할 것은 최경희와 박근혜일 것이다.

“운동권”이라는 이유로 같은 학교 학생을 운동에서 배제하려 한 이번 사건은 이화여대 학내 민주주의 운동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형식적 표결 절차가 좌파 배제라는 내용 자체의 심각한 비민주성과 위선을 가리진 못한다. 이 글을 빌어 용기 있게 추방에 반대표를 던진 학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나를 쫓아내는 데 찬성한 일부 사람들은 지난 30일 경찰이 대거 투입돼 충돌이 벌어진 것에 큰 충격을 받고 두려움을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운동권”이 있으면 경찰 투입의 빌미가 될 것이고, 연행자도 나올 수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운동권”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 요소”를 없애는 것이기는커녕 운동의 저변을 축소시키고 학교와 정부, 경찰의 자신감만 키울 것이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지지를 활용하고 이를 더 늘리는 식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비록 나는 지금 부당하게 농성장 밖으로 밀려났지만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농성장 밖에서 투쟁을 지지하며 좌파적 목소리가 왜 중요하고 필요한지 입증하려 애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