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로 금융노조가 하루 파업을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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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도 있지만, 박근혜의 협박이 잘 안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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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가 하루 파업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오전 9시부터 집결하기 시작한 금융노조 조합원 4만여 명이 참가했다.(주최측 발표 7만 5천 명, 전체 조합원 9만 5천 명)
파업 집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한 총회에서는 10월 이후 2, 3차 총파업을 비롯해 쟁의행위를 계속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정부는 노동부장관, 금융위원장, 박근혜가 번갈아 가며 파업을 압박하고 모든 지부에서 무지막지한 불법 협박을 해, 사상 초유의 전국적 영업점 마비는 막았다. 그럼에도 금융노조 파업이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다음 주에 벌어질 민주노총의 공공·보건 등의 파업에도 상징적인 도움이 될 듯하다.
예상대로 NH농협지부와 기업은행지부, 씨티, SC제일은행지부 등이 두드러지게 참가했다. 그 밖에도 부산 등 지방은행 지부들,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등 공기업 지부들, 수협중앙회지부 등도 할당된 구역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지도부가 공언한 목표인 영업점 마비 수준에는 못 미쳤다. 파업 경험이 별로 없는 조합원이 다수라 애초에 쉽지 않은 목표였지만, 그럼에도 제일 규모가 큰 ‘빅4’ 지부들의 참가가 저조한 것은 매우 아쉽다.
오전 11시 30분경부터 시작된 파업 선포식과 본대회에서는 조합원들의 함성과 열기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등 간부들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 사무금융노조 김현정 위원장 등 민주노총 중집 성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최종진 직무대행은 금융 파업에 이어 민주노총이 노동개악에 맞서는 파업을 벌이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도 연대 발언을 했는데, 이들은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의원들보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오후 집회에서는 오늘 파업을 적극 조직한 기업지부, 산업지부 위원장 등이 투쟁 발언을 했다. 지부 위원장들 모두 박근혜 정부를 향한 날 선 폭로와 비판을 쏟아냈다.
조합원들은 연사들이 박근혜를 정조준해 규탄 발언을 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오늘 파업이 고통전가의 주범인 박근혜에 맞서는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의 일부임을 노동자들도 잘 아는 것이다.
〈노동자 연대〉 판매대에서 기업은행 조합원들은 지점장을 앞세운 사측에 맞서 파업에 참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얘기해 줬다. 그중 한 노동자는 금융·공공이 함께 파업하는 것이니 어렵지만 꼭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과연봉제를 당장 막기는 어려워도 계속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시중은행 빅4의 5개 지부(우리, 국민, 하나/외환, 신한)가 저조한 참가율을 보인 것은 매우 유감이다.
일단 산별 파업에서 조직력이 있는 대형 지부의 파업 참가도가 낮은 것은 노동자 연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 파업이 고무적인 규모와 열기였음에도 아쉬움이 적지 않은 이유다. 시중은행 사측도 이런 결과를 노리고 산별교섭을 파탄 내고 부당노동행위를 무리하게 자행했을 것이다.
투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이런 탄압을 이겨 내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파업 전날 퇴근 불허 등 극렬한 압박을 받았던 기업은행지부나 비슷한 압박을 받은 NH농협지부가 대거 참가했다. 오히려 조합원의 자신감이나 의식이 충분치 않을수록 노조의 구실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형 지부 지도부의 파업 조직 책임 회피는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