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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을 절망의 거리로 내모는 체제

하늘까지 얼어버린 듯한 겨울 밤 명동. 오늘도 한국 자본주의의 중심 거리에는 무심코 지나칠지도 모를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특급호텔에서는 3백년 전 베르사이유 궁전에서와 같은 호화로운 연회와 파티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명동과 을지로 지하도 어둔 곳에서는 1평짜리 방도 없는 수많은 노숙인들이 깊은 추위에 신음하며 잠든다.
현재 노숙인들은 대부분 1997년 IMF 경제공황의 여파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다.
1998년 서울 시내 노숙인 수는 쉼터와 거리를 합쳐 5천 명이 훨씬 넘었다. 2001년에는 3천 명 수준이었다. 정부는 노숙인 수가 준 것이 정부 정책의 쾌거라고 떠벌렸다. 그러나 그 기간 죽은 노숙인 숫자가 1천7백여 명이었다.
경제 위기가 한층 심해진 작년 거리 노숙인은 2002년에 비해 거의 갑절로 늘었다.
이 수치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부는 온전한 노숙인 통계조차 내지 않고 있다.
2003년 서울시는 서울 전역 거리에 있는 노숙인 수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틀 만에 조사는 중단됐고,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노숙인 수가 조사 전에 밝힌 3백 50명보다 2.5배 많은 8백 90명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1년에 4백여 명, 즉 하루에 한 명꼴로 노숙인들이 이 한많은 세상을 떠난다. 그들의 평균 수명은 40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거리 노숙인들의 건강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알콜 중독이 3분의 2 정도 되고, 간기능 이상이 40퍼센트, 당뇨병도 10퍼센트나 된다. 정신질환은 20퍼센트에 이르는데 이는 1998년과 비교해 갑절로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장 이명박은 작년에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시립병원에 지원하던 노숙인 치료비를 냉혹하게 끊어버리려 했다. 천만다행으로 여러 인권단체들이 투쟁해서 이 조치는 철회됐다.
25억 원이면 거리 노숙인들에게 기본적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 비용(2천억 원)의 1.25퍼센트 밖에 안 되는 이 돈조차 아까워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노숙인이 공원에서 비를 흠뻑 맞고 얼어죽었다. 그것도 여름에… 이것이 노무현이 말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잔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노숙인을 “부랑인”으로 규정하며 게으른 사람이라고 매도한다. 그러나 노숙인들은 일자리를 간절히 원한다. 많은 노숙인들이 새벽 1∼2 시에 일어난다. 시쳇말로 “노가다”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제 불황인 요즘 그조차 일주일에 한 번 하기 힘들다.
쉼터는 정부가 하는 거의 유일한 노숙인 정책이다. 군대 내무반 같은 쉼터에서는 개인 사생활을 전혀 누릴 수 없다. 집단으로 생활하다 보니 마찰이나 싸움도 많이 일어난다. 또, 노숙인 쉼터에 가면 저축액, 종교부터 심지어 성욕이 있는지까지 온갖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더 황당한 것은 정부가 그 쉼터조차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 권리뿐 아니라 정치적 권리도 박탈당했다.
2002년 서울역 노숙인 이씨는 구걸하다 철도공안에게 잡혀가 구타를 당했다. 이씨는 1주일을 거리에 쓰러져 있다 119에 실려가 사망했다. 그 해 노숙인 김용현 씨는 서울역 공안분실에 잡혀가 뜨거운 물을 목에 끼얹히는 고문을 당했다. 그는 목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통계에서 잡히지 않지만 지금도 영등포 일대에는 감옥 독방보다 좁은 쪽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살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유일한 “대책”은 “불량주거 지역”을 철거하는 것이다.
꽃은 처음부터 시들어 있지 않다. 노숙인들에게도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라는 괴물은 그들의 꿈과 사랑을 시들게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 미니홈피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의 질량에 의해 결정됩니다.”
노숙인들의 희망의 질량을 거의 0(=절망)으로 몰아넣은 것은 자본주의와 노무현, 김근태, 이명박 같은 지배자들이다.
국가는 노숙인들이 최소한 노동자로 살 수 있게 해줄 책임이 있다. 그러기 위해 적어도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주민등록 말소된 사람을 포함한 모든 노숙인에게 무상의료 혜택을 주어야 한다.
둘째, 모든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교육도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가정을 꾸릴 만한 집을 무상에 가깝게 제공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평당 4천만 원이 넘는 삼성동 아이파크 같은 집에 사는 부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고, 국방비를 복지비로 돌리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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