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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정부의 앞날:
미국과 전세계를 더 위험하게 할 것이다

깡패 같은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는 당선 후에도 선거운동 때처럼 차별 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 트럼프는 이주민 3백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할 것이라 다짐했으며,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이용해 주 의회가 낙태를 처벌할 수 있도록 판례를 뒤집겠다고도 공언했다.

또 트럼프는 이제껏 미국과 전세계의 노동자·서민들을 나락으로 빠뜨려 온 기득권층을 대거 새 정부로 끌어들이고 있다. 트럼프가 수석 고문으로 임명한 스티브 배넌은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투자자 출신 백인우월주의자며,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 라인스 프리버스는 공공부문 노동자 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대외 정책을 주도할 국무장관 직도 공화당 주류, 보수 싱크탱크, 네오콘 출신 인사 등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행세를 하며 신자유주의 체제와 그 집행자인 기성 정치권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이용해 당선했지만, 그 자신은 신자유주의 규제 ‘개혁’과 부동산 거품을 이용해 치부한 억만장자로 (그가 맞선다고 허풍 떤) 지배층의 일부다.

트럼프와 날을 세우며 점잖은 척 했던 미국 지배자들도 공화·민주 양당 모두 “트럼프에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정책 상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뉴욕타임스〉) 오바마의 다음 발언이 이들의 생각을 잘 요약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 편이다.” 이들은 대통령 트럼프라는 괴물을 낳은 것도 모자라 그를 견제하는 데서도 구제불능인 것이다.

트럼프가 기득권층에 맞서 미국인들의 삶을 “다시 위대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품은 소수, 그보다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와 실망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트럼프 당선이 인종차별·성차별이 득세한 결과라는 주장에 대한 분석은 본지 185호 기사 ‘어쩌다 트럼프 따위가 백악관 주인이 됐나’를 참조하시오.)

ⓒ사진 출처 미국 공화당

세계는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의 지적처럼, 지금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처음으로 무역 성장률이 GDP 성장률보다 낮고, 그나마의 GDP 성장률도 2008년보다 더 낮다. 무엇보다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는 등, 2008년 대불황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능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상태라는 뜻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 같은 미국의 처지 때문에 중동에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하는 식의 개입 확대는 자제하는 한편, 현지 국가들의 복잡한 관계를 이용한 외교적 책략으로 패권을 유지하려 했다. 동시에 ‘아시아로 중심축 이동’이라는 전략 하에 일부 역량을 동아시아로 옮겨 중국을 견제하려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곳곳에서 문제에 봉착해, 미국은 지난 몇 년 사이 중동·유럽·동아시아 등지에서 동시 다발적인 도전에 부딪히게 됐다.

이런 오바마 정부의 뒤를 이어 새롭게 미국 제국주의의 수장이 된 트럼프는, 경제를 위기에서 회복하고 지정학적 경쟁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그것도 오바마 임기 초보다 더 불안한 상황에서 말이다.

바로 이 때문에 트럼프는 (그를 ‘신고립주의자’라 봤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공세적 제국주의 노선 역시 분명히 해 왔다.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 승차’를 비난한다든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부 언사보다 이 점이 향후 더 중요할 듯하다.

이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부터, 트럼프는 레이건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를 빌려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웠고, 국방비 증액을 위해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조처를 철폐하겠다 공언하며 특히 해군력을 강화해 중국을 적극 견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트럼프는 탄도미사일방어(BMD)를 재건해 “첨단 MD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사드 배치 등 동아시아와 유럽에서 MD 구축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다. 북한 핵에 대해서도, 트럼프 캠프의 안보 보좌진들은 11월 7일 〈포린 폴리시〉에 발표한 글에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방치한 유약함’의 소치였다고 비판했다. 북한 핵을 빌미 삼아 대(對)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한·미·일 동맹을 여전히 굳건히 할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그러면서 트럼프는 (클린턴을 비롯한 다른 미국 지배자들도 요구해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동맹국들로 하여금 여기에 드는 방위비를 더 많이 분담하게끔 압박하기도 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선거 기간 중 공언한 ‘보호무역’ 정책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가 제1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전방위적 관세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고, 자국 제조업 보호를 위해 TPP 체결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지배계급 내에서 상당한 마찰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 자본가들은 물론이고 동맹국 자본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의 대외 정책의 특징으로 적들이 미국의 행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예측 불가능함’을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그의 공격적 행보는 경제 위기와 다극화, 패권 경쟁 속에서 더한층 심각한 불안정성의 부메랑이 되어 전세계를 위험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11월 10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항의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사진 출처 Lorie Shaull(플리커)

트럼프 반대 시위 ─ 분노가 드러나다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미국 전역 수십 개 도시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터져 나왔다. 지난 12일에는 뉴욕에서만 5만 명이 “혐오 반대! 공포 조장 반대! 이주민을 환영한다!” 외치며 행진하는 등, 곳곳에서 도합 수십만 명이 ‘트럼프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 시위에 나섰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지금도 트럼프의 인수위원회가 모인 건물을 시위대가 에워쌌다는 소식이 들려 온다. 트럼프가 취임하게 될 내년 1월 21일 수도 워싱턴DC에 여성 1백만 명이 모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저항이 솟구친 것은, 지난 5년 동안 미국에서 여러 차례 중요한 대중 항의 운동이 벌어진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1년의 ‘점거하라’ 운동, 수십 년 만에 전국적 대중 운동으로 부상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 여성 차별과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 여러 차례 벌어진 대규모 거리 시위들, 최저임금 인상과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며 몇몇 부문에서 벌어진 노동자 투쟁 등.

미국 좌파들은 여러 부문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운동들을 연결하고 대안을 창출할 수 있는 좌파적 전략을 제시할 과제가 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자행할 공격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고 이를 거리 운동과 연결할 때, 트럼프 반대 시위로 드러난 광범한 분노를 왼쪽으로 끌어당길 진정한 구심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가 최근 민주당 상원 원내 지도부에 참여해 “클린턴을 중용할 것”이라 나서는 것은 더욱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하는 행보다.

무엇보다 “여성 혐오가 아니라 클린턴 혐오” 때문에 트럼프에 패배한 민주당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의 일부다. 더구나 기성 정치에 대한 좌파적 대안이 부재한 탓에 트럼프 같은 가짜 ‘아웃사이더’가 대중의 반감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민주당의 왼쪽 장식물 노릇을 하느라 (성장의 잠재력을 보이는) 대중 운동에 찬물 끼얹는 이 같은 방향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트럼프가 파시스트?

일각에서는 트럼프를 히틀러에 비유한다. 물론 트럼프 당선의 여파로 무슬림과 성소수자들을 향한 공격이 늘 것이라고 예상되고 여기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준군사조직을 동원해 소수자와 좌파를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에 의존해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파시즘의 전략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히틀러는 1933년 총리에 임명될 때 돌격대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트럼프에게는 그런 식으로 노동계급 조직을 공격할 조직이 없다.

무엇보다 파시즘은 지배계급이 사회 혁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보다 더 효과적으로 노동계급의 반란을 짓밟을 세력을 권좌에 앉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지배계급은 사회 격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트럼프에 기대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가 선거 운동과 통치의 차이를 이해”(오바마)하기를 촉구하는 데서 볼 수 있듯 트럼프라는 ‘미친개에 목줄을 채우려’ 하고 있다.

이런 분석이 중요한 첫째 이유는, 트럼프 당선을 보면서 막연한 공포감에 젖어 무기력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둘째 이유는, 내년 프랑스 대권을 노리는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파시스트의 위협을 간과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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