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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한일군사협정, 대북제재:
미국, 이 와중에도 동아시아 제패 전략 강화

박근혜 퇴진 운동이 지속되는 이 시점에, 미국은 사드(THAAD) 배치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11월 초 주한미군사령관 빈센트 브룩스는 사드 배치를 8∼10개월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내년 말”이라던 애초의 목표 시점을 이르면 내년 7월까지로 앞당긴 것이었다.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면서, 미국은 동시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도 신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두 사안에서 확실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한국 측에 요구한 것이다. 둘 다 동북아에서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선결 과제다.

사드 배치 밀어붙이는 미국 트럼프는 동맹의 비용 분담과 역할 증대를 강하게 요구한다. ⓒ사진 출처 미국 공화당

결국 11월 16일 한국 국방부는 롯데와의 사드 배치 부지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사드 배치를 위해 한발 더 내디디며 미국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이어 11월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자, 미국은 이 협정이 “한·미·일 3국 간의 협력도 강화해 줄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서울에서만 1백50만 명이 퇴진 시위에 참가한 후에도, 29일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박근혜 진퇴와 상관없이] 가능한 한 빨리 사드를 배치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이처럼, 박근혜의 처지가 불안정함에도, 한·미 양국은 한일군사협정을 마무리했고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한·미 동맹 강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위험은 한반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 떠안게 됐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 재검토?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취임하면 사드 한국 배치가 재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는 한때 ‘MD는 실질적으로 쓸모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현 시점에서, 차기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동아시아·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펼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레이건의 슬로건인 “힘을 통한 평화”를 표방했고, 군사력 증강과 일방주의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도 또한 내비쳐 왔음을 주목해야 한다. 9월 초 필라델피아 연설에서 그는 공화당의 핵심 정책을 수용해 “유럽·아시아·중동에서 MD 핵심 수단들을 재건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하에서도 사드 한국 배치가 그대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어쩌면 더 나아갈지도 모른다. “트럼프 정부는 [사드 외에] 북한 핵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첨단시스템을 추가로 모색할 것이다.”(미국 신안보센터 아시아태평양안보프로그램 소장 패트릭 크로닌)

트럼프는 그 대가로 비용 분담을 전보다 더 강하게 요구할 것이고, 한국은 사드 배치와 운용 비용의 상당액을 부담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심지어 “한국이 [사드를] 사서 배치하라고 할 수도 있고, 최소한 ‘1+1’, 즉 하나는 미국이 배치하고 하나는 한국이 구매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트럼프가 동맹의 역할 증대와 비용 분담을 강하게 요구함에 따라, 대중국 선봉장이라는 일본의 구실이 더 부각될 수 있다. 그에 따라 한·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라는 미국과 일본의 요구도 더 거세져 한·일 군사동맹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미국이 새 유엔 대북제재 밀어붙이다

지난 북한 5차 핵실험에 관한 제재 결의안이 11월 30일 유엔 안보리를 통과했다. 지난 9월 핵실험 이후 82일 만에 새 대북제재 결의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새 대북제재 결의는 제재 수위가 전보다 더 높아졌다. 북한의 광물 수출 금지를 확대해, 석탄 수출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제 기존 석탄 수출 물량과 액수에서 대략 38퍼센트만 수출할 수 있다. 금융 제재도 강화됐고, 유엔 회원국으로서 북한의 ‘자격’을 문제 삼는 조항도 포함됐다.

△트럼프 정부 하에서도 대북 강경노선은 유지될 것이다.

미국·일본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조만간 독자 대북제재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무역 대금을 결제하고 돈을 이체하는 금융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북한의 거래를 차단하는 내용을 유럽연합(EU) 등과 협의하고 있다.”(〈중앙일보〉)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강도가 강해진다고 해서 그 효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미국은 강력한 제재로 이란을 핵 협상에 나서게 만든 바 있다. 그러나 원유 수출과 소비재 무역으로 세계경제와 긴밀히 관계를 맺어 온 이란과 달리, 북한은 오랫동안 고립된 채 교역을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해 왔다.

중국은 제재 강화로 북한이 불안정해지는 게 자국에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한다. 그래서 석탄 수출 제한 조처에도 중국과 북한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결국 대북제재 강화는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북한의 반발과 군사적 대응만을 초래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북한 ‘위협’ 이용

그동안 미국은 북한 핵과 로켓 실험, 남북 긴장 등이 벌어지면 북한 ‘위협’을 부풀려 동아시아에서 동맹과 군사력 강화 같은 전략적 이익을 추구했다.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북한 ‘위협’을 이용할 때마다 그만큼 한반도의 불안정도 증대해 왔다.

차기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악재가 될 것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외교노선을 고립주의라고 착각하는데, 트럼프는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면 해군력 증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미국의 패권 유지에 필요한 군사력 증강을 위해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 조처도 없애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을 근본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임명한 일부 외교·안보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예컨대,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은 북한을 두고 (2002년 부시의 “악의 축” 발언과 유사하게) “이슬람 테러분자들의 세속적 동맹”이라고 비난하며 대북 강경책을 주장해 온 자다.


청와대서 버티며 친미·친일 정책 고수하는 박근혜

박근혜는 즉각 퇴진 요구를 무시하며 청와대에서 버티고 있다. 동시에 한일군사협정 체결 강행 등 온갖 친제국주의 정책을 매우 신속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11월 16일 박근혜 정부는 사드 부지로 선정한 롯데골프장을 대체 부지와 맞교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지 맞교환 방식으로 롯데와 합의한 것은, 롯데골프장을 매입하면 국회 예산심의를 피할 수 없어서다.

지난 9월 중국 해군이 사드 배치를 겨냥해 서해에서 대규모 실탄 훈련을 전개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아랑곳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12월 2일 박근혜 정부는 독자 대북제재도 발표했다. 5·24 제재 조처도 유지하고 개성공단마저 폐쇄해 남북 교류는 완전 차단되다시피 해, 더 할 게 남아 있나 싶지만 말이다. 이 또한 미국·일본의 독자 대북제재에 보조를 맞춘다는 차원에서 추진된 일이다.

복지 희생

또 하나 놓치면 안 되는 일은, 지난 22일 방위사업청장 장명진이 미국 워싱턴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차기 미국 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렇게도 말했다. “국방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려면 복지 등 다른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자들에게 편익을 봐 주며 협력해 왔다. 퇴진 운동이 분출한 기간에도 그는 악행을 거듭했다.

제국주의 간 갈등으로 우리 삶은 더 위험해지고, 남북관계는 더 악화하며, 우리의 복지도 희생될 것이다. 이런 악행을 단 하루도 참을 수 없다는 게 지금 운동의 목소리다. 박근혜는 그의 온갖 악행들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