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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내내 한반도 위기 악화시킨 박근혜

박근혜는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툭하면 “역대 최강의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를 외교적 성과로 내세웠다. 개성공단은 폐쇄와 재가동을 오가다 결국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김정은 ‘참수작전’ 훈련을 실시하고 서울 상공에 미군의 핵 폭격기도 띄웠다. 이런 군사적 대응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되풀이해서 주장하며 말이다.

그러나 북한은 박근혜 당선 후 지금까지 핵실험을 세 차례나 거듭했다. 11월 말과 12월 초에도 유엔 안보리와 한·미·일은 핏대 세우며 대북 제재를 발표했지만 누구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을 해소하는 데 박근혜와 황교안 등은 철저하게 무능했다. 반면 미국 주도 군사 동맹에 더한층 깊숙이 편입되는 데는 '유능'했다.

2016년 7월 정부가 전격 발표한 사드 배치는 미국이 중국을 감시하려고 오랫동안 소망한 고성능 레이더 설치가 핵심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대(對)중국 포위망에서 한국과 일본더러 더 큰 구실을 수행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라는 미국의 촉구에 응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위험하게 만드는 진정한 주범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고 미국이 각종 첨단 무기를 한반도 일대에 전개·배치하도록 거드는 것은 되려 위기를 키우는 일이다.

냉전 해체 이래로 미국은 자신이 여전히 군사력을 휘둘러야 할 명분으로 삼으려고 몇몇 나라를 악마화했다. 북한은 그중 하나였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군사적 무게 중심을 아시아로 옮기면서 북한을 향해 군사적 위협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체제 보장을 요구하며 거듭 무력 시위에 나섰고, 20여 년 전에만 해도 변변찮은 장거리 미사일도 없던 나라가 민중의 필요를 억압하고 희생해가며 핵무기 개발로 나아갔다.

한국 지배자들은 미국의 전략에 철저하게 협조하면서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돈독히 하고 그럼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당찬 열망"(전 주한대사 버시바우)을 충족시키려 한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한편,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거친 말을 쏟아내며 강경한 동아시아 정책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일 군사 동맹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담보하는 핵심 수단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자신의 중국 포위 전략을 따르도록 하려고 북한 위협을 구실로 삼을 공산이 크다. 그 과정에서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양상이 반복될 것이다.

당장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클 플린은 12월 20일 한국 정부 대표단을 만나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상징”이라고 했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의 ‘대북 정보 공조’를 강조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 부장관으로 유력한 리처드 하스는 최근 ‘미국의 선제적 군사 행동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매우 낮지만, 미국에 도달할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다를 수 있다’ 하고 썼는데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못 미더운 주류 야당

민주당 문재인은 12월 26일에 한 연설에서 “한미확장억지력 구축”을 강조했다. 그런데 미국은 한미확장억지력의 핵심 요소로 미사일방어체제를 꼽고 그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종용해 왔다. 이런 태도로는 사드 배치에 일관되게 반대하기 어렵다.

같은 연설에서 문재인은 “북한을 압도할 독자적 핵심 전략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군비 증강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의 지적처럼 이는 한반도 군비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복지 확대의 여지를 좁힐 것이다.

이재명도 사드 배치 재검토를 요구할 뿐 원칙적인 반대 입장은 못 된다. “일방적 폐기가 어렵다”며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검증도 안 된 기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인 데다가 결국 미국 MD와 연동될 게 뻔하다.

야당 정치인들이 이처럼 제국주의 문제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그들이 제국주의 질서 속에서 국격 상승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부차적, 주변적으로 엮인 것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 있다. 따라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새 정부는 미국의 전략에 복무하라는 압력에 놓인 채 지지층과 미국 제국주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 될 공산이 크다. 노무현과 김대중이 그랬듯이 말이다.

따라서 운동은 야당에 독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제국주의 질서 자체에 도전할 잠재력을 가진 노동자 계급의 힘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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