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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공립유치원 방과후교육사 파업:
양질의 교육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인력 충원 요구는 정당하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강원지부(이하 노조) 소속 강원도 공립(단설·병설) 유치원 방과후교육사들(무기계약직)은 3년 전부터 방학 중에도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학급 당 2인 근무를 요구해 왔으나, 강원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그래서 노조 방과후교육사 노동자 70여 명은 1월 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방과후과정 3백95학급 중 일부에서 단기 방학, 학급 수 감축, 시간 단축 등으로 정상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교육청 소속 공립 유치원은 학기 중에는 오전 교육과정은 정교사, 오후 방과후과정은 방과후교육사가 담당하는 2인 근무체제로 운영한다. 그러나 연령대가 낮은 아이들의 특성상 교육과 돌봄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교사와 방과후교육사는 수업이나 활동 내용에 따라 교차로 지원을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방학 때는 정교사가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방과후교육사 1인이 온종일(8시간) 20여 명의 아이들의 교육과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

강원도 공립유치원의 대다수인 병설유치원의 경우는 학기 중에도 정교사-방과후교육사 2인이 유치원 한 학급의 모든 업무를 맡는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다. 방학에는 정교사뿐 아니라 급식실의 영양교사, 보건실의 보건교사도 출근하지 않으므로 방과후교육사 혼자서 아이들 급·간식과 응급사고 발생 시 대응도 도맡아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정교사가 없는 방학 기간을 버텨 내고는 있지만 실제 유치원 현장은 언제 큰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화장실 사용을 아직 배우는 중이라서 제가 꼭 따라가야 하는데, 화장실에서는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없어서 불안해요.”

“잠깐 자유놀이를 시켜 놓고 설거지를 하지만 그 잠깐 동안 서로 밀치고 싸워서 우는 아이들이 생겨요.”

“제가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상황이면 더 심각해요. 그래서 방학 중에는 생리기간을 늦추려고 약을 복용하기도 하고 갈증이 나도 물을 최대한 적게 마시려고 노력해요.”

“외부업체에서 밥을 배달해서 먹는데 국은 금방 식기 때문에 데워서 나눠 줘야 해요. 아이들 인원 수대로 나눠 담는 동안 위험하기 때문에 가까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뒤에서 달려와 다리를 붙잡고 선생님을 외치는 아이들이 있어요.”

노동자들은 게다가 방학 중 방과후과정을 안정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니,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고 집중시킬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열악한 조건

방학 중 1인 근무 문제에 대해 노조가 지속적으로 해결을 요구하자, 강원도교육청은 이번 겨울방학 중 하루에 3시간 급·간식 조리와 청소 등을 분담할 보조인력 채용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1월 3일 오후 강원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열린 파업 출정식에서 한 노동자는 “우리는 3시간 보조인력이 아닌 아이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8시간 근무 가능한 교사를 요구합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행복한 교사가 아이들과 즐겁게 보낼 수 있습니다”라며 3시간 보조인력 투입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에 관련 토론회에서 노조를 대표해 발표한 한 노동자는 “[도 내] 사립 유치원의 경우는 학기 중과 방학 구분 없이 ‘투 담임’(교육과정, 방과후과정 교사)제를 운영하고 있고, 서울의 공립 유치원도 방학 중에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강원도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강원도교육청은 “재정의 한계” 때문에 방학 중 2인 근무는 불가하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교재교구 중복구입, 전시성 특성화교육으로 낭비되는 예산만 아껴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이 낳은 문제

그런데 이 문제는 국가가 저출산 대책과 맞벌이 부부 확대 대책으로써 누리과정 확대, 유치원·초등학교 등에서 방과후과정과 돌봄 확대 정책을 내놓은 것과 긴밀히 관련돼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방과후과정과 돌봄 부문을 확대하면서도, 이에 대한 예산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은 채 지방교육청과 학교에 책임을 떠넘겨 왔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입학 아동 수 감소를 빌미로 교육재정을 긴축하고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왔다. 그러는 동안 여전히 학교는 과밀 학급에, 교직원들의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교육환경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보교육감을 비롯한 다수의 지방교육감들이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떠넘기기에 맞서기도 했지만, 교육재정 긴축과 구조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보다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사업 축소와 비정규직 확대, 기존 노동자들의 업무 강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면서 상황이 악화해 왔다.

진보교육감인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공립유치원 방학 중 방과후교육사 1인 근무 문제 해결에 미적거리며 땜질 식 처방을 내놓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그리고 방과후교육사들의 파업 효과를 무력화하려고 정교사 41명을 대체 근무에 투입시킨 것도 문제다. 민병희 교육감이 아이들의 교육을 염려한다면 대체 근무자를 투입할 게 아니라 즉각 제대로 된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

아마 일부 정교사들은 방학 중 아이들이 방치될 것을 우려해 대체 근무 투입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치원 교사 부족 문제는 정규직 교사들도 고통 받는 문제다. 따라서 방학 중 1인 근무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하는 편에 서야 할 것이다. 따라서 대체 근무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

나아가 학기 중에도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등의 반복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교사와 방과후교육사가 함께 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민병희 교육감은 인력을 충원해 방학 중 공립유치원 전일 2인 근무를 실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