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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은 당연하다. 다음은 박근혜 차례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라두식 지회장은 삼성 총수 이재용 구속 소식이 전해진 아침,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종범아 호석아 야~ 오늘 너무 기쁘다.∧∧”

최종범·염호석 열사는 삼성의 악랄한 무노조 경영에 투쟁으로 맞서다 한을 품고 자결한 청년 노동자들이다. 염호석 열사의 경우엔 경찰이 시신을 탈취하는 만행까지 벌였다. 우리는 수십 명이 죽어 나간 반도체 노동자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라 지회장의 말대로, 악랄한 노동자 통제에 맞서 싸우다가 또는 죽어 가는지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희생된 삼성그룹 노동자들에게 이재용 구속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이다. 지금도 투쟁하는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을 작은 정의의 실현이기도 할 것이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과 이재용 등 재벌 총수들은 서로 대가성이 없다며 뇌물죄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특검은 박근혜가 체계적으로 삼성의 경영권 세습을 돕고 삼성도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지원하는 등 체계적으로 정권 실세들과 유착해 왔음을 밝혀 낸 듯하다. 삼성은 전경련을 통해 관제 데모에 동원되는 우익 단체들을 지원한 의혹도 받고 있다. 삼성은 안팎에서 노동계급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데서 일류로 활약해 온 것이다.

이제 이재용이 뇌물죄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에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 가능성도 커졌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돼야 한다던 박근혜가 뒤에서 재벌의 더러운 돈을 받아 왔음이 입증되기 시작한 것이다. 독신이라 부패에서 자유롭다던 박근혜는 최순실, 삼성 가문과 말 그대로 “또 하나의 가족”이었던 것이다.

이재용 구속은 박근혜와 박근혜를 비호한 권력층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정당하다는 것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퇴진 운동에 바치는 찬사다. 퇴진 운동에 참가한 수백만 대중은 단지 박근혜 일당의 부패라는 특정한 사건에만 분노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권력형 부패가 상징하는 불평등한 특권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그 저변에 깔려 있다.

또한 이재용 구속은 퇴진 운동이 현 정국의 중요한 변수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기자회견을 빙자한 박근혜의 범죄 은닉 교시 방송을 시작으로 우익의 총반격이 벌어져 왔다. 여기에는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우익 관제 데모, 정권이 장악한 방송들의 꾸준한 왜곡 보도 등이 포함돼 있었다.

MBC는 최근에도 박근혜 게이트를 고영태 게이트로 둔갑시켰다. 불법 노조 탄압 등에 관한 MBC 대상 국회 청문회를 비판하는 데 뉴스 타임을 할애했다. 공공재인 지상파 방송을 사유화한 작태다. 심지어 이런 오만방자한 경영진에 항의하기 위한 노조의 투표도 폭력으로 가로막았다.

반격

그러나 설 연휴 이후 퇴진 운동은 본격적으로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했다. 1월 중순 10만 명가량으로 줄었던 주말 집회 규모가 신속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올해 집회 중 최고 정점을 찍은 바로 다음주에 이재용이 구속됐다. 같은 날, 헌법재판소가 변론을 2월 24일에 종결하고 사실상 선고 절차로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2월 11일 80만 시위가 이재용 구속의 한 계기였다.

또한 쌍용차 파업 강경 진압 책임자인 전 경찰청장 조현오가 16일 뇌물죄로 실형 선고를 받았고, 노조 탄압으로 기소된 유성기업 회장 유시영은 이재용이 구속된 17일 오전 법정구속됐다. 쌍용차 노동자들과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모두 광장의 지지를 받았다. 작지만 이 정의로운 판결들도 대중 운동의 효과다.

최근 고전하던 특검이 이번 주에 이재용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황교안에게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요청서를 보낸 것도 퇴진 운동의 반격이 강력히 재개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퇴진 운동이 전진해 왔다는 것은 경북 구미의 한 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정 국사교과서를 채택하려 한 구미 오상고가 교사들과 학생들의 항의로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지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특히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각자 노트와 도화지 등에 직접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이 효과를 낸 듯하다. 더구나 박정희의 고향이라는 구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익의 반격에 더 확실하게 맞불을 놔야 한다

박근혜 일당과 우익들의 반격 몸부림은 이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대면 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여전히 몰두해 있다. 가짜 뉴스 등을 이용한 집회 동원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헌재 앞은 물론이고 이재용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출석한 법원 앞 등 세력균형이 시험되는 장소마다 가서 시위를 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심지어 교장이 박근혜 탄핵이 부당하다는 종업식 연설을 해 재학생들이 반발한 서울 용산 디지텍고교 앞까지 몰려갔다.

헌재 탄핵 심리 박근혜 측 대리인단의 서석구는 헌재 법정에서 갑자기 태극기를 꺼내어 흔드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우익들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국가정보원을 등에 업고 노동운동과 반(反)보수층 상당수를 ‘반대세’(반反대한민국 세력의 줄임말)로 칭하며 ‘애국 세력 집결’ 담론을 유포해 왔다.

이는 (박근혜가 당선한) 대선의 총체적 국가기관 개입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우익들의 이런 공작정치 행태는 건국절 논란 등 뉴라이트의 이데올로기 투쟁과도 연결돼 왔다. 국정교과서 사태에서 보듯 이런 우익적 작태들의 배후에 박근혜 정권이 있었던 것이다.

특검 연장

그러므로 주류 언론들이 ‘촛불 vs 태극기’ 식으로 촛불운동을 마치 반국가적인 양 보도하는 행태는 파렴치한 여론 조작에 불과하다. 그 일부가 지배계급 내 갈등의 맥락에서 한때 박근혜 폭로에 열을 올리기도 했으나, 우익이 판치는 세상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에서는 조금치도 변함 없는 것이다.

우익의 이런 끈질긴 반격 시도는 무엇보다 박근혜 탄핵을 놓고 좌우 대결이 (팽팽하게) 벌어지는 듯이 프레임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 보수층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서 퇴진 운동의 저변을 좁히고, 주류 야당들의 우클릭을 압박하려 한다. 성공한다면 이를 통해 세력균형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우익은 3월 1일 “1백만”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옳게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월 1일 대규모 공식 맞불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정체 모를 돈에 의존하는 우익 관제 데모 세력이 결코 1천5백만 퇴진 운동과 대등한 세력이 아님을 보여 주겠다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2월 25일 민중총궐기뿐 아니라 3월에도 비상한 각오로 거리 투쟁을 확대하고 유지해야 한다. 민주노총도 탄핵 선고를 앞두고는 하루 파업을 포함해 총력 투쟁을 해야 한다. 노동개악 저지, 인력 구조조정 중단, 고통전가 정책 반대 등 스스로의 요구도 내놓아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구속’.

황교안에게도 항의하자

16일 오전 법원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이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불승낙 통보한 것을 효력정지시켜 달라는 신청을 각하했다.

신청 자격이 없고 효력정지의 실익이 없다는 것인데, 정치적 책임을 지기 싫어서 법리만 따진 듯하다. 특검도 압수수색 불발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려고 소송 방식을 취한 듯하다.

특검과 법원의 책임 떠넘기기는 결국 박근혜의 수사 방해와 거부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이 뇌물죄로 구속된 것은 특검 기간 연장의 정당성을 더 높일 것이다.

따라서 특검 연장 요구를 황교안에 대한 항의와 연결시켜야 한다. 특검 연장 권한을 쥔 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은 박근혜 적폐의 공범이자 수행자다. 이재용 구속은 박근혜·황교안·우병우의 단죄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만에 하나 황교안이 특검 연장을 거부할 것을 대비해 국회의 특검법 개정도 동시에 압박해야 한다. 황교안이 우익 부활의 아이콘이 아니라 박근혜과 함께 추락하는 공범의 아이콘이 되게 해야 한다.


주류 야당의 선거주의에 말려들면 안 된다

지배계급의 일부(아마 다수)는 박근혜 일당을 빨리 정리해 체제의 안정을 되찾고 싶어 하는 듯하다. 하지만 우익의 공세를 활용해 퇴진 운동을 서서히 잠재우는 데에는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그러니 연일 우파 언론들을 동원해서 운동의 대의를 깎아내리고 있다. 그리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주류 정당들에게 헌재 결과의 무조건적 승복을 요구한다.

이런 맥락에 비춰 볼 때, 주류 야당들과 그 주요 대선 후보들(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등)이 중도 보수층을 흡수한다는 명목으로 대연정이나 떠들고, 범여권 정당들과 탄핵 결정 승복을 합의 한 것은 역겨운 배신적인 야합인 것이다.

탄핵 결정에 여론이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그 압력의 본질적 내용은 ‘불복 가능성’이다. 따라서 탄핵 찬반 모두 결과에 승복하자고 합의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는 탄핵 찬성 쪽에 해로운 짓이다.

주류 4당의 승복 합의가 난 바로 다음날 〈조선일보〉가 사설로 이제 양쪽 집회도 여야 합의를 따라 헌재 결과 승복을 약속하라고 공격한 것을 봐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옳게도 퇴진행동은 이 여야 합의를 비판했다. 탄핵이 기각되면 더 큰 투쟁을 해야 한다고 이재명 성남시장이 승복 합의를 비판한 것도 잘한 일이다.

주류 야당은 2월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법, 백남기 특검, 언론 장악 방지법 등 촛불이 명령한 적폐 청산을 단 하나도 진전시키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적극 동의했던 선거권 18세 하향도 유예했다. 박근혜 적폐 유지에 앞장서는 황교안을 공격하기는커녕, 국정교과서 채택이 부진하자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교육부장관을 공격하는 일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적폐 청산

퇴진 운동 초기부터 이 운동의 잠재적 급진성을 경계하기에 급급했던 중도진보계 언론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과 문재인 등의 행보를 감싸기에 바쁜 듯하다. 가령 문재인이 여성 공약을 발표한 포럼을 보도하면서 〈한겨레〉는 그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동성애 차별 발언 등 때문에 성소수자들의 항의를 받은 사실은 쏙 빼놓았다.

주류 야당들은 심각한 경제·안보 위기에 직면해 초조해진 지배계급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지배계급은 박근혜 일당만을 제거하는 선에서 정치 상황을 예전으로 돌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류 야당들은 집권을 위해 운동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보수층 표 얻기에 방해될 정도로 운동이 심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모순된 신호를 보내면서 운동을 교란할 것이다.

그러므로 불평등한 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 하는 대중의 염원이 실현되려면 주류 야당의 선거주의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더 많이 거리로 나와야 하고, 특히 조직 노동계급이 더 많이 참가해 고유의 의제와 투쟁 방식으로 운동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

운동이 이처럼 깊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주류 야당의 우클릭을 볼 때 이 정당들의 주류 후보들이 정권을 잡더라도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금세 지지자들의 개혁 염원을 배신하고 고통전가 공격을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권 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일단 중요하지만, 박근혜가 어떻게 물러나느냐도 중요한 이유다.

단지 권력 농단(이익 독차지)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친기업 특권층 우대, 고통전가 정책, 블랙리스트 공작 등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한다. 이는 퇴진 운동이 적폐 청산 등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운동으로 발전하는 데에도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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