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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권력자들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문재인이 바라지 않았을 이재용 구속”을 읽으시오.

6월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 불법 승계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수사심의위의 한 위원은 수사심의위가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이 안 돌아가는지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재용을 구속하면 경제 활성화와 투자 확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기업주들과 우파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정이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이재용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최순실 등에게 뇌물을 줬다는 대법원 판결과, 삼성그룹 차원에서 증거 조작·은폐 등이 벌어졌다는 점조차 무시한 것이다. 이미 대법원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줬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6조 3000억 원에 이르는 회계 조작 등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2019년 7월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이미 6월 9일, 담당 재판부는 이 건에 대한 이재용 구속영장을 심사하면서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며, “재판을 통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비록 결론은 증거가 확보됐으니 구속이 필요없다는 터무니없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처럼 범죄 증거와 법원 판결이 있는데도 수사심의위는 이재용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의결해 노골적으로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결정하자, 우파 언론들도 검찰을 비판하며 이재용을 옹호하고 나섰다.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이재용을 가혹하게 처벌하려고 한 것이 입증됐다며 말이다. 이들도 수사심의위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대형 악재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 크게 휘청”이게 둬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증거 많으니 구속 불필요?

이재용 구하기에 나선 것은 수사심의위와 우파 언론만이 아니다. 그동안 사법부도 이재용 구하기에 열심이었다. 6월 9일 구속영장 재판부는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으니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내부 문건을 은폐하려다 들통 난 바 있다. 파일 2100여 개의 삭제를 지시한 것이 드러났고,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 아래에 공용 서버와 직원 노트북을 묻은 게 발견되기도 했다. 향후에도 증거 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법원은 이재용을 보호하려고 불구속을 결정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부도 특검이 제기한 이재용의 혐의 중 아주 일부만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풀어 준 바 있다. ‘재벌 총수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례’가 있는데, 그보다도 낮았다.

물론 대법원은 이재용이 제공한 뇌물 액수가 더 많다고 보고 집행유예를 내릴 수 없도록 5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나 파기환송 재판부는 독단적으로 삼성에게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이 기구가 실질적으로 운용된다면 감형 요인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즉각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고, 지난 5월에는 이재용이 기만적인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에 나서기는커녕 오히려 이재용에게 국정 동반자 대접을 해 주고 있다 ⓒ출처 청와대

이재용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는 문재인 정부도 계속 보냈다. 말로는 ‘적폐 청산’, ‘재벌 개혁’을 내세워 왔지만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논의하는 자리에 기업주들을 초청할 때마다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을 반드시 초청했다.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 하에서 풀려났고, 오히려 국정 동반자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재인은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해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거기서 언급된 이른바 ‘3대 신성장 산업’은 삼성의 핵심 계열사들과 관련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 바이오헬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미래차는 삼성SDI를 뜻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심화하는 경제 위기와 미중 갈등 등의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재용의 도움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지배계급 대다수도 경제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재용의 부정 정도는 덮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이재용의 부정부패가 박근혜와 그 최측근들의 부패와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 적정선에게 끊어내는 게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지배자들은 온갖 꼼수와 궤변으로 이재용을 구원하려 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이런저런 재벌 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사소한 재벌 개혁에도 실패해 왔다. 이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정점에 있는 재벌 총수들이 막대한 투자를 결정할 권한이 있고, 그런 결정들에 따라 다른 많은 기업들과 국가기구들이 혜택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재벌 개혁 가로막는 검찰 개혁?

수사심의위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과잉수사와 기소독점권을 견제한다며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설치한 기구이다. 바로 이 기구가 이재용에 대한 처벌을 견제한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위원 선정에 평범한 사람들이 전혀 관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회의에 참석한 심의 위원의 면면이나 회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에 폭로된 바를 보면, 이재용 수사 중단 논의를 주도한 자들은 노골적인 친삼성 인물들이었다. 예를 들어,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 의혹과 관련해 “불법은 없다”거나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는 주장을 여러 매체에서 해 왔는데도, 이번 수사심의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삼성이 재단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성균관대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수사심의위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과 정의당, 참여연대 등은 수사심의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정치인들과 정치단체들은 대부분 이재용 등 재벌 부패 수사력을 약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지지해 왔다.

우파들은 ‘너희들이 만든 수사심의위의 결정도 무시할 것이냐’며 이런 모순을 추궁한다. 물론 얼마 전까지 ‘검찰 개혁’에 반대해 온 자들이 수사심의위를 지지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공세도 결국 정략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수사심의위의 친재벌적 결정은 검찰 권력의 분산을 지향한다는 검찰 개혁이 사실 지배계급의 상이한 부분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권력 분산일 뿐, 검찰을 민주적 기관으로 개혁한다는 것 자체가 공상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더 자세한 내용은 본지 298호에 실린 ‘검찰은 개혁될 수 없다’는 기사를 참고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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