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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버니 샌더스가 될 수 있을까?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나 “정권 교체”를 바란다. 그러나 단지 정권 담당자들의 얼굴만 바뀌길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1당이자 대선 지지율 1위 후보를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그 분노와 변화의 열망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촛불 등장 이후 상승세인 민주당 지지율에 비해, 정작 광장에서는 민주당의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

가령 현재 지지율 1위인 민주당 대선 후보 문재인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도 승복하겠다’며 촛불 민심의 뒤통수를 쳤다. 그 뒤를 좇는 안희정은 “집권해도 의석이 과반수가 안 되니 뭐라도 하려면 새누리당 출신 세력과도 협력하는 대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심력이 약화된 중도 보수층의 표를 얻어 보겠답시고 촛불을 배신하는 행태들이다.

1월 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범국민행동의날'에 참가한 이재명 성남시장.

그러나 같은 당의 대선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들의 우클릭 노선을 비판한다. “범죄 세력”과 손잡는 “대연정은 배신”이라면서, “탄핵이 기각되면 더 크게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 당의 주류와 다르게 맨 처음부터 퇴진 운동을 지지하고 ‘박근혜 퇴진·구속’을 주장해 온 그의 언행은 진보 염원 대중의 정서에 응답해 왔다.

최근에는 한상균 위원장을 당선 즉시 사면하겠다고 했다. 노동운동의 상징이자 대표적 적폐인 한상균 위원장 구속 문제를 대선 주자 중 처음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 시장은 2월 11일 광화문 집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합동 버스킹을 했는데, 공연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계단이 가득 찰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이날 청중은 심 대표와 이 시장이 조기 탄핵, 이재용 구속 등을 말하고 민주당을 비판하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등 속 시원한 얘기를 할 때마다 환호했다.

이처럼, 지배계급에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 오히려 “주류, 기득권”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민중의 정서를 대변하는 그의 언행이 퇴진 운동 참가자들과 노동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것 같다.

한편 공공 투자에 대한 그의 강조도 청년 세대에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 지원, 무상 교복 지원 등을 실행했다. 물론 액수나 규모 면에서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반대와 방해를 뚫고 공약한 복지를 실행하자 서민층의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을 놓고 “적자 날게 뻔한 사업을 왜 하느냐’는 비판을 받았을 때 이 시장은 이렇게 복지 확대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50만 명 이상이 1년 내내 이용하게 될 공공시설에서 30억 적자는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 당연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재명 시장은 신간 《이재명은 합니다》에서 ‘대한민국의 성공한 샌더스’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시민운동을 하다가 공식 정치에 뛰어든 것 등 샌더스와 “경험의 동질성”을 부각시켰다. 이 시장은 10대 시절을 공장 노동자로 살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갔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켜 인권변호사로 노동운동을 지원하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공식 정치에 입문했다.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 지음, 메디치미디어, 184쪽, 8,000원
이재명은 합니다 이재명 지음, 위즈덤하우스, 228쪽, 14,000원

샌더스는 미국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미국 공식 정치와 거리를 둬 온 “민주적 사회주의자”다. 다른 한편, 이재명 시장은 스스로 “진보적 요소가 있지만, 헌법과 법질서,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진보적 자유주의자처럼 말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시장이 샌더스가 미국 정치에서 한 ‘구실’을 하겠다며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공식 정치에서 급진적 주장을 펴는 것은 광범한 진보 염원 대중에게 공명을 얻고 있다.

운동의 열망

그는 “적폐 청산”을 다른 민주당 경쟁 후보들보다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그 자신의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이재명, 메디치, 2017)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난다. 대선 공약의 얼개를 정리한 이 책에서 이 시장은 “소수 기득권 지배를 끝장” 낼 “정치 혁명”을 강조한다. 이 책의 첫 장 제목이 “역사 청산”이다. 이 나라가 엉망이 된 것은 “청산했어야 할 구악들을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친일·독재·부패 세력”, “기득권 세력”을 이 기회에 청산하자고 한다.

복지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처럼 “쓸데없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줄여 국가예산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재벌 증세와 초고소득자 증세”, 대기업의 “조세 감면”을 줄이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법인세 8퍼센트 인상”과 “서민 증세인 담뱃세 인상 철회”도 말한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보편적 기본소득”, “공공의료 확충, 노인 기초연금 인상, 고교무상교육” 등을 실행하자고 한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서민의 소득을 늘려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게 “이재명표 뉴딜 정책”이다.

이 시장은 2월 14일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취임 축사에서, 박근혜가 “성과연봉제”로 노동계급의 “조직된 부문을 탄압하며” 전체 노동자의 “하향 평준화”를 꾀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혀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일 외빈 자격으로 같이 참석해 무미건조한 축사를 한 안희정과 크게 대조됐다.

그런데 이 시장은 당선 후 정권을 꾸릴 수 있는 기반이 있느냐는 물음에 민주당의 후보이므로 민주당의 자원을 이용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결코 그가 말한 여러 가지 “청산”을 할 주체가 못 된다. 민주당도 적폐 창조 세력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김대중·노무현 집권 시절을 겪으며 더 분명해졌다. 문재인은 광주 학살 주범인 전두환과 정호용 등을 옹호한 전 특전사령관 전인범을 영입하려고 했고, 최근에는 한미FTA 협상 주도자인 김현종을 영입했다.

따라서 이 시장이 민주당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면 그 자신이 내세운 강점과 의지는 금세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이 노무현 정부에 대해 별 평가를 하지 않는 것도 아쉽다. 물론 노무현이 직면했던 것과 비슷한 모순들에 직면했을 때 그가 정확히 어떻게 행동할지는 아직은 점치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재명 시장이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의 정서와 염원을 공식 정치 안에서 적극 대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 시장이 현재의 태도를 고수하고 운동의 확대에 기여해 지지층을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운동이 강력했기 때문에 이재명 시장의 도약도 가능했다. 좌파에게 중요한 것은 이재명 시장을 그저 폭로만 할 게 아니라 그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도 필요하면 건설적인 비판을 삼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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