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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유럽 시장 철수:
더욱 불안정해지는 한국GM의 미래

3월 6일, GM이 자회사인 독일 오펠(영국 복스홀 포함)을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PSA가 오펠을 인수하게 되면 유럽 시장에서 르노를 제치고 폭스바겐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된다([그림1] 참조).

오펠은 1929년 GM에 인수된 이후 GM의 유럽 생산 거점 구실을 해 왔는데, 1999년부터 최근까지 2백억 달러(약 23조 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GM은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며 오펠에 집중해 수익을 내려 했다. 그러나 이 계획마저 성공하지 못하자 결국 3년여 만에 오펠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오펠 매각으로 GM은 유럽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앞으로 미국·중국 시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GM은 세계 각국에서 노동자들을 경쟁시키며 ‘바닥을 향한 경쟁’을 강요해 왔다. 부도 위기 직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임금을 대폭 삭감했던 GM은 최근에도 미국에서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오는 5월까지 1천1백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GM은 오펠 매각 전에도 독일·벨기에·폴란드의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정리해고를 하기도 했다.

GM이 유럽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하자, 한국에서도 공장을 축소할 것이라는 얘기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GM은 2009년 위기 이후 러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등지에서 공장을 철수한 바 있다.

2016년 한국GM은 오펠을 통해 14만여 대를 유럽에 수출했다. 이는 한국GM의 2016년 완성차 수출량(42만 대)의 3분의 1이나 된다. 당분간은 오펠을 통해 유럽에 수출할 수 있겠지만, 오펠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2019년부터는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했을 때도 한국GM의 완성차 수출이 20퍼센트(15만 대) 넘게 급감한 바 있다([그림2] 참조).

이 때문에 군산공장에서는 비정규직 1천여 명이 해고됐고,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급감했다. 한국GM의 영업이익도 2014년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에도 3천억~4천억 원 정도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기업들에게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하는 것도 한국GM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GM은 미국에 완성차 20만 대가량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3월 들어 한국GM 사측은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 올해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었던 엔진 물량 중 24퍼센트(13만 7천 대)를 6월부터 감산하겠다고 노조에 통보했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한국GM 노동자들의 반발뿐 아니라 산업은행의 반대가 예상돼 GM이 한국에서 공장을 축소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 17퍼센트)인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매각·합병·분할 같은 주요 구조조정 방안들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GM은 산업은행에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해 왔으나, 산업은행은 모두 거절해 왔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거부권은 2017년 10월에 종료된다.

한편, 쌍용자동차를 ‘먹튀’한 바 있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을 인수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중국에서 GM과 함께 상하이GM(상하이자동차 51퍼센트, GM 49퍼센트)을 설립하며 협력해 온 GM의 주요 파트너이다. 최근에는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GM과 상하이GM의 중복되는 사업부문을 통합하면서 한국GM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군산·부평 등에 기반을 둔 정치인들이 GM 공장의 폐쇄·축소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을 더욱 높이려는 GM 본사의 전략에 따라 한국GM의 위상은 매우 흔들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강화, GM의 유럽 철수, GM과 상하이자동차의 협력 강화 등은 한국GM의 생산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 되면 한국GM에서 공장 축소와 대량 해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일자리와 임금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더러 한국GM을 국유화하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