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폐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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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 산하 공공기관 전체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근로기준법도 어긴 채 노사합의도 없이 이사회를 개최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정부는 ‘노조 동의가 없어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강변해 왔지만, 올해 초 대전지법은 철도노조 등 5개 공공기관 노조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효력 정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판결을 내렸다. 정부가 억지를 부리고 있음을 확인해 준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은 지난 3월 9일에 열린 ‘2017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의 실질적 생산성 제고와 공공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올바른 정책”이라며 ‘성과연봉제 차질 없는 시행’을 강조했다.
그러나 황교안이 말하는 “생산성 제고”는 공공서비스를 더 확대하고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정부는 악명 높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로 공공기관들이 수익성을 중시하고 비용 절감을 추구하도록 유도해 왔다.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는 노동자 개개인에게 이와 같은 압박을 더한층 가할 것이고, 그리 되면 공공부문의 공적 기능은 더 약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성과 평가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고용이 연동되도록 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 게 뻔하다. 이는 ‘고과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성과연봉제가 시행되고 있는 KT의 사례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일정 비율이 정해져 있는 인사고과 등급으로 임금을 결정하게 되자, 고과를 주는 팀장, 지사장 등 관리자의 권한은 무소불위처럼 됐다. 살인적인 실적 경쟁에 내몰린 직원들이 해마다 수십 명씩 각종 돌연사와 질환, 자살 등으로 죽어 가며 KT는 ‘죽음의 기업’이 됐다. 2013년 한 해에만 직원 25명이 사망했고, 이 중 8명이 자살했다.
따라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지키고, 공공부문의 공공성을 지키는 정당한 투쟁이다.
또한 성과연봉제 폐지 투쟁은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부터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는 “모범”을 보여 이를 민간에도 확대하려 한다. 경제 위기 속에서 임금을 줄이고 노동 시장을 더 유연화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저지뿐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민영화 중단과 재공영화 등 공공서비스 확대로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요구야말로 임금과 고용을 늘리는 진정한 대안이다.
대선 공약
한편, 대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들이 대부분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 추진 방식을 비판하고 있으므로, 이들과 공조해 성과연봉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노동운동 내에 적지 않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과연봉제 폐지를 내세운다. 지난해에도 성과연봉제 반대 원칙을 분명히 밝히며 공공운수노조의 파업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반면 부르주아 야당들의 견해는 이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은 3월 18일에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출범식에서 “노사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다. 사회자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다시 분명히 약속드리겠다”며 ‘성과연봉제 즉각 폐지’를 선언했지만 말이다.
지난해에 민주당은 ‘성과연봉제 일방적 강행 반대’라도 당론으로 채택하라는 공공부문 노조들의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표 추미애와 원내대표 우상호도 성과연봉제에 대해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거나 ‘문제제기와 개선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모호한 결론만 내놓은 바 있다.
근본적으로 민주당 같은 부르주아 정당들은 노동자들을 쥐어짜 이윤을 키우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지한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같은 정책에 반대할 때도 일관되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경제 위기와 사회 양극화 극복을 위해 기업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모두 양보하자고 한다.
그러므로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투쟁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퇴진으로 노동자들의 사기가 높아진 것을 이용해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공공부문 조직 노동자들의 강력한 힘을 노동 개악 저지에 사용해야, 광범한 지지를 받고 공공부문과 그 노동조건을 지켜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