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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비판: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모두 필요하다

문재인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가 다시금 한국 사회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 여러 부처들이 산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현황 파악에 나섰고, 여러 공공기관들이 정규직화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 3월 말 기준, 공공기관에만 비정규직이 14만 4천2백여 명 존재한다.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모두를 요구하는 게 ‘과도한 욕심’인가

이런 분위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기대를 품게 하는 동시에 노동자들 스스로 정규직화 목소리를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철도노조 KN지부)은 코레일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나섰고, 2006년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도 철도공사로의 복직과 열차승무 업무 외주위탁 철회를 요구했다.

그런데 경총은 민간 기업들로 정규직화 요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온갖 궤변을 펴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 규제를 더 완화하길 바라는 재계는 정부의 조처와 노동자들의 요구 확대가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비정규직 확대가 정규직의 고임금과 고용 경직 때문이라는 떼쓰기는 박근혜의 노동 개악 정당화 논리 그대로다.

반쪽짜리

현재 정부의 대책은 노동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매우 미흡하다.

우선 정부는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에 포함시키지도 않는다.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용섭은 최근 한 언론에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면서 “기간제와 간접 고용 노동자가 (위원회가 보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53만여 명 중 22만여 명이 제외됐다.(통계는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원의 ‘세 정부의 일자리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 보고서에서 인용)

이런 기준에 따르면, 현재 19만 3천여 명에 이르는 기간제 노동자들 역시 최대치도 무기계약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간제 노동자 전체가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해 온 ‘교육공무직법’ 제정 요구에도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노동자들의 다수는 무기계약직인데 처우 개선을 위해 교육공무직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고용만 안정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노동자들의 실제 삶을 개선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하다. 지난해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는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의 직영화를 추진했다. 그래서 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들과 정비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아직 처우는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차별에 시달린다. 대표적으로 정규직과 임금테이블도 다르고, 직책도 승진체계도 없다.

역대 정부들은 공공부문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간접고용을 양산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서 간접고용 문제는 아예 ‘열외’로 취급해 왔다. 이에 비춰 보면, 문재인 정부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한 것은 당연한 조처이고, 진전이긴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여 간접고용 문제의 실상과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부각한 덕분이다. 2013년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이 대표적이고 비슷한 시기 다산콜센터 노동자들도 지속적인 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정부가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간접고용 노동자 상당수는 해당 공공기관의 자회사로 고용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천공항공사에 이어 최근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공공기관들도 자회사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 방안은 그동안 노동자들이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요구해 온 것 중 고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지만,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매우 미흡할 안이다.

최근 〈서울신문〉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의 65.7퍼센트는 정규직화를 하더라도 “[기존] 정규직의 임금‍·‍복지 체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하겠다는 답변은 9퍼센트에 그쳤다.

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자. KTX승무지부의 김승하 지부장은 이렇게 개탄했다. “13년차 승무원 임금이 변함 없고 신규 입사한 직원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최저임금 수준도 노조가 생긴 후에야 가능해졌다.”

최근 다산콜센터가 재단으로 전환된 뒤, 노동자들은 여전히 성과에 따른 임금을 받고 있고 처우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심명숙 다산콜센터 지부장은 재단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 단지 “명찰만 바뀌었다”고 잘라 말했다.(〈매일노동뉴스〉)

해당 노동자들의 말처럼,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단지 고용 불안만이 아니다. 고용 불안 속에서도 상시 업무를 맡아 수년에서 십수 년까지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승진, 근속 인정 등과 같은 처우 개선은 핵심적인 요구들이다.

심지어 최근 인천공항공사에서 폭발물처리 분야 하청업체 노동자 14명을 정규직화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처우가 후퇴했음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들은 최대 15년간 이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신규 채용 방식으로 근속도 인정되지 않아 임금이 30퍼센트가 넘게 삭감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가 “노동조건 후퇴 없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자회사로의 고용은 문재인이 내세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양질의 일자리’와는 모순이다. 따라서 문재인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과도한 욕심인 양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 인력 충원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가로막아 온 총인건비제와 비용 절감과 수익성을 강요해 온 경영평가를 즉시 폐지해야 한다.

자회사 방안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회사 방안은 몹시 미흡하다. 이래서는 공공부문이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마중물 노릇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 정책의 이런 미흡함 때문에 노동운동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와 경계가 적지 않다.

사실 정부의 방안이란 것이 최근 민간 기업인 SK브로드밴드가 내놓은 설치‍·‍수리 기사 자회사 고용 방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SK브로드밴드 사측은 성과에 따른 임금 지급 방식을 유지하고 근속도 인정하지 않는 안을 제시했다. 물론 이 안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이 책임지라”고 투쟁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동시에 사측은 최대한 추가 비용을 절감하면서 이직률이 높아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어려운 점을 개선하고 효과적인 인력 관리를 위한 목적도 있다.

조만간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방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희망연대노조 지도부가 일찍부터 사측과 자회사 전환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면서도 이미 자회사 추진이 사실상 결정된 후에야 노동자들에게 이를 알려 충분히 논의할 기회를 봉쇄해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이는 정당하다.)

요즘 여러 노동조합들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정부와 사측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는 필요한 일이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형성된 정규직화 염원을 노조 조직화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옳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노동자 투쟁의 뒷받침을 받아야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모두를 쟁취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