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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긴축재정과 빈곤이 만들어 낸 비극

인재(人災)인 이 비극은 계급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줬다.

현지 시간으로 6월 14일 새벽 영국 런던의 서민 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1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에는 주로 노동계급 서민과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 6백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비극의 배경에는 긴축재정, 소방 시설과 인력 축소, 공공주택 경시 정책이 있다.

보수당 소속의 현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이 2008~16년 런던시장 재임 때 소방 관련 예산을 1억 파운드(약 1천4백억 원) 삭감했다. 이 때문에 소방서 10곳이 폐쇄되고 소방차 27대와 소방대원 5백52명 감축됐다. 그때 폐쇄된 소방서의 하나가 그렌펠 타워 근처에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소방 관련 예산은 앞으로 3년 동안 2천3백50만 파운드(약 3백30억 원)가 더 삭감될 예정이다.(지난해 5월 지방선거에서 런던시장이 노동당의 사디크 칸으로 바뀌었는데, 이런 정책을 뒤집지 않았다는 면에서 그의 책임도 없지 않다.)

이런 정책 탓에 런던에서는 화재 신고 후 6분 안에 소방차가 현장에 도달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는 경우가 절반밖에 안 된다.

보수당 정부는 그렌펠 타워 같은 주거용 고층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자는 요구에도 반대한다. 현재 영국에는 이런 건물이 4천 채가 넘는다.

그렌펠 타워 입주자들은 관계 당국에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제기를 이미 10차례나 했다. 그러나 별 조처가 없었다.

최근 9백70만 파운드를 들여 건물 외벽 공사를 한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불에 잘 타는 소재의 자재가 사용돼 불길이 빠르게 벽을 타고 번졌다는 것이다. 이 외벽 공사의 목적은 건물 외관이 번지르르해 보이게 하려는 것이었다.

반면 화재 예방 시설의 구비는 없었다. 초동 진화를 위해 필요한 소화기조차 없었다. 각 층에 소화기를 비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다 해서 4천 파운드밖에 안 되는데 말이다.

주민들은 화재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한다. 신속한 대피를 위한 시설도 갖추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이 건물 주변에 스포츠 센터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비상구 수가 줄어든 것도 대피를 방해한 요소였다.

이 화재 참사는 이처럼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더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논리가 낳은 것이다.

현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이 런던시장 재임 시절 소방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에 항의하는 소방 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