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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다수 사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이윤에만 혈안이 돼 노동자 안전 내팽개친 정부와 기업주 책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의 리튬 배터리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로 2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났다. 그중 18명이 외국 국적의 이주노동자였고, 귀화한 한 명을 포함해 다섯 명은 한국 국적의 노동자들이었다.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사망한 것이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

이번 참사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의 배터리 제조 작업장에 쌓여 있던 배터리들이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급격한 연쇄 폭발과 유독가스 분출이 이어졌고, 불과 40여 초 만에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직 배터리 폭발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발화 당시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너무 안타깝고 분노스럽다. 첫 폭발이 일어나자 노동자들은 폭발한 배터리 주변에 쌓여 있던 다른 배터리들을 치우고, 일반 분말 소화기를 이용해 진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아무 소용 없이 폭발이 계속되며 순식간에 시커먼 유독가스로 뒤덮인다.

현재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소화기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고, 따라서 노동자들은 화재 진압을 시도할 게 아니라 곧장 대피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자들은 화재를 막으려는 책임성을 발휘했지만, 안타깝게도 리튬 배터리 화재 발생 시 대처법을 전혀 숙지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공장 2층 구조 자체가 안전에 역행했다. 당시 현장에는 적절한 대피로도 확보돼 있지 않았다. 해당 건물 비상 출입구가 두 개였지만, 폭발이 일어난 배터리들이 두 출입구로 나가는 문 앞에 적재돼 있었다. 배터리 이동 편의가 안전로 확보보다 먼저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 모두 탈출하지 못하고 질식사했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것도 참사를 키우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아리셀 사측은 전체 노동자 103명 중 51명을 메이셀이라는 업체에서 공급받았다. 메이셀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숨진 노동자들도 대부분 메이셀이 보낸 인력으로 추정된다. 아리셀 사측이 일용직 혹은 단기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리튬 화재에 대한 대처법이나 공장의 대피로 등을 제대로 교육했을 가능성은 낮다. 설령 형식적으로 했더라도 노동자들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 책임이다.

아리셀 측은 합법 도급이라고 주장하지만, 도급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걸로 밝혀졌다. 오히려 불법 파견 정황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메이셀 관계자는 “우리는 인터넷으로 공고를 내 사람을 모은 뒤 공급만 한다. 아리셀 관리자가 [그 인력을] 통솔한다”며, 참사 당일 50명가량을 공장으로 보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6월 25일 자)

예견된 참사라는 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사 석 달 전 화성소방서는 2급 위험 시설인 아리셀 공장에 대해 2년에 한 번 실시하는 ‘소방활동 자료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정리한 보고서는 참사가 난 아리셀 공장 3동 건물을 “다수 인명피해 발생 우려지역”으로 지목하고 “제품 생산라인 급격한 연소로 인한 인명피해 우려”를 경고했다. 이번 참사를 정확히 예측한 셈이다. 그러나 적절한 조처는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참사 이틀 전에는 아리셀 공장의 다른 건물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일하던 노동자들이 불을 껐지만, 사측은 이를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평소 화재 예방과 관리 조처가 주먹구구식이었고 이윤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종종 무시돼 왔음을 보여 준다.

불법 파견 정황이나 충분한 대피로 미확보 등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고용노동부 등 관계 기관들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리셀 공장이 생산하던 것과 같은 리튬 배터리와 그 생산 과정의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산학기술학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최근 10년간 육군에서만 95건의 리튬 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었다. 2019년 세종시 육군 보급창고 화재가 대표적이다. 참사가 난 아리셀 공장이 바로 군납용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던 곳이다. 2022년 SK 데이터센터 화재도 리튬 배터리가 원인이었다.

금속노조와 삼성전자노조 등이 올해 3월 발표한 〈삼성전자 계열사 노동안전보건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리튬 배터리(2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 노동자 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20명이 “사고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고로 대피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명 있었다.

정부는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려고 관련 기업 지원에는 열을 올리면서, 안전 조치를 감시하고 정비하는 일은 안중에 없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정부는 2차전지(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공장에 “필요 이상의 과도한 안전 기준이 적용돼 공장 건설이 지연되거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일부 안전 규제를 완화했다.

이를 이용해 참사 한 달 전 중소기업중앙회는 화학물질 취급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적극 청원했고, 정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정부는 세계적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는 이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기업을 지원하려고 안전을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알량한 중대재해처벌법도 기업주들을 위해 완화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아리셀 경영진 등 책임자들을 강력히 처벌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참사의 재발을 막으려면, 산업재해에 항의하고 안전 강화를 요구하는 투쟁 등 이윤 논리에 도전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주노동자: 더 큰 산재 위험 겪는 한국 노동계급의 일부

이번 참사의 희생자 다수가 이주노동자인 점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재중동포(조선족)로, 재외동포 비자, 방문취업 비자, 영주권자와 결혼 이민자 등 다양한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던 사람들이다. 귀화 절차를 밟고 있던 라오스인도 1명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주민들도 (많든 적든) 참사에 희생돼 왔다. 2020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중에는 카자흐스탄 이주노동자 2명과 중국 이주노동자 1명이 있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때도 희생자 40명 중 17명이 조선족 등 이주노동자였다. 그중에는 일가족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에도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가 있었다.

이는 한국 노동계급이 다인종 노동계급이 됐음을 보여 준다.

또, 이번 참사는 상당수 이주민들이 한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한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비극적으로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는 한국인 노동자보다 더 높은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산재 사망자(812명) 중 외국인 노동자가 약 10퍼센트(85명)를 차지했다. 산재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한국에 취업한 외국인 비율의 3배 이상이다. 올해 1분기 외국인 산재 사망자 비율은 11퍼센트로 더 올랐다.(213명 중 24명)

윤석열 정부와 일부 부문의 기업들은 노동력 부족으로 이주민 유입을 늘리면서도 이들의 안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예컨대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는 30여 개국 출신의 이주노동자 약 1만 명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 따르면 통역사가 주요 6개국 2명씩만 배치돼 있어 위험한 작업을 할 때나 부상을 당했을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또 위험 표지판은 한국어로만 돼 있으며, 한 달에 두 번 영상으로 이뤄지는 안전 교육도 한국어로만 제공된다고 한다.

한국의 노동운동과 좌파가 이주노동자를 조건 없이 환영하고 단결해야 산재 위험에 맞설 기층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