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과 노동당으로 양극화하고 있는 영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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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의회정치는 파편화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근소한 차이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노동당을 2위로 주저앉혔다. 그러나 두 주류 정당의 득표는 합쳐서 67퍼센트를 약간 웃돌 뿐이엇다.
영국독립당(UKIP),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녹색당 같은 다른 정당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거나 처음으로 주류 정치권에 진입했다. 그 정당들은 노동당과 보수당의 표를 갉아먹었다.
이제는 상황이 뒤집어진 듯하다.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하게 됐지만 6월 8일 치러진 총선에서 두 주류 정당은 합쳐서 82퍼센트를 득표했다. 197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노동당, 보수당, 자유민주당에게 의석을 빼앗기고 후퇴했다. 영국독립당의 득표는 폭락해 2퍼센트도 안 된다. 녹색당은 지난 총선에서 얻은 표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하지만 상황이 정상 상태로 돌아간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히려 정치는 2년 전보다 더 불안정해졌다.
지난 30년 동안 노동당과 보수당은 둘 다 민영화, 규제 완화, 임금·노동조건 하락 같은 기업주들의 지향을 받아들였다. 두 주류 정당 사이의 차이가 줄면서 투표율도 줄고 두 정당의 득표도 줄었다.
두 정당은 각자 고유한 문제도 안고 있었다. 보수당의 지도자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스럽게 영국이 민영화와 긴축을 강요하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그러나 보수당의 많은 평당원과 의원들은 유럽연합 때문에 영국 경제가 쇠퇴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했다.
영국독립당의 성장은 이런 보수당의 모순을 악화시켰다. 영국독립당은 유럽연합 반대와 반(反)이민 인종차별을 결합시키며 성과를 얻었다. 영국독립당은 대부분은 보수당으로부터, 약간은 노동당으로부터 지지자를 빼앗아 갔다.
노동당은 민영화, 긴축, 저임금 등 기업주들의 지향을 흠뻑 받아들이며 득표가 줄었다. 그 덕분에 스코틀랜드국민당과 녹색당이 노동당보다 좌파임을 자임하며 불만을 느끼는 노동당 지지자들을 흡수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위기가 바로 두 정당의 부활을 위한 길을 닦기도 했다. 그 부활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말이다.
내분
전임 보수당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당내 압력 탓에 지난해에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탈퇴 쪽이 승리하면서 보수당이 대변하는 대기업주들의 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캐머런은 사임했고 보수당은 내분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탈퇴 결정은 영국독립당의 붕괴를 초래했다. 보수당의 새 총리가 된 테리사 메이는 영국독립당을 밀어내고 유럽연합 반대 성향의 당원들을 만족시킬 만큼은 “하드”하지만, 유럽연합 잔류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불만을 넘길 만큼은 모호한 브렉시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에서는 제러미 코빈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이는 노동당 지도자들의 우선회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분노가 표출된 일이었다.
코빈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에드 밀리반드로 이어지는 죽은 정치와 결별할 대안을 제시하며 노동당의 지지율을 되살렸다. 이 때문에 녹색당(과 어느 정도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이 좌파적 대안임을 자처하며 파고들 공간이 축소됐다.
이제 두 주류 정당은 더는 중도층을 놓고 싸우지 않는다. 영국 정치는 거의 파편화된 상태에서 벗어나 우파 지지자들을 빨아들이는 보수당과 한층 더 좌선회하는 노동당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가 모두 노동당에 투표하기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두 정당의 위기를 초래한 근저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노동당 안에는 당을 오른쪽으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세력이 아직도 많다.
그리고 노동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정부를 운영할 만큼 실력 있고 “책임감” 있는 정당인지를 입증하라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한편 테리사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보수당 내 두 파벌을 모두 만족시킬 결과를 얻으려 애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생각보다 일찍 메이와 그의 정부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격랑을 일으킬 것이 거의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보통 사람들의 반란이 강력하게 일어나느냐 아니냐다. 그런 저항은 보수당을 벼랑 밑으로 떨어뜨리고 코빈이 우경화 압력에 맞서도록 고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