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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노동개악을 공약한 마크롱의 승리를 환영한 것은 유감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프랑스 총선 결과에 환영 논조의 논평을 냈다(2017년 6월 19일자).

급진좌파 장뤽 멜랑숑의 선전을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과 그의 신당 ‘전진하는 공화국당’(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승리를 환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의 변화 열망에 따라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그가 만든 신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것 또한 기존 거대 정당에 실망한 국민들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다.”

그동안 한국에서 우익 정당과 자유주의 정당의 양당 구도 속에서 고군분투한 정의당의 처지에서 프랑스 정치 상황을 바라본 듯하다. “단 1석도 없던 신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는 점은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는 마크롱이 전임 사회당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다는 점, 전임 사회당 정부의 총리 마뉘엘 발스 같은 인물이 ‘전진하는 공화국당’에 공천을 신청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마크롱 정부를 사회당 정부의 연속선 상에 있다고 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마크롱의 정당이 크게 보아 사회민주주의 계열이라고 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크롱의 정당은 사회민주주의에서 우파적으로 이탈해 미국 민주당과 비슷한 정당(노동조합 기반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크롱은 정의당이 지지할 만한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키며 당선”한 것이 전혀 아니다. 마크롱은 전임 사회당 정부의 장관으로서 노동개악을 밀어붙인 당사자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기존 거대 정당에 실망”했지만, 마크롱에게서 “새로운 정치”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정의당 논평도 밝히고 있듯이, 프랑스 총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백지표와 무효표가 10퍼센트나 나왔다. 마크롱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은 마크롱의 정책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더 나빠 보이는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고 마크롱에 투표했다.

무엇보다, 마크롱은 이미 대선 전부터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다짐했다. 법인세 인하, 정부 지출 축소, 공공부문 일자리 감축 등이 대표 정책이다. 그것도 박근혜처럼, 국회를 통하지 않고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당 친화적 노총으로서 사회당 정부 시절에는 투쟁을 자제한 민주노동자총연맹(CFDT)도 마크롱의 노동개악에 대항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마크롱 정부가 금세 위기에 빠지고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시달릴 수 있음을 뜻한다.

대선에서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내걸어 2백만 표 이상을 득표한 정의당이 이런 정부에 기대를 걸고 응원을 보내는 것은 정의당을 지지하는 많은 이들에게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의당 당원인 제주대 서영표 교수가 “[정의당이] 낡은 질서의 ‘정상성’을 앞장서서 옹호하고 … 빈곤한 상상력에 허덕이고 있다”며 “매일 탈당할 궁리”를 한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레디앙〉 6월 21일치)

우파의 재집권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는 정서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정의당에 투표한 2백만 명의 뜻을 정의당은 무겁게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