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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은 역대 가장 약한 대통령일 것”

이 글은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NPA) 소속의 사회주의자 바니나 주디첼리《인터내셔널 소셜리즘》과 한 인터뷰를 근거로 차승일 기자가 작성한 것이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 마크롱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제5공화국이 시작된 1958년 이래 가장 약한 대통령일 것이다.”

얼마 전 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NPA) 소속의 사회주의자 바니나 주디첼리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주디첼리는 대선과 총선이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한 점, 마크롱과 그의 신당 ‘전진하는 공화국당’(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이 전체 유권자의 15퍼센트 정도의 지지만을 받은 점, 마크롱에게 투표한 유권자의 절반이 마크롱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더 나쁜 후보(국민전선의 르펜)의 당선을 막으려고 그에게 투표했다는 점, 마크롱의 노동개악 등에 맞선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말했다.

올해 1~4월 프랑스에서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2백만 일이나 됐다 ⓒ출처 Force Ouvrière

주디첼리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에마뉘엘 마크롱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장관 인선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법무부 장관, 유럽담당 장관, 국방부 장관, 국토부 장관이 비리 의혹으로 줄줄이 사퇴한 것이다.

게다가 마크롱 자신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사회당 정부 하 경제산업부 장관 시절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혐의다. 같은 사건으로 신임 노동부 장관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중도의 몰락

마크롱이 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기성 정당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불만 덕분이었다. 친기업 중도우파 정당인 공화당은 대선 때는 3위에 머물러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총선 때는 17퍼센트를 득표해 지난번 총선 때보다 득표율이 10퍼센트포인트 줄었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중도좌파 사회당이다. 사회당은 대선에서 6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해 5위로 밀렸다. 총선에서도 7퍼센트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2012년 반긴축 염원에 힘입어 집권했다가 오히려 노동법을 개악하는 등 배신한 것이 심판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는 노동자 파업과 청년 ‘밤샘 시위’가 강력하게 일어났다.

기성 정당들의 위기에 대응해 마크롱은 신당을 창당하고 “좌도 우도 아닌” 젊고 활력 있는 “새 정치”를 표방했다.

그러나 주디첼리는 마크롱의 정치가 전혀 새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의 정책은 친기업적이고 반노동자적이고 제국주의적이다. 법인세 인하, 공공부문 일자리 12만 개 감축, 6백억 유로(약 75조 원) 규모의 긴축재정 실시, 노동시간 규제 완화, 경찰 1만 명 증원,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섬멸 전쟁 수행 등.

주디첼리는 공화당 출신자인 에두아르 필립을 총리로 기용한 것도 마크롱의 정치가 오른쪽으로 향한 것임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대선 때 나치 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에 진출했음에도 (나치 후보가 먼젓번에 대선 결선에 진출한 2002년과 달리) 투표율이 떨어지고 무효표·백지표가 많이 나온 것은 프랑스 유권자들이 마크롱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직감적으로 알아봤다는 뜻일 게다. 당시 기권표·무효표·백지표는 합쳐서 36퍼센트나 됐다.

기성 정당과 긴축재정에 대한 반감은 급진좌파 장뤽 멜랑숑이 대변했다. 주디첼리는 “지난해 노동법 개악 반대 운동에 참가했던 사람의 다수가 멜랑숑의 선거운동에 일체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멜랑숑이 대선에서 7백만 표를 득표한 배경이다. 총선에서 그의 정당 ‘불굴의 프랑스’는 지난번 총선 때보다 70만 표 이상을 더 득표해 17석을 차지하고 원내교섭단체가 됐다.

급진좌파 멜랑숑의 성장

최근 멜랑숑은 “대통령은 사회적 악행을 저지를 권한이 없다”면서 정부에 맞서 저항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주디첼리는 멜랑숑이 ‘세속주의’에 대한 (프랑스 좌파의 오래된) 오해를 받아들여 무슬림 혐오와 인종차별을 둘러싼 문제에서 잘못된 견해를 취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한다. 멜랑숑이 선거 유세 때 프랑스 국기를 나눠 준 것이 그의 약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멜랑숑이 마크롱에 맞서겠다며 반긴축 정서를 대변하는 점을 사줘, 반자본주의신당은 총선에서 멜랑숑 지지를 선언했다.

주디첼리는 노동조합 상층 간부들이 지금 말하는 것처럼 강력한 투쟁을 조직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가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고, 그 때문에 생겨난 정치 위기로 프랑스 지배계급도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래로부터 저항의 가능성

주디첼리는 특히 지난해의 노동법 개악 반대 노동자 파업과 청년들의 시위가 낳은 효과를 강조한다. 결국 노동법이 개악됐지만 운동 참가자들의 사기가 저하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은 잘 보도하지 않지만 올해 1~4월 프랑스에서 파업으로 말미암은 근로손실일수가 2백만 일에 이를 정도로 큰 것이 그 방증이라고 한다.

한편, 주디첼리는 프랑스 좌파가 단결해서 나치 정당인 국민전선의 성장, 무슬림 혐오와 인종차별의 확산에도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프랑스 좌파가 정치적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세속주의에 대한 오해로 무슬림 혐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 국민전선을 나치로 보지 않는 분석을 지적했다.

그래도 인종차별 반대 국제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올해 3월 19일에 열린 파리 집회에 1만 5천 명이 참가했는데 이는 몇 년 새 가장 큰 규모라면서, 프랑스에서도 인종차별과 나치의 부상에 맞선 투쟁이 크게 건설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995년 대중 파업으로 국제적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일으킨 프랑스 운동이 취약한 마크롱 정부 하에서 다시 한 번 전 세계 노동자와 좌파에게 좋은 영감을 주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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