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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한국GM 철수 가능성:
일자리를 위해 국유화가 돼야 한다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당장 전 공장이 문을 닫지 않더라도 대규모 사업 축소와 단계적 공장 폐쇄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노동자들이 대대적인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의 고통에 내몰릴 수 있는 것이다.

몇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우선, GM 본사 측의 전략이 그 방향에 서 있다. GM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자회사 매각과 시장 철수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올해 초에는 유럽 생산의 거점이었던 독일의 오펠을 팔았고, 미국에서도 일부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가동을 중단해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연말까지 인도와 남아프리카에서 철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7월 26일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 매각 반대 인천 지역 결의대회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그 속에서 한국GM의 미래도 심각한 불확실성에 내몰려 있다. 특히 GM이 2013년에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고 올해 오펠을 매각하면서 직접적 타격을 입었다. 한국GM의 전체 생산물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퍼센트에 이르고 그중 유럽 수출이 주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년간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비정규직 대량해고, 조업 단축과 임금 삭감 등의 고통을 당해 왔다. 올해도 한국GM 군산공장은 연초 목표한 생산 계획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부평공장도 주력 차종 중 하나를 생산 중단할 처지에 놓였다. GM 본사가 후속 모델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경차와 소형 SUV 차종도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크게 줄었다.

그러는 가운데 바로 몇 달 전에 GM 인도 공장에서 일부 공장 폐쇄를 이끌었던 ‘구조조정 전문가’가 한국GM의 신임 사장으로 최근 임명됐다. 신임 사장 카젬은 “한국GM 철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의 전망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그나마 잡혀 있던 신차 출시 계획까지 연기되는 모양새다.

그동안 한국GM 철수설이 제기될 때마다 그것에 제동을 걸 보호망으로 여겨져 온 것은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매각 거부권’이었다. GM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한국 정부에 일정 기간 사업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국GM 지분의 17퍼센트로 매각 의결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오는 10월이면 이 거부권의 기한이 만료된다. 그 때문에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공장 철수를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후보 시절 “노조 동의 없이 산업은행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거부권이 사라진 이상 적은 지분만으로는 철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책임하게 산업은행 지분의 한계만 늘어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최근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국GM 철수는 노동자 1만 5천여 명, 협력업체 노동자들까지 합치면 30만여 명의 고용과 임금·조건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런 만큼, 노동자들이 앞으로 벌어질 구조조정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대안은 정부가 한국GM을 국유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현재 한국GM이 공장 폐쇄를 확정하거나 부도가 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GM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의지도 능력도 보여 주지 못하고, 신차 출시 등 투자도 꺼리고, 철수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수십만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해 국유화를 대안으로 내놓고 지금부터 투쟁을 건설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더구나 경제 위기로 노동자들의 고용이 위협받는 지금,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정부는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홍영표 의원 등 민주당에 의존해선 안 된다

한국GM 철수설에 무게가 실리면서 해당 지역의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대우자동차노조 출신인 민주당 의원 홍영표(인천 부평을)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30만 일자리 지키기’를 촉구하는가 하면, 인천 지역의 군수·구청장 협의회가 ‘한국GM 사업재편 움직임에 따른 대토론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 구조조정은 대규모 사업 축소, 인력 감축을 동반하므로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지방)정부나 정치권, 기업 간에 갈등과 모순이 생기곤 한다.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이 군산 공장을 폐쇄하자, 군산시의회가 나서 공장 재가동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운동은 이런 지배자들 내부의 갈등을 이용해 문제를 정치화하고 투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럴 때, 민주당 등의 정치권에 의존하기보다 아래로부터 투쟁 건설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최근 홍영표 의원은 “노조도 회사 발전과 성장을 위해 희생을 각오해 달라”며 임금 양보 등 고통 분담을 촉구했다.

그러나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은 고통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 더구나 이런 방식으로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제대로 지킬 수도 없다. GM은 공장 철수를 압박해 임금·노동조건 후퇴를 강요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차 없이 공장 폐쇄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나앉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GM지부 지도부가 ‘우리도 파업을 자제하고 인건비 상승 완화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 노동자들의 양보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사기를 꺾어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투쟁의 동력을 갉아먹을 위험이 있다. 단호하게 투쟁을 건설해 고용과 임금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