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의 ‘노조 할 권리’(노동3권)를 온전히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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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특수형태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랜 시간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조 할 권리를 부정 당하고 온갖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던 노동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요란한 말과 달리, 특수고용직 노동자 모두에게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입장을 밝혀 실망을 주고 있다. 노조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하면 간단할 일을 특별법 제정으로 하겠다며 꼼수 가능성을 열어 두기도 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실태를 조사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입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따라서 일률적으로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이 가능해진다거나 인건비 추가 부담 등으로 경영이 악화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에는 특수고용직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며 거들었다. 특정 직종만을 선별해 노동자성을 인정하거나 노동3권 보장에 차등을 두는 것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과 산재보험, 고용보험 전면 적용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후퇴할 뒷문을 열어제친 것이다. 노동자들은 과거에 노무현 정부가 똑같은 약속을 하고도 결국 극히 일부만 선별해 산재보험 적용 등의 개선만 하고 만 선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그동안 명목상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는 이유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심지어 일방으로 계약이 해지돼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만 했다.
특수고용직은 IMF 전후로 사용자들이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경영상의 불안정성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 위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참혹한 현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막대한 이득을 취해 왔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사업소득세를 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아도 되고, 퇴직금과 연월차 수당을 주지 않고 4대 보험에 가입할 필요도 없다. 한 보험업계 사용자는 “설계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면 4대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보험사가 납부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연간 6037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설계사들의 4대 보험 미가입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을 취해 왔음을 실토한 것이다.
대다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주’라는 이유로 단체협약도 맺을 수 없다. 설령 업체와 합의를 하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개별기업과 노동조건을 놓고 교섭하다 파업을 벌여도 쟁의권을 보장받지 못해 불법으로 규정되고 각종 고소고발에 시달리곤 한다.
산재보험도 일부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건설기계 29개 업종 중 레미콘 노동자들만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뿐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건설현장에서 산재를 입은 노동자가 무려 2만5000여 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437명(전체 산재 사망자의 45.8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사고의 책임과 고통은 온전히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져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이러한 참혹한 현실을 바꾸려고 십 수년 동안 온갖 고난을 무릅쓰며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싸워 왔다. 새로운 직종의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속속 노동조합을 조직해 싸움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대리운전기사와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생산과정에 대한 어떠한 통제권도 갖고 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해 먹고 사는 명백한 노동자들이다.
문재인 정부는 허튼 수작부리지 말고 노조법 개정을 통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각종 보험 적용, 노동시간 규제, 해고 제한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