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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비정규직 결의대회:
‘대국민 사기극’ 중단하고 모든 비정규직을 제대로 정규직화 하라!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상징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약속이 거짓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공사 사측이 밝힌 정규직 전환 계획은 무늬조차 정규직화가 아니었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일에 종사하는 운항‧항행 관련 노동자들만 직접고용 하겠다고 밝혔다. 그 수는 비정규직 1만 명 중 기껏해야 500~80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 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정부와 공항공사에 “속았다”는 말을 쏟아 내고 있다.

“공항공사가 자회사 운운하는 것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다들 자회사 방안은 정규직화가 아니고 또 다른 간접고용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공항공사 사장이 직접 대통령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는데도, 현재 상황을 보면서 ‘속았다!’, ‘대국민 사기극이다’ 하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사무장 정명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공항공사는 직접고용 하는 노동자들과 자회사로 전환하는 일부 업종은 ‘정규직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경쟁 채용하겠다고 한다. 그려면 일부는 정규직화는커녕 해고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평균 십수 년을 일해 온 노동자들이 고용을 승계하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뿐 아니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라는 이유로 위탁수하물 보안검색장비 유지보수 용역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고용 불안에 시달려 온 위탁수하물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했을 때 모두 기대감에 들떴습니다. 그런데 공항공사는 우리를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했습니다. 조합원들의 실망과 분노가 장난 아닙니다. 공항공사가 밝힌 근거는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민간업체가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설치‧변경 업무는 불과 몇 명이 따로 하는 일이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평범한 유지‧보수를 합니다. 실제 김포공항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우리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합니다.”(인천공항지역지부 위탁수하물지회 부지회장 이용민)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도 최소화하려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용역업체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취득한 이윤과 용역업체 관리비 등으로 지불한 각종 비용 중 오로지 이윤 부분만 처우 개선에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직접고용이나 자회사로 전환돼도 지금의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감내하라는 것을 뜻한다. 또, 노동자들을 등급 매기고 줄 세우는 데 이용해 온 ‘성과공유금’(명절 때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해 온 성과급)도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에 열심히 참가하거나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어김없이 하위 등급을 받고 소액의 성과공유금만을 받아야 했다.

이런 게 정규직 전환이냐?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1월 1일, ‘노사전협의회(노동조합, 공항공사, 전문가가 참가하는 정규직 전환 관련 협의회)’ 불참을 선언하고 공항공사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번과 근무를 마친 노동자 1300여 명이 인천공항 게이트 앞 승강장을 가득 메웠다. 노동조합이 개최한 집회 중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모일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아직 조합원이 아닌 노동자들도 300명이나 참가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

ⓒ공공운수노조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인천공항공사 사측과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 문제가 조합원들의 삶과 직결되는 만큼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상황을 투쟁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이 보장되려면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 사무장 정명선)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국제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 덕분입니다. 그런데도 공항공사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은커녕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불과한 자회사로 고용하겠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인천공항지역지부 수하물지회장)

“비정규직 1만 명 중 고작 500~800명만 직접고용 하겠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모두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한답니다. 이조차도 위탁수하물 보수유지 용역은 제외했습니다. 직접고용 하는 노동자들과 일부 자회사는 경쟁 채용하겠답니다. 이것이 무슨 정규직 전환입니까? 지난 5월 12일에 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이 1만 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공항공사가 제대로 된 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전 조합원이 청와대로 몰려가 이게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냐고 따져 물읍시다! 오늘 집회가 ‘비정규직’ 이름을 건 마지막 집회가 되도록 합시다!”(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 박대성)

노동자들의 “공항을 멈추자!” 외침이 인천공항을 뒤흔들었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상당함을 보여 준다.

ⓒ공공운수노조

4년 전 오늘(2013년 11월 1일),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노조 결성 후 첫 파업 출정식을 열고 19일간 파업을 벌여 노동조건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당시 2000명이 채 안 됐던 노동조합은 어느덧 3500명으로 늘어 더 커다란 조직으로 성장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힘이 세졌다.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측의 말만 믿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절반도 안 되는 수만 무기계약직과 자회사로 전환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하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지난 9월에는 학교비정규직 중 고작 2퍼센트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런 정부와 공항공사에 기대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도, 처우 개선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뒷받침돼야만 정부와 사측을 강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