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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2기 특조위법 제정하라

적폐 청산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로 계속돼야 한다 박근혜 퇴진 촛불 1주년 집회 ⓒ이미진

세월호 2기 특조위 설립을 위한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신속처리법안(330일이 지나도록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되는 법안)으로서 11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예정이지만, 보수 야당들의 반대 때문에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안은 특조위원의 3분의 2를 “야당” 추천 몫으로 했다. 그런데 조기 대선으로 민주당이 여당이 됐으니, 여야 몫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법안을 만들 당시의 ‘여당’은 누가 봐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반대했던 박근혜 정권과 그 하수인들을 가리키는 게 분명하니, 그들이 특조위의 다수가 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뻔뻔하게도 자유한국당은 개정에 반대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약삭빠르게 이에 동조한다.

유가족들은 이 법안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 규명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조사 인원을 확대하고, 특조위가 선체조사위원회의 조사 자료와 결과를 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전한 방해 세력, 자유한국당

가장 역겨운 건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상임위인 환노위에서부터 이 법안의 상정을 반대했고,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하는 표결에도 불참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자유한국당은 철저히 진상 규명을 가로막으려고 해경에 대한 압수수색을 가로막고, 특별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세월호 인양을 차일피일 미뤘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여러 친기업·이윤 우선 정책들을 그만둘 생각이 결코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포악질이 부메랑이 돼,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운동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를 탄핵·구속시킨 1300만 촛불 운동의 ‘매운 맛’을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다.

한편 법안 통과의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도 법안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정권을 잡았다고 본인들의 유불리에 따라 법안 조항을 바꾸자는 거냐”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 법안의 취지를 대체 뭐라 생각하는 걸까? 지금까지 세월호 운동에 의도적으로 무관심했던 모습 그대로다.

이런 보수 야당들에게 추천 위원 수를 3분의 2나 부여하는 것은 법의 애초 취지를 고려하면 결코 가당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런 상황을 핑계 삼아 원안에서 후퇴해 또다시 최종 법안이 너덜너덜해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2014년 특별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세 번이나 야합해 유가족의 뜻을 거슬렀고,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 인양을 앞두고 있었던 2017년 2월 말에조차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선체조사위법 원안을 대폭 후퇴시켰다.

올해 8월 31일 ‘적폐청산 개혁입법 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예은 아빠’ 유경근 씨는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과 방해를 이유로 또다시 타협과 양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쪽짜리’ 특별법이 통과되고 박근혜 정부의 시행령 때문에 특조위가 제 구실을 못해서 유가족들은 2년 넘게 가슴앓이했다. 전혀 신속하지 않은 ‘신속 처리’ 절차를 기다리며 먼 길을 돌아온 유가족들에게 또다시 양보를 강요해선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진정성이 없음을 보여 줄 뿐일 것이다.

그런데 법안을 마련할 당시 민주당이 여야 추천 위원 수 문제를 과연 몰랐을까? 법안 마련 시기는 2016년 12월로,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한창이라 정권 교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따라서 민주당은 법안 통과와 관련된 갈등을 자유한국당의 탓으로 돌리면서도, 세월호 문제 해결의 부담을 은근슬쩍 안 지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책임 있다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은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새 정부는 곧바로 제2기 특조위를 구성해서 모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습니다.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돼도 대통령 권한으로 특조위를 재가동시키겠습니다” 하고 약속했다. 유가족과 많은 사람들이 크게 환영했다. 그간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국회에서 발목 잡혀 좌절되거나 후퇴한 경우가 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문재인은 집권 후 몇 개월이 안 돼 “국회를 믿는다”며 이 약속을 뒤집었다. 이미 황교안과 우병우의 수사 방해 행위 진상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이를 모른 체하고 난관이 예상되는 국회로 공을 넘긴 것이다. 이는 분명한 후퇴이자 유가족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린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책임자 처벌 문제를 나서서 해결하려는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배신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박근혜가 해체시킨 해경을 부활시킨 뒤 기획조정관(해경 안에서 청장과 해경 차장을 잇는 서열 3위 자리)에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대변인이었던 고명석을 앉혔고, 침몰 사실을 접수하고도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던 해경 경비과장 여인태를 수사정보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외에도 해경이나 정부 소관의 특수법인 내에 남아 있는 책임자들은 많다. (관련 기사: ‘세월호 약속 어기는 문재인 정부’)

세월호 2기 특조위를 위한 이번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세월호 운동은 이를 규탄함과 동시에 정부로 하여금 즉각 시행할 수 있는 조처를 모두 하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다. 검찰 재수사 지시 등 문재인 정부가 결단하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없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보수 야당들을 단호히 공격하면서도, 문재인 정부에게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2014년 입법 청원된 요구에 견주면 이 법안은 온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지만, 특조위 구성 항목을 개정한 법안이 통과돼 국가 차원의 공식 조사가 실시되길 바라는 유가족들의 바람은 정당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상황에 따라 국회 안 농성 돌입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떠넘기고 국회가 외면하고 있는 ‘세월호 적폐’ 청산의 한 발 전진을 위해, 11월 18일 세월호 도심 행진과 범국민대회로 모이자.

‘사회적 참사’ 특별법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한창이던 2016년 12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2014년 누더기로 통과된 특별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위원장이 독립적 예산 배정을 하도록 한다. 시행령을 이용해 조사 방해 행위를 하는 것을 못하도록 한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 임명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국회는 요청 횟수 제한 없이 이 요청을 반드시 다루도록 한다. 조사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필요하면 1년 연장하도록 한다.

그러나 원안은 부족함도 있다. 여야 추천 위원 비율 문제가 대표적이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이 2014년에 요구했다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야합으로 포기했던, 하지만 특조위가 강제 종료된 이후인 2016년 11월에 다시금 요구한, 기소권과 수사권을 온전하게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사권에 대해서는, 조사관이 사법경찰 권한(검찰 수사권보다 한 단계 낮은, 경찰이 발동할 수 있는 수준의 수사권)을 갖도록 한다. 그래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이는 훗날 검찰이 영장 신청 등을 이유로 시간 끌기를 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기소권에 대해서는, 특조위가 특검 후보 전원을 추천할 권한을 담았다. 하지만 기소권을 온전하게 인정하지는 않는다. “참사의 진상이 부패한 관료나 기업주들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으니, 수사 대상과 수사 기간을 제한한 특검은 특별조사위원회 자체가 검사 권한을 갖는 것보다 제약이 많을 것이다.” (관련 기사: ‘박주민의 ‘세월호법’, 개선됐지만 아쉬움도 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이 특조위 구성 항목을 개정해 통과돼 국가 차원의 공식적 조사가 실시되길 바라는 유가족들의 바람은 정당하다. 법안이 통과되고서도 수사·기소·처벌 등 운동의 힘으로 강제해야 할 과제들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세월호 운동이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그러했듯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대중적 운동으로 건설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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