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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의 ‘세월호법’, 개선됐지만 아쉬움도 있다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박근혜 퇴진 요구와 함께 기소권과 수사권이 보장된 진상 규명 기구를 다시 만들어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월호 인양이 빠르면 올해 4월에 이뤄질 수도 있는 만큼, 선체 조사를 할 권위 있는 기구도 필요하다. 특히 세월호 운동이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만큼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기구를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2015년에 출범한 특조위는 정부의 방해로 번번이 난관에 봉착했다.

2014년 11월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유가족들과 6백만 명의 서명을 무시하고 극히 제한적인 조사권만 부여된 특별조사위원회만 허용하는 반쪽짜리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이어서 정부 통제를 강화하는 쓰레기 시행령과 예산 지급 볼모 작전으로 특조위에 굴복을 강요했다.

수사권·기소권이 있어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미진

특조위는 2015년 9월에야 예산과 인력 배정이 완료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조사도 녹록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특조위의 인양 현장 실지 조사를 거절했다. 해경이 자료 제출을 거부해 특조위원들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월 1일을 특조위 활동 시작일이라고 우겨서 2016년 6월 30일로 조사 활동을 종료할 것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유가족들이 활동 기한 보장을 위한 법 개정 서명 운동에 나섰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새누리당의 완강한 반대와 민주당의 우물쭈물한 태도 속에 결국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특조위가 국회에 특검 요청안을 제출했지만 본회의에서 다뤄지지조차 않았다.

1기 특조위의 뼈 아픈 경험은 운동의 원래 요구가 완전히 정당했을 보여 준다. 주로 제도 정치권(주로 민주당)이 수용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현실성’을 따져 운동의 요구를 삭감하는 실용주의가 옳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원칙과 요구로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는 교훈도 남겼다.

아쉬움

지난해 12월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의원(더민주당)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함께 다루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 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국회 환노위는 이 법안은 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했다.

이 법안은 2014년 통과된 누더기 특별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위원장의 지위를 독립적 예산 배정이 가능한 중앙관서의 장으로 정했다. 시행령으로 조사 기구를 흔들지 못하도록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 임명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요청 횟수 제한 없이 국회가 반드시 이 요청을 다루도록 했다.

특조위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다. 피의자·증인이나 참고인 조사에 한해 조사관이 사법경찰 권한을 갖도록 했다. 이는 기존 법에는 없던 내용이다. 조사 기간을 2년으로 늘리고 필요시 1년 연장이 가능하도록 한 것, 선체가 육지에 거치된 뒤에는 기존 조사 기간과 무관하게 8개월 동안 조사 활동을 보장하도록 한 것도 1기 특조위 때보다 나아진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도 2014년 입법 청원된 법안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

2014년 변협의 협조 속에 만들어진 법안은 진상 규명 기구에 “독립적인 검사의 지위 및 권한”을 부여하는 등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기소는 처벌과 연결되기 때문에 박근혜는 이를 한사코 거부했다. 박근혜는 당시 특별법이 “헌법의 근간을 흔든다”며 직접 나서서 공격했다. 그런데 민주당도 기소권은 방어하지 않고 수사권만을 요구했다.(이에 대해 운동 내 온건파 리더들이 침묵한 것은 부적절했다.)

그러나 조사위 조사관에게 공무원 신분을 보장하면서 수사권 등을 부여하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조사 단계에서 정부 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특별기구가 강제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요청하고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결국 검찰이 영장 신청 등을 이유로 시간 끌기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참사의 진상이 부패한 관료나 기업주들과 실타래처럼 얽혀 있으니, 수사 대상과 수사 기간을 제한한 특검은 특별조사위원회 자체가 검사 권한을 갖는 것보다 제약이 많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속에서 세월호 운동은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운동의 경험을 발판 삼아 원칙 있게 싸운다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도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