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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도 국정원이라는 괴물을 애용했다
이명박과 관련자를 전원 구속하라

이명박의 정치공작 수준이 박근혜 못지않았음이 날로 확실해지고 있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분노한 보도 통제, 사찰, 부패 등이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밝혀지는 이명박 정부의 온갖 범죄 행각을 보노라면,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이명박은 이 추악한 일들을 보고받고, 때로는 지시했음이 전 국방장관 김관진의 진술로 명확해졌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과 매주 독대하면서 나눈 대화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부패와 범죄 때문에 대중의 분노를 산 박근혜가 자리에서 쫓겨나 감옥으로 갔으니만큼, 이명박의 미래도 구속·처벌이어야 한다.

이명박은 취임 첫해, 그것도 임기 시작 100일 만인 2008년 5월부터 일어난 거대한 촛불 시위를 겪고 나서 노동자·민중 투쟁을 더욱 효과적으로 단속할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세계경제 위기가 그 위기감과 사명감을 더욱 부추겼을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국가의 억압기구들을 총동원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 시위 직후에 공직윤리지원실을 새로이 만들었다. 이 기구의 첫 중요 임무는 촛불 집회의 배후를 색출하는 것이었다. 이명박에 대한 충심을 강조한 공직윤리지원실은 민간인까지 포함하는 광범한 사찰을 주도했다. 좌파·노동단체들도 주요 사찰 대상이었다. 전 고용노사비서관 이영호의 직접 통제를 받으며 공직윤리지원실의 핵심 업무를 맡았다는 점검 1팀이 노동부와 경찰청의 보안수사 담당자들로 구성됐다는 사실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마침내 2010년 사찰 사실이 폭로되자 청와대는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검찰은 그 후에야 수색에 나섰다. 이 일은 당시 주무관 장진수의 폭로로 알려지게 됐다. 이명박의 형 이상득과 ‘왕차관’ 박영준 등 이른바 ‘영포라인’이 사찰 몸통으로 지목됐다. 이들은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정적이었던 정두언, 남경필 같은 새누리당 인물들도 사찰했다. 이들의 알력 다툼 속에서 이상득 등이 인사를 주무르는 등 농단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진 감시와 사찰이 어찌나 광범했던지, 2008년 한 해에만 9000건이 넘는 감청이 이뤄졌고, 그중 98.5퍼센트가 국정원이 집행한 것이었다. 감청의 주된 타깃은 좌파들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의 미래도 박근혜와 같아야 한다 ⓒ출처 용산참사 유가족

이데올로기 통제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국정원은 사찰을 벌이고, 심리전이라는 이름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 사회 분위기를 우향우시켜 반정부 운동이나 정서를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국정원 댓글 부대도 그런 활동의 일부였다. 특히 사이버 심리전단은 2012년에 대선을 앞두고 대폭 확대됐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여러 온라인 사이트에서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고 문재인, 이정희 등 대선 당시 경쟁 후보들을 비방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들 비방하기도 주요 업무였다. 이런 활동에 알려진 것만도 52억 원이 쓰였다. 군 사이버사령부도 이런 활동의 일부였다. 우파적 주장을 여론인 양 꾸며내 대중과 진보·좌파들을 혼란케 하고 위축시키려 한 것이다. 당연히 (그 효과로) 우파 정권 재창출도 염두에 뒀을 것이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계급을 향한 ‘심리전쟁’을 지배자들은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활동의 수혜를 입은 박근혜는 집권 후 사건을 축소·은폐했다. 대선 기간에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쓴 댓글이 73건에 그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밝혀 내고 2014년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국정원은 무려 121만 건의 글을 작성하고 유포했다. 심지어 국정원 대선 개입 항의 시위가 벌어지던 때에 한 고려대 교수의 이름으로 국정원 활동을 옹호하는 기고글이 지역 신문에 실렸는데, 이것도 국정원의 작품이었다.

국정원은 온라인뿐 아니라 우파 단체들의 오프라인 활동(관제 데모)을 지원하는 데에도 나섰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의 ‘지시사항’을 보면 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이려 했다.

정치공작을 위한 매체 확보도 중요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짓밟으면서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들을 언론사 사장 자리에 앉혔다. 그 결과로 반값등록금 시위 등 정부에게 불리한 소식 보도는 축소됐다. 〈PD수첩〉제작진 등 수많은 언론 노동자가 해고·해직됐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종편 채널을 허용받아 하루 종일 TV에서 우파적 주장들을 떠들 수 있게 됐다.

이명박의 대통령 취임 전부터 항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임수현

뿐만 아니라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부에 비판적인 인물들을 방송에서 밀어냈다. 최근 국정원 정치 개입으로 구속된 당시 심리전단장 유성옥과 국익전략실장 신승균이 바로 이 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한 인물들이다. 이런 작태에 ‘국익’이라는 이름을 붙인 걸 보면 지배자들이 입만 열면 꺼내 드는 ‘국익’의 실체가 뻔하다.

그뿐 아니라 최근 JTBC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해외활동비 10억 원으로 고급 연구동을 짓고, 이를 원세훈의 처가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의 활동비가 흘러 들어간 게 박근혜 주머니만은 아니란 것이다.

전방위적 정치공작과 부패의 핵심에 이명박도 있었음이 거듭 분명해지고 있다. 이 악랄한 범죄자를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 불능의 반동적 폭압 기구

이명박 부패의 핵심에도 국정원이 있었음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정원에 대한 반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앙정보부(중정)에서 안전기획부(안기부)로, 지금의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이름은 바뀌어도 한국 사회 내부의 적을 감시하고 억압하는 이 집단의 본질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관련기사: ‘국정원 ─ 착취·억압 체제 유지를 위한 오물덩어리’)

박정희의 중정은 인혁당, 동백림 사건 등 각종 간첩단 사건을 조작해 독재 정권 유지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예컨대 1975년 학원침투 북괴간첩단 사건은 재일동포들을 ‘국가변란을 꾀한’ 간첩으로 몬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맡은 대공수사국 부장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이었다.

김영삼 정부도 안기부 ‘개혁’을 다짐했지만, 1996년 총풍*은 안기부의 실체와 특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영삼 정부의 안기부장 권영해는 김영삼의 대선 경쟁자 김대중이 북한한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거짓 폭로를 했다. 삼성의 비리가 담긴 ‘X파일’이 2005년 폭로되면서 김영삼 시절에도 도청과 정치 사찰이 벌어졌음이 알려졌다.

1996년 말 김영삼 정부는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고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지자 안기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안기부법을 기습 통과시켰다. 체제 불안정을 막을 강력한 국가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음지에서’ 체제 수호하기를 본질로 하는 국정원 ⓒ〈노동자 연대〉

그렇다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달랐을까?

김대중 정부의 국정원장 임동원과 신건은 나중에 불법 도청을 하고 첩보 수집을 지시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2001년 국정원은 미국 뉴욕에서 9·11 공격이 벌어지자 이 틈을 타 ‘테러방지법’을 입법예고했다. 국정원의 사찰·감시 등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 정치 활동의 자유를 옥죄기 위한 것이었다.

노무현은 대선 공약으로 국정원의 역할을 해외 정보 수집·분석으로 축소해 ‘해외정보처’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원은 송두율 교수 간첩 사건이나 민주노당당 ‘일심회’ 사건을 터뜨렸다.

국정원은 부패의 온상이기도 하다. 전두환의 안기부장 장세동은 일해재단 건립 추진의 핵심이었다. 일해재단은 1984년부터 1987년까지 기업 등으로부터 598억 원이 넘는 기금을 강제로 기부받아 재단 기금을 마련했다.(박근혜의 미르재단과 비슷하다.)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의 안기부장 장세동, 이희성, 유학성, 안무혁, 이현우 등 5명은 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과 12·12사태 관여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김영삼은 1996년 15대 총선과 1995년 6·27 지자체 선거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선거 자금으로 신한국당에 지원했는데, 이 돈이 거쳐간 계좌도 국정원 계좌였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책정된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4조 7642억 2000만 원에 달한다.(더불어민주당 윤호중) 10년간 국가기관 전체에 편성된 특활비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그리고 국정원 예산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이 돈의 상당수가 정보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국정원이 ‘국내의 적’으로 간주하는 노동자 운동과 좌파들을 탄압하는 데에 쓰이거나 박근혜에게 상납됐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국정원의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대중의 반감을 달랠 수 없고, 국정원에 반감이 큰 진보진영의 일부로부터 지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대공수사권은 간첩, ‘좌익사범’을 찾아내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권한을 가리킨다. 이 권한을 가지고 국정원은 좌파 단체들과 활동가들을 탄압해 왔고, 심지어 유우성 씨 간첩 조작 사건에서 보듯이 애먼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그러나 국정원 ‘개혁’안은 실질적 대공수사권 폐지가 아니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 같은 억압기구도 노동자 운동과 좌파를 단속할 기능을 갖고 있다. 사찰과 탄압, 정치 공작과 부패는 단지 우파 정권만의 적폐가 아니라, 국가가 노동자 계급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필요에서 비롯하는 지배의 수단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해결책은 국가가 피지배자들을 지배하는 이 계급 체제 자체에 도전할 때 열릴 것이다.